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방이 확전 가능성을 이유로 지원을 꺼렸던 주력전차 등 중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한 것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21년 3월26일(현지시간) 라트비아에서 실시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훈련에 참여한 독일 레오파르트 2 전차가 포를 발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전황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판단이 지난해와 달라졌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북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 등을 탈환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동부 전선에서 교착 상태로 인해 서방 관리들 사이에서 러시아가 다시 우위를 되찾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무기 지원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거듭된 서방의 경제제재와 인적·물적 손실에도 징집병과 와그너 용병을 투입해 전쟁을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끌고 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동부 군사 요충지 바흐무트로 가는 솔레다르를 탈환했다. 29일에는 솔레다르 인근 블라호다트네 마을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의 블라호다트네 마을 장악 주장을 부인했으나 최근 바흐무트 지역에서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공격도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북부 하르키우는 이날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4명이 사망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장관은 WSJ에 “러시아는 여전히 거대한 나라이고 서방 부품을 쓰지 않는 무기들을 생산하는 능력이나 병력 면에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러시아에 시간을 주면 줄수록 러시아는 더 많은 군인들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지원을 쏟아붓는 데 대한 서방 국민들의 호의적 여론이 돌아설 가능성과 2024년 미국 대선 등 정치 권력 교체에 대한 우려도 서방이 중무기 지원을 서두른 배경으로 꼽힌다. WSJ는 전차와 장갑차, 방공망 시스템 등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함으로써 추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서방이 장기적 전략 없이 임기응변식의 중무기 지원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북유럽 담당 국장 안나 위슬랜더는 “지금은 전쟁에서 중요한 시기인데 서방의 대응은 단순한 전술에 그치고 있다”면서 “우리는 전쟁이 어떻게 끝나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비전이 없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