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은 물론 세계의 언론들로부터 스타를 능가하는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지난 달 루퍼트 머독(82) 뉴스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웬디 덩(44)이다.
이혼 사유에 대해 토니 블레어(60) 전 영국 총리와, 테크놀로지 기업 CEO와의 불륜설이 나오는가 하면, 덩이 중국의 첩보원으로 활동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억측에 웬디 덩은 침묵으로 일관해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머독 회장과의 이혼으로 받을 위자료가 조 단위가 될 것이며,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지위와 유명세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968년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공장 관리자로 일하는 아버지의 4남매 중 세 번째 아이로 태어나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38살 연상의 억만장자와 결혼, 오늘에 이르기까지 웬디 덩의 삶을 통해 신데렐라가 되는 비결을 조명해본다.
- 사진 = CCTV 유투브 캡처
1. 뛰어난 전략가가 되라
웬디 덩이 부모의 후광 없이 온전히 본인의 머리에서 나온 지략을 이용해 성공했다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서태후’라는 별명이 말해주듯이, 그는 원하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얻어내고야 마는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여성이다.
1985년 16세의 나이에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대에 진학했으나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중국에서 의사에 대한 처우는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1987년 미국에서 중국으로 파견 온 한 냉장고 회사 직원 제이크 & 조이스 체리 부부를 만나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학교를 그만둔다. 의사의 꿈을 접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다. 이듬해 가족처럼 지내던 체리 부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미국 학생비자를 얻고,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로 유학을 떠났다.
스폰서였던 부부의 집에 살면서 학교를 다니던 그는 부인 조이스에게 사진 한 장이 발각되면서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덩이 만 18세 때 제이크와 중국의 한 호텔방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덩이 스폰서 부부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부부는 이혼을 했고, 20대 초반의 덩은 53세의 스폰서와 결혼했다. 그러나 덩의 첫 결혼생활은 2년 뒤,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직후 끝났다. 정략적 결혼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대목이다.
언론사 인턴 사원이 언론재벌과 운명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전략 덕분이었다. 머독이 경영하는 홍콩 스타TV에 인턴으로 들어간 그는 1997년 머독이 한 파티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초대장도 없이 행사장에 찾아갔다. 그리고 일부러 머독과 부딪혀 와인잔을 쏟게 한 뒤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쳐 미디어 황제의 환심을 얻는다. 이후 당시 중국 진출을 모색하던 머독의 베이징과 상하이 출장 길에 통역을 맡게 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1999년 31세이던 웬디는 머독이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한지 3주 만에 그와 뉴욕에서 초호화판 선상 결혼식을 올린다.
머독 회장이 보관해둔 냉동정자를 이용해 낳은 두 딸들에게 뉴스코퍼레이션의 경영권 참여를 가능하게 한 데서도 덩의 기지는 힘을 발휘했다. 머독의 둘째 부인 안나는 이혼 조건으로 뉴스코퍼레이션의 경영권을 기존의 자녀 네 명에게만 줄 것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에 격분한 덩이 머독을 조종해 네 명의 자녀에게 각각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배상하면서 이 조건을 무효화시킨다.
2. 똑똑한 여자가 이긴다
웬디 덩은 현대판 신데렐라의 조건이 젊음과 미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그가 미국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체리 부부를 만나 야무지게 영어실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재학시절 그는 상위 1%에 드는 우등생이었고, 졸업 후엔 예일대학에서 MBA를 받았다.
우수한 두뇌에다 영어와 중국어, 광둥어까지 능통한 어학실력으로 스타TV에 입사했고, 머독이라는 세계적인 거물을 만날 기회를 잡았다. 머독과 연인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덩이 뉴스코퍼레이션의 중국 진출을 도울 수 있는 인재였기에 가능했다.
실제 그는 뉴스코퍼레이션의 사업적 성공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스타TV에서 일 할 당시, 스타TV와 음악채널 ‘채널V’의 중국 진출을 도왔고, 마이스페이스 중국의 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영화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2011년 전지현이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 제작에 참여하는 등 미디어 업계에서 능력을 펼치고 있다.
젊음과 미모는 세월과 함께 퇴색하기 마련이지만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억만장자와 이혼한다고 해도 덩의 커리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신데렐라의 위상은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3. 솔직함과 열정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루퍼트 머독의 전기 작가인 마이클 울프(Michael Wolff)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덩과 블레어 전 총리가 가까운 친구 사이인 것은 맞지만 두 사람이 반드시 불륜관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정말 솔직하다. 블레어와의 우정에 대해서도 너무 솔직해서 머독의 자서전을 집필 중이던 내게 블레어와의 인터뷰를 주선해주며 책에 블레어를 등장시키게 했다”고 덧붙였다.
울프는 또, “덩은 누구라도 거절하기 힘든 여자다. 성적으로 매력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솔직함과 무엇을 하든 정말로 즐기는 열정 때문이다. 그녀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접근하면 반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묘사했다. 남자들의 환심을 사려면 내숭과 소극적인 성향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4. 도덕성은 휴지통에 넣어라
신데렐라의 꿈을 이룬 웬디 덩의 삶은 한마디로 막장 드라마 여주인공을 방불케 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배은망덕하게도 은인의 가정을 파괴했고, 영주권을 얻은 뒤 불과 7개월 만에 2년 7개월의 짧은 결혼 생활을 끝내버린다. 하지만 후일 첫 남편은 결혼 후 덩이 데이비드 울프라는 또래의 남자와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실제 덩과 함께 살았던 기간은 4~5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최고위층과의 결혼 역시 가정파괴를 통해 이룬 성취(?)였다. 38세 연하의 동양 여인에 빠진 머독은 30년 넘게 살아온 부인 안나와 이혼하고, 수주 만에 뉴욕 선상에서 초호화판 결혼식을 올렸다. 머독과 결혼한 이유에 대해 덩은 “오직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신뢰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머독의 가족들이 덩에 대해 ‘흉계를 품은 여자’, ‘트로피 와이프(나이 많은 남자의 젊고 매력적인 아내를 못마땅하게 표현한 말)’라고 부를 정도로 그의 결혼은 언제나 야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