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음력 1월 15일)
신라시대부터 지켜 온 명절로 달이 가득 찬 날이라 하여 재앙과 액을 막는 제일(祭日)이다. 정월 14일 저녁에는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먹는다. 또한 달을 보면 운이 좋다고 하여 달맞이를 하고 서울에서는 답교 놀이를 하였다. 어린아이가 봄을 타고 살이 여위는 것을 막기 위해 백 집의 밥을 얻어다가 절구 위에 앉아서 먹는 풍습도 있었다. 또 새벽에 일어나 사람을 불러서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하며 더위 팔기를 하여 병이 없는 여름이 되길 기원했다. 대보름의 음식으로 오곡밥, 약식, 부럼, 귀밝이술, 묵은 나물, 복쌈, 원소병, 팥죽 등이 있다.
부럼과 귀밝이술
대보름날 새벽에 날밤, 호도, 은행, 무, 잣, 땅콩 등을 깨물면서 "일년 열두달 동안 무사 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주십시오"라고 축수하며, 깨무는 '딱' 하는 소리에 잡귀가 물러간 다고 했다. 이것을 작절(혼률)이라고 하며 이를 단단히 하는 방법이라고도 한다. 대보름날 아침에 웃어른께 데우지 않은 청주를 드시게 하여 귀가 밝아지길 바라며 또한 일 년 내내 좋은 소리를 듣기 기원하였다.
팥죽과 오곡밥
정월 보름 전날, 붉은팥으로 죽을 쑤어 먹는다. 붉은색이 악귀를 쫓는 색깔이기 때문에 팥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끼얹고 제사를 지낸다. 이러한 내용의 기록은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적혀 있다. 또한 찹쌀, 찰수수, 팥을 각 2되씩, 차조와 대추가 1되씩, 콩 5홉을 섞어 밥을 지어 먹는다. 시루에 찌거나 냄비에 안쳐서 뜸을 충분히 들여야 촉촉한 잡곡밥이 된다.
약밥(藥飯, 藥食)
약밥의 유래는 「열량세시기」에 적혀 있다. 신라 소지왕(炤智王) 10년 정월 보름날 왕이 경주 남산의 천천정(天泉亭)에 거동하셨을 때 까마귀 떼로부터 좋지 않은 일이 있다는 글을 전해 받고서 환궁하였다. 까마귀 덕분에 역모를 꾀하던 무리들을 미리 처치할 수 있었다 하여 정월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하고, 검은색을 떤 약밥을 지어 제(祭)도 지내고 까마귀에게 먹이로도 주었다는 내용이다. 약식은 좋은 찹쌀을 물에 충분히 불려 고두밥을 쪄서 대추살, 황률 불린 것, 꿀, 참기름(眞油), 진장(眞醬), 흑설탕에 버무려 시루나 질밥통에 넣어 뭉근한 불에서 오래도록 찐 것이다. 다 쪄지면 위에 잣으로 고명을 얹는다.
묵은 나물
늦가을 갈무리해 두었던 호박, 가지, 박오가리, 곰취, 갓잎, 무청, 버섯, 순무 등을 말리거나 묵혀 두었던 것 아홉 가지를 나물로 하여 먹는다. 묵은 나물 만드는 법은 말린 나물 가운데 고사리, 고비, 고구마 줄기, 도라지, 시래기 등은 푹 삶아서 물에 담가 우려내고 호박, 가지, 버섯 등은 불려서 물기를 꼭 짠다. 나물에 갖은 양념하여 냄비에 담고, 약간의 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물을 조금 두르고 뚜껑을 덮어 폭 뜸을 들여 저분저분한 나물이 되도록 한다. 이것이 묵은 나물 맛나게 하는 비결이다.
김쌈
조선 김은 250년 전 전라도 완도에서 이미 양식되고, 150년 전엔 광양의 토산품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복쌈은 복리 또는 박점이라 하는데 참취 나물, 배춧잎, 김 등으로 밥을 싸먹는다. 복을 싸서 먹으며 풍년 들기를 바랐던 음식이다. 또한 대보름 또는 다른 명절이나 생일에도 꼭 상에 오르는데 이것을 먹으면 무병 장수한다 하여 복쌈이라고도 하였다. 김은 불에서 멀리 천천히 두 장을 겹쳐 구워야 그 향이 남아 맛있게 구워진다.
원소병
한자로 보면 정월 보름날 저녁, 작고 동그란 떡이라는 뜻이니 조선 중엽에는 상원날 절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조선 말엽에 창덕궁에 전래된 원소병은 떡수단과 같은 음료에 속해 있다.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흰색, 노란, 빨간, 파란색으로 물들여서 오래 치대어 반죽하여 대추만 하게 떼어 대추소, 유자 절임 등을 다져 넣고 둥글게 빚어 녹말을 묻혀 끓는 물에 삶아 건져서 꿀물이 나 오미자국에 띄워 낸다. 원소병 색은 은은히 들여야 좋다. 북경의 대보름 절식인 원소병처럼 끓는 설탕물로 반죽하여 대추소 넣고 큰 경단만큼씩 빚어서 설탕물에 삶아서 수단처럼 띄우기도 한다.
정월대보름은
농경을 기본으로 삼았던 고대사회의 풍농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유래된 걸로 짐작하는데요.
1년 중 첫보름달이 뜨는 음력 1월 15일에
1년 동안의 재앙과 액을 막기 위한 여러 민속놀이와 여러 음식을 준비해서
이웃과 함께 했던 공동체적 기원 의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곡식 축내는 쥐 없애기 위한 쥐불놀이, 더위팔기, 다리밟기 등의 놀이나
부스럼 나지 않도록 부럼을 깨문다거나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해주는 묵은 나물 등의 음식에서
조상들의 소박한 재치가
4대 명절 중 가장 돋보이는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니뭐니해도 정월대보름의 참맛은 웰빙음식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영양만점의 정월대보름에 먹는 음식에 있죠~!
솔직히 어렸을 땐 친구들과 어울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오곡밥이랑 나물 얻고.. 빨래집게도 슬쩍하고.. 불타는 깡통 돌리는 재미에만
솔깃했던 거지.. 오곡밥과 부럼은 영 맛이 없어서 정작 먹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입맛의 노화가 좀 일찍 온터라.. ㅋ.. 이십대 후반 무렵부턴
찰진 오곡밥이 입에 쩍쩍 달라붙더라는.. ㅋㅋ
정월대보름 밥상의 보약이라 할만한 이 오곡밥은
찹쌀, 차조, 콩, 팥, 수수 등 다섯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은 밥이죠.
약식에 들어가는 잣이나 밤, 대추는 당시 평민들이 구하기 힘든 재료여서
대신 오곡밥을 지어먹었다고 하는데,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다고 해서 서로 나눠먹곤 했답니다.
도정이 덜 됐거나 도정이 안 된 곡류를 골고루 섞어 짓는 오곡밥은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고
붉은 안토시아닌계 성분도 풍부한 '영양밥' 이다
들어가는 곡류의 성질이 제각각이라 미리 불리거나 삶는 등의 손질을 해둬야
맛있는 오곡밥을 지을 수 있어요.
특히 팥은 씻을 때 돌을 잘 골라내서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부어야 삶아야 하고,
삶을 때 소금을 약간 넣어주면
떪은 맛은 없애면서 구수함을 살릴 수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오곡밥에 들어가는 잡곡들을 조금씩 준비하는게 귀찮다면
혼합되어 나온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지혜랍니다. ^^
오곡밥은 묵은 나물(진채)를 곁들어 먹어야 제 맛이 나는데요.
지난 가을에 말려 보관한 호박고지, 박고지, 말린 버섯, 말린 가지,
고사리, 시래기, 도라지, 고구마순, 취나물 등의 9가지 나물을
삶아 기름에 볶아먹으면 겨우내 시들해진 입맛 살리는데 그만인데다
이 묵은 나물을 먹어야 그 해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했대요~
묵은 나물에 풍부한 비타민A는 지용성 비타민이라
기름에 볶아야 제 맛과 향이 잘 살 뿐 아니라 영양 흡수면에서도 훌륭하답니다.
나물요리가 쉬워보이면서도 제대로 맛내기는 만만찮은 종목이죠~?
말린 나물은 하룻밤 찬 물에 불려놓으면 군내와 쓴맛이 빠지면서 부드러워지구요.
삶을 때 쌀뜨물을 넣으면 나물의 아린 맛을 없앨 수 있고
소금을 약간 넣으면 밑간이 베어서 맛이 한결 좋아져요~
나물을 삶거나 볶은 후에도 딱딱한 기운이 남아있으면
뚜껑을 덮어 살짝 뜸을 들여주세요.
고구마순과 시래기, 토란대 나물은 볶을 때 들깨가루와 물을 섞어 넣고
호박나물은 새우가루를 넣어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고...
도라지는 소금물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데치듯 삶아
찬물에 씻어내면 쓴 맛이 없어지고..
고사리는 충분히 볶아야 쓴 맛이 나질 않아요. ^^
정월대보름의 별미 중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물어 먹는 부럼이죠~
호두나 밤, 은행, 잣 등의 견과류를 껍질째 단번에 깨물면
일년 동안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이가 튼튼해진다고 믿었는데요.
부럼으로 먹는 견과류는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먹거리라
심혈관계 질환의 개선이나 예방에 효과적이에요.
하지만 지방이 주성분이라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찌기 쉽고,
견과류의 불포화지방산은 영양가는 높지만
공기와 닿는 순간부터 산패가 시작되서 발암 물질을 유발하기도 하니까
소량씩만 사서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보관에 주의하셔야 한답니다.
어렸을 때... 명절이나 행사 있으면 이렇게 사람들 잔뜩 모여
풍악 울리고~ 달집이나 장작 태우고~ 손잡고 돌다가 넘어지고~ ㅋ;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참 좋았었어요.
요즘은 민속놀이체험하는 곳 가봐도 그때 그맛이 나질 않아
많이 서운하고.. 많이 그립고.. 아이들에게 괜히 미안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래도 이번 정월대보름엔
집에서 오곡밥에 묵은 나물, 부럼 실컷 먹고나면
보리밭 자근자근 밟아주고~ 엉성해도 연 만들어 날려보고~ 불붙은 깡통도 돌려보고~
휘영청 대보름 구경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