지난 2002년8월 인간극장은 3년 시묘(侍墓)살이에 나선 한 남자를 소개했다.
주인공은 유범수씨(51), 20여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시묘살이에 나서리라고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고자 산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당시 부모에 도리를 다하고자 했던 범수씨의 행동은 형제, 가족들의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살아있는 가족이 우선이라며 만류했던 아내와는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들고 말았다.
범수씨는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오직 어머니를 위해 문명의 이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산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묘살이를 마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아 인간극장에서 방영했다.
현대판 시묘살이를 보면서 과연 시묘살이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었인가를 생각 해본다.
시묘살이는 자기성찰의 시간이었다.
시묘살이란 양반들에게 부모에 대한 가장 효성스러운 행위로 부모상을 당하면 벼슬을 사직한뒤 부모마다. 3년씩 6년동안 묘앞에서 오두막을 짓고 살며 상식을 올리며 묘를 돌보았다.
이런 풍습은 효의 실천과 자기성찰을 통해서 학문적 발전을 꾀하는 시간이었다.
양반집 아들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라며 엄한 스승 밑에서 가문의 법통을 잇고자 과거시험에 전념하며 어린시절을 보내며 인생의 경지를 추구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과거시험을 위한 수험서에 지나지 않고 입신양명의 속기에 물들어 나름대로 학문적 발전을 꾀하기 어렸웠다.
또한 벼슬길에 올라 권력에 달콤함에 녹아들거나 복잡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더 이상 자기주위를 돌러볼 겨를이 없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당시 분위기상 주위의 눈때문이라도 부모의 시묘살이를 하기위해 낙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묘살이 역시 고기나 비린내 나는 생선과 술마져 입에 댈수 없으니 자연히 그 동안 친구들과 어울려 마시던 술과 안주생각이 간절 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움막생활이 차츰 익숙해지면서 호사스러운 생각보다는 자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화두에 두고 호연지기를 스스로 키웠다.
지금까지 배워온 껍데기 학문보다는 보다 높게 인생을 성찰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학문적 체계를 잡는 자기성찰의 시간으로 활용하였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