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많이 편찮으시다. 98세가 되신 엄마. 친정가는 고속버스 차창밖은 푸르름의 잔치가 한창인데 엄마는 힘든 인생의 마지막 고비를 힘겹게 넘기고 계신다.
창밖을 바라보며 구비구비 고단했던 엄마의 인생을 회상해 본다.
엄마는 가난한 집안의 삼대 독자인 아버지를 만나 시집을 왔다.
가난한 시집은 밭 한 뙈기 .논 한뙈기도 없이 몇 마지기 비탈진 땅을 지주에게서 도지 부쳐먹고 사는 가난한 농가 였다고한다.
어려운 환경 에서도 엄마는 7남매 를 낳고 기르며 층층시하 시부모님까지 모시며 살았으니 엄마의손은 사철 물 마를 날이 없었다고한다.
5일장이 서는 장날이면 보리쌀 한말을 아버지 몰래 머리에 이고 이십리 길을 걸어 보리쌀을 돈으로 바꾸어 성냥이며 잿물비누.그리고 소금 .설탈가루등 생필품을 조금씩 샀다. 장날의 호사라면 짚 으로 엮인 동태 몇마리 꾸려와 무우를 많이 넣고 가마솥 가득 끓여 배고파 우는 어린 것들을 먹이고 . 호랑이 홀 시아버지를 대접하는 것 이었으니 엄마의 인생은 왜 그리도 배고프고 고단 했을까?
가난한집 제사돌아 오듯 한다는 말처럼 제사를 일년에 13번이나 지내며 장손 며느리로 평생을 보낸 엄마의 인생고락은 우리로선 감히 상상을 못할 정도다.
엄마는 티브에 나오는 전원일기 연속극을 아주 싫어하신다. 싫어하는 이유는 지겨운 가난을 또 다시 떠 올리기가 싫어서 라고하신다.
사람의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것인가?
단 한번도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하고 사시다 이제는 아주 먼 곳으로 풀잎처럼 떠나셔야 하니 서러운 마음을 어찌 다 말로 다 할수 있으랴.
이제 엄마의 소원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15년전에 먼저 떠나신 아버지를 하루빨리 만나고 싶은 일이다. 아버지를 만나 서로 손 잡고 처음 만난 그날 처럼 혼 이라도 다정히 사랑하고 싶은 엄마는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셨는지 밤낮으로 잠만 주무신다. 오늘은 아버지와 만나 어디를 다녀 오셨을까? 엄마의 인생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 버리는가.? 과연 산다는건 의미가 있는 것일까? 잘난사람도 못난사람도 죽음의 종착력은 같으니 우리는 무엇을위해 사는것인가?
장마가 길어질 것만 같은 찌푸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 트릴것만 같다.
장대같은 빗줄기라도 실컷 쏟아지면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시원해 지려나. 애꿎은 하늘만 원망하며 대답없는 엄마를 부르고 또 불러본다. 엄마. 많이 미안해. 이젠 모든 무거운 자식걱정 짐 내려 놓으시고 아버지와 만나 행복하시기만 바랄께요. 엄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