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왜 능력은 서울대·50대·남성을 중심으로 평가되는지 의문이다.” 무려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인 박지현이 한 말이다. 약관 26세, 게다가 여성으로서 거대 정당의 요직이라 할 비대위원장에 오른 그녀라면, 집권당 인수위에 여성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안희정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낸 대통령을 비판할 만큼 추상같고, 장례식 참석자들의 멱살을 잡겠다고 할 만큼 무력도 갖춘 박지현이니만큼, 다른 당 인수위원들을 자기만의 잣대로 재단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러다 인수위원 전원이 박지현에게 끌려가 빠따라도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박지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인데, 인수위원 24명 중 12명에 한참 미달하는 4명의 여성만 뽑았다는 것은 여성에 대한, 좀 더 크게 봐서 박지현에 대한 도전이라 할 법하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사정이라는 게 있기 마련, 국민의 힘 쪽에선 여기에 대해 해명하는 이가 없는 것 같아, 이번 대선에서 국힘 후보를 지지한 내가 궁색한 변명을 해본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대통령 인수위는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직을 원활하게 승계받기 위해 만든 위원회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업무를 파악하고 계획을 세우는 게 그들의 업무, 이런 일을 하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필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좀 있고 좋은 대학을 나온 남성들이 다수 포함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가 여성의 위대함을 깨달은 건 여성가족부가 만들어진 2001년, 그 이전까지 우리나라 여성들은 전문성을 기를 기회조차 없었다. 회사에 입사하는 것도 어려웠고, 겨우 입사해도 커피를 타거나 복사를 하는 게 업무의 대부분이었다. 혹시 결혼이라도 한다면, 그날로 바로 퇴사를 당해야 했다.
하지만 여가부가 만들어지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회사에서는 ‘여성 혐오’의 낙인을 피하기 위해 여성을 우대했고, 여성을 함부로 자르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난 20년은 여성 전문가가 무럭무럭 자라난 시기였다. 아쉽게도 그 성장은 아직 열매를 맺지 못했다. 2001년 20대 중반에 입사한 여성들이라면 지금 40대 중반이 됐을 텐데, 그 정도면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 회사를 대표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앞으로 20년이 더 지난다면 어떨까? 박지현 급의 여성 인재들이 대거 등장해 우리나라의 정재계를 아우를 것이고, 그 경우 인수위원 24명 중 20명이 여성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박지현은 시대를 너무 앞서서 우리 사회에 등장한, 외로운 미숙아다.
여성을 뽑기 어려운 이유가 이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여성계는 여성 할당제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펌프질할 때 마중물이 필요한 것처럼, 좀 모자라는 여성이라도 일단 뽑아 놓으면, 그들을 롤모델로 하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우르르 나타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 결과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에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을 뽑는 게 강제되다시피 했다. 예컨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는 여성에게 50%를 배정해야 하고, 서울시립대는 여교수 할당 비율을 맞추느라 앞으로 상당기간 여교수만 채용할 계획이란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여성의 능력에 업혀가는 것도 가능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정말 안타깝게도, 여성계의 주장과는 달리 이런 식으로 뽑힌 여성들은 일을 잘하지 못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부동산을 제대로 말아먹었고,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를 등쳐먹은 게 탄로났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다. 류호정 의원은, 말을 말자. 꼭 할당은 아니지만 ‘여성’이라서 뽑힌 이들의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민정 의원은 생각 없는 언행으로 조롱거리가 됐고, 박경미 대변인은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바람에 비난을 받아야 했다.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여성 할당제는 시기상조 아닌가요?” 그러니까 인수위에도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박지현은 너무 일찍 우리 세상에 온, 외로운 미숙아다. 전여옥 전 의원이 과거 한 말을 박지현에게 보낸다. “미숙아는 인큐베이터로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