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대통령이 청화대를 떠나는 날인 24일 오후 2시 30분 과천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부산 아·태 장애인경기대회 및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유공자 훈·포장 전수식이 열렸다 ⓒ 김진석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날인 24일 오후 2시 30분 과천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부산 아·태 장애인경기대회 및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유공자 훈·포장 전수식이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훈장이 수여된
것.
이날 전수식에서는 보건복지부 김성호 장관이 단상 밑으로 내려가 일일이 선수들에게 훈장을 달아줘 눈길을 끌었다.
전수식에서는 지난해 10월 열린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에서 사격 5관왕에 오른 심재용 선수가 체육훈장 거상장을 수상했으며,
안명훈(보치아), 고희숙(양궁), 김영건(탁구), 이용로(휠체어테니스), 한상민(스키) 선수가 체육훈장 백마장을 수상했다. 또한 이들을 포함
금·은메달 수상자와 지도자 총 152명이 훈·포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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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지만 청와대에서 직접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민의례에 이어진 경과보고에서 국가대표팀 홍양자 선수단장은 "88년 이후 4년만에 열린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장애인 스포츠의 위상강화 및 국위선양을 한 장애인 선수들을 격려한다"며 "그 유공자를 선정 포상함으로써 장애인 스포츠가
활성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훈·포장 및 표창 전수식에 이어 격려사에서 김성호 장관은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대통령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고, 그에 따라 금년 예산을 대폭 확대할 수 있었다"며 "뿐만 아니라 경기도 이천에 장애인 스포츠 종합훈련시설 건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장애인 선수 연금확대 지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지원확대 방안을 내놨다.
복지부의 지난
해 장애인 스포츠 관련 예산은 8억원. 하지만 올 해 예산을 28억으로 늘려 국제경기 출전 선수 지원, 생활 체육지원, 경기연맹 예산 지원 등에
분배 집행토록 했다. 또한 복지부는 지난 해 12월 말 경기도 이천시 도암리 부지를 확보, 올 해 구체적 계획을 세운 뒤 장애인 스포츠
종합훈련시설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선수 연금지급 확대와 관련, 복지부는 문화부와 협의 끝에 월드컵 잉여금 중 150억원을
문화부에서 배분받을 것으로 약속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50억원의 국고를 받아 200억원을 장애인 선수 연금 확대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은 올림픽과 세계농아체육대회 메달 외에는 연금을 지급 받지 못했다. 만약 연금 관련 예산이
마련되면 다른 국제대회 메달획득에 까지 연금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수들과 선수단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런 안을 신뢰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전수식이 끝난 뒤 한 선수는 "훈장을 받은 것은 기쁘지만 아직까지 우리를 위해 이뤄진 것이 거의 없다"며 "우리들이 작년 여름
크게 들고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나마 이 정도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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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말 장애인 선수들은 장애인
스포츠 관련, 전반적인 제도개선과 활성화 대책 및 국가대표선수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선수촌 입촌 거부 등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여자 골볼팀을 이끌고 금메달을 획득한 차현화 코치는 "연금 인상 등 많이 나아졌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장애인
스포츠 관련 정책을 평가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 김병영(휠체어 탁구) 선수는
"일단 믿고 기다려봐야겠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직 뭐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골볼 금메달로
체육훈장 기린장을 받은 이현숙 선수는 "오늘 훈장 받은 것은 기분이 좋다"면서도 "대통령 훈장이나 표창은 청와대에 직접 가서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보면 이것도 차별이 아닐까"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애인 체육, 장애인 마인드 가진
복지부가 담당해야"
전수식이 끝난 뒤 김 장관은 최대 화두로 떠오른 '장애인 스포츠 책임 부서의 복지부에서 문광부로
이전'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김 장관은 <오마이뉴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스포츠를 문화관광부로 옮겨 잘
할 수 있다면 복지부로서는 일손도 덜고 좋지 않은가"라며 "하지만 누가 장애인을 위한 마음을 더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장애인 관련
업무는 '눈물겨운 투쟁'"이라고 말해 복지부에서 장애인 스포츠를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지금까지 장애인 스포츠 관련
업무는 복지부에서 맡아 왔다. 이유는 장애인 스포츠를 장애인 재활 개념으로 봤기 때문. 하지만 이번 인수위 최종안에는 문화관광부 내
복지스포츠과를 둬 장애인 스포츠를 담당케 한다고 나와있다.
또한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에서 만난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문광부로
옮겨 엘리트 스포츠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실질적으로 장애인 스포츠 예산 집행을 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관계자는 "장애인 올림픽은 복지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미국이나 러시아보다 복지 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 성적이 좋기
때문"이라며 "우리 나라 선수들이 시드니 올림픽에서 9위를 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전반적인 장애인 복지
수준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스포츠 수준도 올라야 한다는 것.
이어 그는 "장애인 선수들은 그래도 혜택받은 분들이다. 장애를 겪으면서
더 힘들게 사는 분들이 더 많다"며 "장애인 선수들에게만 도움을 준다면 형평성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도 "장애인에 대한 마인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장애인 스포츠는 장애인 복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복지부에서 계속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복지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체육 정책 입안에 참가했던 인사는 "일단 장애인
스포츠 담당 부서는 복지부에서 문광부로 옮겨야 한다"며 "지금까지 복지부에서 장애인 스포츠는 항상 뒷전이었다. 작년 이·태 장애인 경기대회 때
이미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한 선수도 "우리는 재활과 적응이 끝난 상태"라며
"선수로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그만큼 우리를 선수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복지부에서 문화관광부로 책임 부서를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첫댓글 남북정상회담과 외환위기 조기탈출, 노벨평화상 수상 등 대통령님의 업적이 많지만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그동안 소외받았던 장애인들이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로부터 눈에 띄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