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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엄마 찾아 삼만 리
1846년 10월21일 이탈리아 아동문학가 아미치스가 출생했다. 이탈리아 독립전쟁에 포병으로 참전했던 아미치스의 대표작은 40세에 출판한 동화집 `쿠오레(Cuore)`다.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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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년 10월21일 이탈리아 아동문학가 아미치스가 출생했다. 이탈리아 독립전쟁에 포병으로 참전했던 아미치스의 대표작은 40세에 출판한 동화집 '쿠오레(Cuore)'다. 이탈리아어 Cuore는 우리말로 심장 또는 마음을 가리킨다.뜻풀이를 해도 여전히 아미치스 동화집의 'Cuore'라는 제목은 성큼 기억 속에 되살아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Cuore가 '심장'이나 '마음'으로 번역되지 않고 '엄마 찾아 삼만 리'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아, 엄마 찾아 삼만 리!'엄마 찾아 삼만 리'는 아미치스의 단편 '아펜니노 산맥에서 안데스 산맥까지'를 한국어로 옮길 때 붙인 번역명이다. 이 동화는 초등 4학년 엔리코가 학교와 집에서 겪었던 일들을 일기로 적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엄마 찾아 삼만 리'는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중의 하나다. 제노바에 사는 소년 마르코의 어머니는 아르헨티나로 간 지 2년이 넘었는데 소식이 끊겼다. 마르코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엄마를 찾으러 출발한다.엄청난 불안 속에 대서양을 건너 이윽고 27일 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다. 여기 묻고 저기 알아보지만 엄마는 없다! 마르코는 낙망하지 않고 기운을 되찾아 엄마의 자취를 수소문한다.마르코는 두 달 이상 낯선 땅,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속을 헤맨다. 지갑을 도둑맞고, 결국 탈진한다. 캄캄한 숲속 시냇가에 쓰러져 뒹굴고 마는 마르코….마르코의 고초는 관용적 표현을 빌리자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애잔한 여정의 연속이다. 그래도 우리는 모두 마르코의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이동에 동행해 함께 웃고 함께 웃는다.우리가 '엄마 찾아 삼만 리'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고향'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품속에서 보낸 유년기는 햇살이 따스하고 바람이 온유했던, 사람의 생애에 다시 없는 평화 시대이기 때문이다.그 점에 대해서는 김소월이 아주 간명하게 말해준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어머니는 위안이다. 어머니는 자연이다. 시기와 경쟁이 없는 원시공동체의 상징이다. 마르코가 온갖 고생을 하는 것은 어머니가 도시 생활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흔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최대한 자연을 닮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