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마지막에 "i am sam"이라는 자막으로 막을 내린다.
왜 "I am Sam"이 아닐까... 이 문법에 맞지 않은 표기를 통해 영화는 질문을 던지고 다시
한 번 영화를 되새기게 만들고 있다.
두 개의 세계
영화 "i am sam"에서는 두개의 세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나는 주인공 샘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샘의 재판을 맡은 변호사 리타의 세계이다.
샘은 정신지체장애로 지능이 7살에서 멈춰버렸다. 그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서빙을 한다. 영
화 첫장면에서처럼 그는 항상 설탕 프림 봉지들을 색깔별로 종류별로 정리한다. 손님들에게
는 항상 "탁월한 선택입니다"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에게 세상은 그리 넓지 않다. 7
살짜리가 집이 전부이고 부모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듯 샘에게도 일,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이 세상의 전부인 셈이다. 그는 항상 본대로 느낀대로 생각한대로 말한다. 그래서 그에
게 거짓말이나 장식으로 치장된 말은 너무나 힘들다. 그런 것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리타는 성공한 변호사이다. 멋진 사무실을 가지고 있으며 늘 바쁘기에 성능좋은 포르
쉐 오픈카를 타고 다닌다. 그녀에겐 수영장이 있는 멋진 저택이 있으며 그녀 말에 쩔쩔매는
비서가 있다. 항상 몇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의뢰인이 와도 생각의 반쪽은
처리해야 할 다른 일들에 대한 계획으로 가득차 있다. 끊임없이 전화가 오고 또 그들의 마
음을 상하지 않고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때로는 원활한 일 진행을 위해 거짓말을 항상
준비해 두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것들을 잘 해 나간다. 그녀는 영리(smart)하기에...
우리는 영화 전편에서 샘의 세계로 대변되는 세계와 리타로 대변되는 세계를 본다. 샘의 세
계는 존재, 있음 그대로의 있음, 내면, 감성의 세계이다. 반면 리타의 세계는 당위, 있어야
할 것들, 지능, 지식, 논리, 이성의 세계이다. 현실은 리타의 세계가 주류인 것처럼, 그것
들이 세상을 이끌어 가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효율이 중요하고 돈이 문제가 된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기 위해선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고 상대방도 그것을 알고 미리 계산에
넣어두고 있다. 그것은 암묵적인 약속인 셈이다. 검사도 샘을 감정한 정신과 의사도 모두
리타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다.
두 세계의 벽
이 두 세계에는 거대한 벽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언어의 장벽이다. 두 세계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샘의 언어는 있는 것들의 언어이다. 그는 항상 느낀대로를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말
한다. 그에게 말이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일뿐이다. 생각의 결과요 느낌의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거짓말이 필요치 않다.
반면 리타의 언어는 있어야 할 것들의 언어이다. 그녀에게 있어 말은 일의 진행의 한 과정
이다. 그녀에게 느낌이나 생각의 표현으로서의 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
은 그 말을 함으로써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다른 사람이 무엇을 느끼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에게는 많은 거짓말들이 필요하다. 남편이나 고객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
녀는 여러가지 핑계를 대고 거짓말을 한다. 그녀에게 있어 말은 결과가 아닌 수단인 것이
다.
이 두 세계는 서로 소통하기 어렵다. 언어가 다르기에... 같은 영어를 쓰고 같은 단어를 사
용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루시를 낳은 레베카는 아무말 없이 샘을 떠난다. 그녀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샘과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어떤 말을 한다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샘의 딸 루시는 이제 곧 8살이 된다. 8살짜리 딸에게 7살짜리 아버지는 불행한 일이라고 세
상은 생각하고 있다. 7살짜리 지능을 가진 아버지와 함께 살면 루시역시 7살짜리에서 성장
이 멈춰버릴 것을 세상은 친절히 걱정해 준다. 그래서 법원은 루시가 새로운 양부모에게 맡
겨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의 언어로서는 그것이 정의요 진리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샘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에게 전부였던 가족... 루시와 왜 떨어져야 하는지
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상황을 이해할 수조차 없는 샘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래서 그는 판사의 말대로 변호사를 찾는다. 그가 찾은 것이 바로 리타... 그러나 샘을 만나
서 그의 행동과 말을 들은 리타는 자신이 그 일을 맡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도대체 말도
통하지 않고 게다가 돈도 되지 않을게 뻔하기에... 그녀는 샘에게 자신이 그 일을 맡을 수
없으니 친구를 소개시켜 주겠노라고 완곡하게 거절을 표한다. 그녀가 늘 그래왔듯, 그녀의
언어로 말한다. 그러나 샘은 그런 숨은 뜻을 알지 못한다. 샘의 언어에는 숨은 뜻이란 것은
없기에... 그래서 그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매일 그녀를 찾아가 소개해주기로 한 친
구와 연락이 됐냐고 물어본다. 이제 샘은 리타에게 있어 그야말로 골치거리가 된 것이다.
루시의 입양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정에서 우리는 그 언어의 벽을 적나라하게 본다. 왜
같이 살아야 하느냐에 대해 샘은 자신이 루시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검사는 경제적
인 능력이 되느냐, 7살의 지능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교육시킬 것이냐고 묻는다.
같은 질문에 대해 두 세계는 서로 다른 언어로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different or wrong?
다른 언어의 두 세계는 지루하게 대립을 계속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의사소통의 실마리를
루시의 말에서 이미 보게 된다. 루시는 아버지가 다르다(different)고 말한다. 샘을 본 루
시의 친구는 샘이 모자라다(stupid)라고 말한다. 그러나 루시는 샘이 다른 아버지와 다르다
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틀리다(wrong)와 다르다(different)라는 말을 같은 말로 알고 사용한다.
하지만 틀리다에는 가치 판단이 들어있다. 맞는 것은 옳은 것이고 좋은 것이라는 뜻이, 그
리고 틀리다에는 옳지 않아 나쁜 것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러나 다르다에는 이런 가치
판단이 들어있지 않다. 같지 않은 것을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영화속 두세계를 보면서 두세계의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보게 된다. 리타의 세계
는 샘의 세계를 틀리다고 본다. 정상이 아니며 멍청하며 모자라며 부족한 것으로 본다. 그
래서 그들은 루시를 돕는다고 생각하고 고통에서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샘의 지
능을 문제삼으며 경제적 무능력을 걱정한다. 그들에게 관심사는 루시가 어떻게 하면 자신들
과 같은 정상(normal)적인 삶을 살게 해 줄 것이냐는 것이다. 그들은 샘이 비정상
(abnormal)적이며 부족하고 무능하고 그래서 틀린(wrong)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샘은 그런 방식으로 자신과 다른 세계인 현실을 보지 않는다. 그도 세상이 자신과
다름을 느끼게 된다. 딸 루시와의 대화를 통해 이제는 확실히 그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항
상 같은 삶을 산다. 같은 식당을 가고 같은 요일에 같은 친구들을 만나 같은 일을 한다. 갓
난아이인 루시가 밤에 깨어 울자 처음에는 어쩔줄을 몰라한다. 그러나 옆집 애니가 가르쳐
준대로 그는 루시를 훌륭히 키워낸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 왜 다르냐고 의문을 갖지 않
는다. 세상이 자신과 같은 방식일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과는 다른 세상 속에서
자신과 같은 것들을 찾아낸다. 같은 식당, 같은 친구, 같은 일... 그렇게 그는 세상에 적응
해 가는 법을 찾아나가고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왜 너희는 나와 다르지 않냐고 묻지 않
고...
두 세계의 소통
단절된 두 세계의 소통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인다. 한 컵에 담긴 물과 기름처럼 서로 이질
적인 두 개의 세계는 그저 함께 있을뿐 서로 섞이지는 못한다.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존재
한다. 서로에게 별로 불편느끼지 않으며...
그러나 루시로 인해 두 세계는 서로의 소통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제서야 서로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지만 소통은 힘들게만 느껴진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영
화는 루시와 리타를 통해 두 세계 사이의 의사 소통의 방법을 보여준다.
루시는 정상적인 아니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영리한 아이지만 샘의 세계에 속한 사람이다.
역시 7살 짜리이기에... 루시는 샘의 언어를 이해한다. 의사소통의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
나 그녀도 이제 곧 8살이 되고 아빠와 다른 언어가 있음을 조금씩 알게 된다. 아빠와 다른
언어가 있다는 것... 그것은 그녀에게 충격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루시는 8살이 되기를
의식적으로 거부한다. 7살의 언어를 잊어버릴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아빠와 의사소통이 막
히게 될까 두려운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방식으로 세상언어들에 대해 아빠를 변호한다. 그
러나 아직은 어린아이... 세상의 언어를 다 습득하지 못한 그녀로서는 샘을 변호한다는 것
은 아직은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반면 리타는 샘과 다른 언어를 쓰는 세상에 속한 사람이다. 그녀에게 샘의 언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샘의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그녀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
이 인색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억지로 샘의 무료변호를 맡게 된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그녀가 샘의 세계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본다. 그녀에게 샘은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며 때론 필요한 선의의 거짓말조차 할 줄 모르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처음 변론에서 그녀는 그녀의 방식으로 샘을 변호한다. 지능이 낮은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논리는 논리에 다시 공
격당하고... 그녀에겐 이제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리타에게 변화가 생긴다. 처음에는 샘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며 샘을 분석하지만 시간
이 지나면서 그녀는 그녀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보게 된다. 당연히 샘은 불쌍
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자신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달아 가게 된다. 처음
에는 샘을 바꾸려고 애쓰지만 정작 자신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던 가치들... 돈, 직장, 명예, 사회적 인정... 그리고 그런 것들을 위해 희생했던
하나뿐인 아들, 그리고 딴 여자와 놀아나는 남편...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었다.
그것을 위해 그녀는 가족을 희생하고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나 그녀가 추구한 것은 진정한
완벽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의미의 그저 남보
다 나음의 의미였을 뿐이었다. 샘이 리타에게 완벽하다고 말하자 리타는 샘에게 울부짖는
다. "나도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남편이 나보다 '더 완벽한' 여자랑 놀아난
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다"라고. 그녀에게는 남편과의 사랑도 자신의 완벽함을 증명하
는 수단일 뿐이었던 것이다.
샘의 세계를 발견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리타는 많은 갈등과 아픔을 겪는다. 자신을 깨
고 이제껏 추구해왔던 것들을 버려야 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그녀는
결심을 하게 된다.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호화로운 저택을 버린다. 그녀는 바뀌기 위해 깨
어나기 위해 기꺼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제 그녀는 샘의 언어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
이 된다.
결국 루시는 샘과 루시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 양부모의 도움으로 같이 살게 된다. 영화 마
지막 장면에서 샘은 루시를 껴안고 야구장을 달려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 뒤를 따른다.
영화 중간중간 샘이 책 읽는 장면에서 자막은 "i am am"에서 "i am sam"으로 바뀐다. 이것
은 샘이 자신을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저 있는 것이다. am은 그저 존재함
(exist)일 뿐이다. 샘이란 이름도 그저 세상이 부르는 이름일 뿐이다. 샘은 자신이 세상이
부르는 이름 샘 이전에 이미 나 샘으로 있음을 알고 있다. 샘은 딸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이
름 붙인다. 자신이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던 비틀즈의 노래 가사를 따 이름을 짓는다. 샘에
게는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부르건 그 본질은 샘 속에 이미 있는 것이므로... "I
am Sam"은 세상이 말하는 방식이다. 나는 유일하므로 그래서 특별하므로 " i "라 쓰지 않고
" I " 라고 쓴다. 이름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같은 이름이 있을지라도 여전히 특별한
나이므로 " Sam"이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샘의 세계는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인 세상이다.
그렇기에 내가 너와 다를 것이 없고 "you"와 다를 것 없는 " I "는 " i " 가 되는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i am sam"이라는 자막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느 세계에 살고 어느 세계의 언어를 쓰는가...
어느 세계가 옳은 것이고 어느 세계가 틀린 것인가를...
당신은 당신과 다른 세계와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있는가를...
첫댓글 푸하... 언제 왔다 갔소? 정치공부 좀 하느라고 이 득득 갈고있는 새 왔다 간 모양인데...... 뭣좀 검색하기 위해 인터넷에 들왔다가 습관적으로 그냥 난정뜨락에 오니 그대가.... 아임 샘.... 좋네... 나도 저런 거 좀 퍼다 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