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25767, 225774 판결
[매매대금·손해배상(기)][공2022하,1627]
【판시사항】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계약 해석의 방법
[2]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의사의 합치’의 정도 /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과 이에 따라 장래 체결할 본계약을 구별하고자 하는 의사가 명확하거나 일정한 형식을 갖춘 본계약 체결이 별도로 요구되는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한 합의가 있었음에도 법원이 매매계약 성립을 부정하고 매매예약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계약의 형식과 내용,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으면 된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과 이에 따라 장래 체결할 본계약을 구별하고자 하는 의사가 명확하거나 일정한 형식을 갖춘 본계약 체결이 별도로 요구되는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한 합의가 있었음에도 법원이 매매계약 성립을 부정하고 별도의 본계약이 체결되어야 하는 매매예약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105조 [2] 민법 제105조, 제56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8다275017 판결(공2021상, 861)
[2]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전 문】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원고(반소피고) 1 외 1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엽)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클로로플랜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광 담당변호사 노영록)
【원심판결】 대구고법 2022. 2. 16. 선고 2020나21214, 212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부분 및 반소에 관한 원고(반소피고)들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 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계약의 형식과 내용,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8다275017 판결).
나.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으면 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과 이에 따라 장래 체결할 본계약을 구별하고자 하는 의사가 명확하거나 일정한 형식을 갖춘 본계약 체결이 별도로 요구되는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한 합의가 있었음에도 법원이 매매계약 성립을 부정하고 별도의 본계약이 체결되어야 하는 매매예약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2. 사건의 경위와 원심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회사들과 주식회사 금강쏠라를 비롯한 15개 회사는 2017. 5.경 이 사건 토지를 사업지로 하는 태양광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2017. 7.경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15 지분씩 공유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 원고 1은 2017. 10.경 주식회사 금강쏠라로부터 이 사건 토지 공유지분 1/15을 전부 이전받았다.
3) 원고 회사들 등 위 15개 회사는 2017. 12.경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와 ‘이 사건 토지 및 위 15개 회사 양도양수에 관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하고, 같은 날 원고들 등 이 사건 토지 공유자들은 피고와 이 사건 토지를 매매대금 12억 원에 피고에게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도 작성하였다. 이 사건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토지 12억 원,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위 15개 회사 주식 12억 원, 주민동의 인수인계 3억 원, 총합계 27억 원
② 주민동의 부분은 이 사건 합의 이후로는 매수인이 승계하고 책임진다. 매도인은 민원해결에 적극 협조하고, 이미 지급한 민원 해결비는 매수인이 승계한다.
③ 이 사건 합의의 계약금은 5억 원으로 정한다. 이 사건 합의를 위반한 경우 그 위반자는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나, 잔금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매도인은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사건 합의를 해제할 수 있다.
④ 이 사건 합의 후 4주 안에 회사 양도양수에 관한 제반 서류 일체를 협의하에 진행하고, 잔금 지급은 70일 이내로 하되, 매수인은 잔금 지급 후 언제든지 등기를 이전한다.
⑤ 계약 세부사항은 소외인 법무사 사무소에서 계약 및 소유권이전등기를 한다. 위 내용을 가지고 계약서 세부내용을 작성하며 계약체결을 한다.
4) 피고는 원고들 등 이 사건 토지 공유자들에게, 2018. 1. 4.까지 5억 4,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마쳤으며, 2018. 3.경 추가로 6억 6,000만 원을 더 지급함으로써 합계 12억 원을 지급하였다.
5) 한편 피고가 위 가등기를 마치기 위해 작성한 매매예약증서에는 ‘2018. 2. 23.까지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잔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피고는 가등기를 해지한다.’라고 특약사항을 정하였다.
6) 피고는 2017. 12.경 이 사건 토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개발행위허가를 받으려고 토목설계 등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18. 1.경부터 원고 측에 ‘주민대표들과의 합의서 원본, 15개 회사 양도양수에 필요한 서류 등’을 요구하는 문서를 수차례 보냈다.
나. 원심은, ① 이 사건 합의에서 ‘이 사건 합의 후 4주 안에 회사 양도양수에 관한 제반 서류 일체를 협의하에 진행한다.’, ‘합의서 내용을 가지고 계약서 세부내용을 작성하며 계약체결을 한다.’라고 명시된 점, ② 이 사건 합의와 별도로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이 체결된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합의는 본계약이 아니라 장차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예약’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본소 주위적 청구), 이를 전제로 피고가 지급한 12억 원은 전부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의 매매대금이라고 판단하였다(반소 주위적 청구 중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부분).
3.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이 든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사건 합의에서 양도 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토지, 15개 회사 주식, 주민동의 관련 권리는 모두 이 사건 토지를 사업지로 한 태양광발전사업에 필요한 구성요소들이고, 위 사업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며 준비하던 피고로서는 이를 개별적인 거래 대상으로 삼을 이유가 없었다.
2) 이 사건 합의에는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어 있고, 잔금 지급시기 등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의무 이행 방법도 정하고 있다. 나아가 주민동의 관련 권리와 위험이 이 사건 합의로써 피고에게 이전한다고 정하였으며, 이 사건 합의에 대한 해제권을 유보하기 위해 전체 매매대금 27억 원의 20%에 가까운 5억 원의 해약금 약정도 두었다. 이러한 내용은 장래 본계약 체결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당사자들이 체결하는 매매예약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3)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서 작성이 이 사건 합의와 같은 날 이루어진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이 사건 합의에 따른 본계약 체결이었다기 보다는 이 사건 합의에 따른 당사자들의 의무이행에 불과하였다고 볼 여지가 더 크다.
4) 원심이 이 사건 합의를 예약이라고 판단하면서 들고 있는 이 사건 합의의 일부 내용은,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의무이행 과정에서 필요한 회사 양도양수 등에 필요한 서류 제공 절차나 갖추어야 할 형식적인 문서 작성 방법에 관하여 정하면서 다소 부정확한 표현과 문구를 사용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
5) 게다가 이 사건 합의 이후 작성된 매매예약증서 특약사항 내용은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전체 잔금 지급의무가 피고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정한 잔금 지급기일인 2018. 2. 23.은 이 사건 합의에서 정한 잔금 지급기일로서 ‘합의일로부터 70일째 되는 날’이다.
6) 위 15개 회사 주주들이 이 사건 합의에 반대하는 등 이 사건 합의 당시 본계약 체결에 이르기 어려웠다는 사정도 찾을 수 없고, 향후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도 없다. 피고가 당초 원고 측에 요구한 사항은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이행청구였고, 별도의 나머지 본계약 체결을 요구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이 사건 합의가 장차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예약에 불과하다고 단정하여 이를 전제로 원고들의 본소에 관한 주위적 청구 및 피고의 반소에 관하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매매계약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원고들의 본소에 관한 주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본소에 관한 예비적 청구 부분 역시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해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부분 및 반소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