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숲
살다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삶에 공허감을 느끼거나, 넓은 대양에 외로이 떠있는 섬과 같은 생각이 들 때나, 이 팍팍한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확인 하고 싶을 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이 자기만의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다.
홀로 아니면 누구와 같이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를 불러내 재즈가 가냘프게 내리는 찻집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내리를 비를 바라보고, 진한 향기가 나는 커피를 마셔가며 멀어져간 사랑을 끄집어내 수다를 떨거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선술집에서 한잔 두잔 술잔을 기울이다 쓰러진 술병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이든 술잔을 밤새 기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 같이 술 담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선전 포고도 없이 무작정 가출하듯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차는 곤지암을 향해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었다. 창문을 스쳐지나가는 외로운 것들을 흘깃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이렇게 삶의 길목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늘 행복하고, 늘 고통스럽다면 인생이야 말로 억수로 재미없는 것이고. 그래서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을 좋게 받아드리고 있다. 그러나 고통이 수반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 앞에 방황하지 않고 당당히 서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보편적인 삶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사는 것은 그 자체가 즐거운 화두인 것이다. “외로움이 찾아 올 때 우리 인생에 가장 고귀한 시간이다.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외로움을 안고 도착한 곳은 LG그룹에서 운영하는 “화담숲”이라는 곳이다. 경기도 광주에서 가까운 곤지암에 있다. 화담숲이 어떻게 조성되고 구성되어 있는지 보다는, 화담숲이라는 단어에 이끌려서 오게 되었다. 이곳에 오면 나뭇잎과 나뭇잎이 서로 얼굴을 비비는 진실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 이야기 속에서 마음의 풍경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산속으로 난 길을 다라 한참 올라오다보니 여기에서도 하얀 아파트들이 줄줄이 보였다, 리조트, 콘도라고 부르는 건물들이다. 도심에서 가깝고 산새가 좋은 곳에는 이러한 건물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편리함은 우리에게 무엇을 잃게 하는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채 골프장, 스키장 ……
겨울엔 스키장으로 이용하고, 봄, 여름, 가을엔 힐링(몸과 마음을 치유) 할 수 있게 조성된 숲,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남쪽 경사면에 인위적으로, 그들 나름대로 만들어 놓았다. 이곳을 세운 목적을 동판에 이렇게 새겨 놓았다.
‘‘자연을 벗하는 것만큼 몸과 마음에 좋은 약이 있을까요. 나무의 이야기, 새의 노래는 빌딩숲에 사는 우리들에 얼마나 “그리운” 것들인가요. “화담숲”은 자연 속에서 정답게 이야기 나무며 자연을 감상하고 배우며,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곳,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가 되살아나는 곳.“ 이라고,
내 생각과 일치된 내용이 한껏 들어 있어 더 할 말은 없으나 “있는 그대로와 인위적인 것” 과의 차이는 엄연히 다르다. 하나 그들은 개발이라는 명칭을 조성이라는 단어로 잘 합리와 했다. 곤드라를 타고 정상부근을 향해 오르는 중 자연의 바람 속으로 내 숨을 하나 던졌다. 이 숨 하나가 나뭇잎 하나에 솜털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아직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십여 년 아니 그 이상은 돼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담숲” 숲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조용히 자신과 또는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다. 현대의 복잡하고 난해한 생활 속에서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을 때 이곳에 와서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화두가 떠오르지 않을 때, 이 그룹 회장은 자연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조금이나마 그 깊은 뜻을 찾으리라, 하는 생각으로 이 공원을 조성하지 않았나 나름대로 생각을 펼쳤다.
9부 능선부터는 아직 미개발 자연 그대로 이고 그 이하 약 7부 능선까지는 한 3~40년 되는 소나무들을 이식해 놓았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와이어를 이용해 서로 붙잡아 고정해 놓은 상태였다. 요리조리 꼬불꼬불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분재전시장 방불케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먼 과거 전장이 끊일 날이 없었던 중국에서 여자들이 귀해 시집오면 도망 갈까봐 아주 작은 나막신을 강제로 신켜 발을 작게 만들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봐가 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또 한 예로 내가 한창 야생화에 빠져 있을 무렵 양재동 분재집 사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 인데, 이 사장님이 답례로 어느 한의사님에게 분재를 선물 했더니 한의사에게 호통을 되게 맞았다고 하면서 그는 너스레를 떨었다. 말은 즉, 나무를 어떻게 못살게 했으면 이 모양 이 꼴이 됐냐고, 이 나무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겠냐고, 선물로 주지도 못하고 되려 호통만 맞았다고, 결코 웃지 못 할 일이 생각났다.
“화담숲”길을 천천히 되도록이면 말을 아껴가면서 입구까지 왔다. 그러나 자연과 화담을 나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인내와 노력, 깊은 수양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나는 언제쯤 자연스럽게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나뭇잎들이 내는 소리들이 꽃비처럼 내 몸으로 내리고, 잎을 타고 뛰어노는 바람을 폐부로 끌어 들일적마다 외로움은 발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외로움이란 슬프거나, 고독하거나, 쓸쓸하거나 허전하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관념이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 할 수 있겠지만, 외로움은 마음 한 구석이 야구 글러브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무념의 조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7.07.10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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