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 있는 마포중학교 운동장에서 해군사관학교 럭비팀과 시합을 한 일이 있다. 해군사관학교 초청으로 당시 부산에 있던 우리 럭비협회에선 한 팀을 구성하여 마산으로 내려갔다. 시합엔 협회 측이 졌지만 그날 밤 상호구락부에서 열린 번화하던 주연(酒宴)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 우리 일행은 마산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배로 부산으로 향했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마산 앞바다의 아름다움. 산록에 깊이 드렁 있는 맑고 새파란 바다, 그 바다에 무수히 떠 있는 어란(魚卵), 술이 아직 깨지 않은 흐린 눈에 비쳐 오르던 아침 햇살. 그리고 가도 가도 해초(海草)가 무성한 낮은 바다. 그러한 해초원에 떠서 나는 이러한 시절에 누워 있었다.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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