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돌이는 유기견 출신이었다.
7, 8년 되었을까.
억수같은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먹구름이 시꺼멓게 몰려오고 있는 그날 아침,
어느 집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걸
발견하여 구조하게 되었다.
처음에 본 깐돌이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형상이었다.
그동안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며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가 걸렸던 건지
온몸의 털이 다 빠져 듬성듬성 나있었고
턱은 누구에게 걷어차여 부상을 입었나 싶게
기형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발긋발긋한 피부병이 있었다.
일단은 직장 근무를 해야 해서
박스 안에 방석을 깔고 그 위에 눕혔는데
온종일 죽은 듯이 잠을 잤다.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할 것 같아
조퇴를 하고 나오는데 비가 오기 시작해
퍼붓더니 순식간에 빗물이 강물처럼 불어나
무섭게 도로를 흘러가고 있었다.
'이 조그만 아이가 하마터면
저 물살에 떠내려갈 뻔 했구나.'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깐돌이는 아주 작은 치와와였다.
병원에서 몇 가지 조치를 취하고
집에 데리고 와서도 며칠 동안은
계속 깊은 잠을 잤었다.
그동안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던 것처럼..
저렇게 작은 아이가 그래도
굳세게 목숨을 부지하느라 안간힘을
쓰며 살았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게 아려왔다.
험하게 살며 그렇게 된 것인지
깐돌이는 무척이나 사나웠다.
우리집 강아지 사월이, 시월이를
잡아먹을 듯 공격했었는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옛말이 이런 경우로구나 싶었다.
그리고 산책 나가는 것을 무척 무서워했다.
안고 다니면 괜찮아도
땅바닥에 내려놓으려 하면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며
다리를 오그리고 도무지 펴지를 않으려 했다.
나중에야 자연스럽게 산책도 다녔지만
한동안은 꼭 안아서 데리고 다녀야 했다.
버림을 당할 때를 기억해서 저러나 싶어
더욱 깐돌이가 안쓰럽고 애처로웠다.
한 번은 갑자기 내 손을 물었는데
너무 깊게 물려 검붉은 피가 솟아나고
어깨까지 저릿저릿하며 팔이 퉁퉁 부어올랐다.
여지껏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우면서도
한 번도 물려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일산병원 응급실로 가서
급히 주사를 맞고 돌아왔다.
늦은 밤중이었다.
돌아와 보니 깐돌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잠든 깐돌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그렇게 물어도 깐돌이가
전혀 밉지가 않아.
오히려 불쌍하고 너무 안쓰러워.'
'하나님도 이런 마음이시겠지?
내가 못나고 미운 짓을 해도
그 어리석음과 연약함을 가엾게 여기실 거야.'
그런 생각이 들며 눈물이 핑 돌았다.
6여 년을 나와 함께 살다가
2년 전 쯤 저 먼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우리 깐돌이...
어젯밤에는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그 특유의 사나운 얼굴이 너무 보고 싶었었다.
첫댓글 이놈이
깐돌이유~~
여기 치와와..
@무비 저놈
딱
군기잡는
야는 어때유~~
@민스 아무리 봐도 민스님 닮은 듯~ㅋ
@무비 사람과 사람에 정은
누군가 떠나는 사람이
정 떼고 떠나기에 잊기쉬운데
동물에 쏱은 정은 쉽게 떼이지 않어라
그래서 털 가진짐승에 정주지 말으란
이야기유~~
이놈이나 키위보실라우~
@민스 너무 귀여워요^^♡♡♡
키우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서...ㅠ
듬직하게 생겼네. 이야기 하긴 넘 조심스러워요. 이제 사월이 시월이도 그렇고 그리움만 간직하고 그만 놓아주어요. 헤어짐은 언제 어디서나 있게 마련이니....^^
가끔은 보고싶을 때가 있어요
@무비 그건 인지상정...울진 않기~^^
@퍼플 알겠어요~^^
문득 생각이 나네요.
사월아, 시월아~ 부르면
옆에서 친구가 놀렸었어요
명월이도 아니고 뭔 기생 이름 부르냐고~ㅋㅋ
@무비 그런 즐건 기억만 가슴에 담아유...^^
@퍼플 네...스승님^^
@무비 헐! 은제 내가 스승이 됐시유.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 바꾸지 말아유...ㅎㅎ
@퍼플 번갈아 가면서 해요~
인생 스승님이심^^
@무비 냥 친구로 갑시다~^^
@퍼플 그러게요~ㅋ
뭔가 복잡해짐
그냥 친구!^^
@무비 베프!!ㅎ
깐돌이에 대한 아련한 추억~~
무비님의 사랑많음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보낼 것은 과감하게 보내야만 합니다.
어쩌다 생각이 나요~
함께 13년 동거하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우리 뿌니가 그리워지는 아침 이네요
너무나 예쁜 아가네요.
공주같아요~
하굣길에 마중 나온
누렁이와 흰둥이가 생각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없어졌어요~ㅠ
아무래도 그시절 이맘때인 듯 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