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영등포 대원사
 
 
 
 

회원 알림

 

회원 알림

다음
 
  • 방문
  • 가입
    1. 딸기공주
    2. 별똥별
    3. white
    4. 최승자
    5. 진 프릭스
    1. 임윤경
    2. 진공
    3. 연꽃나라8
    4. 동해
    5. naturalDO
 
 

최근 댓글 보기

 
최신 댓글이 없습니다.
 
카페 게시글
법문 스크랩 [지명스님의 無] 공주의 신분
이슬(신행화) 추천 0 조회 3 13.01.17 07:1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명스님의 無] 공주의 신분

 

 “부처님처럼 행동하면 그대로 부처님”

 

 

고정없고 누구나 귀한 본성 있어

 

  몇생 한줄기로 잇는 스토리 필요

 

 

유선방송을 통해서 “카라부 공주(Princess Caraboo)”라는 영화의 뒷부분을 본적이 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스토리는 대충 이렇다. 영국의 한 도시에 미모 묘령의 처녀가 검은 터번을 두르고 나타난다. 영어를 모르는 시늉을 하면서, 이상한 언어를 사용한다. 그 도시의 한 유력가 부인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간다. 손짓 발짓의 의사소통 과정을 거쳐서, 통역가는 그녀가 섬나라인 자바수(Javasu) 왕국의 공주인데,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끌려 다니던 중, 마침 항구에 도착해서 해적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도망쳐 나왔다는 줄거리를 전한다.

 

그녀의 행동거지는 진짜 공주처럼 품위 있고 고상하고 신비롭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녀의 소문은 계속 퍼져 나간다. 마침내 왕자까지 그녀를 파티에 초청하고 같이 춤을 춘다. 그런데 한 기자가 그녀의 신분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뒷조사를 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고아원 출신이다. 가짜 공주라는 것이 온 세상에 드러날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에 대해서 조사하던 기자는, 그녀의 상상력을 높이 평가한다. 어린 나이에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진짜 공주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어려운데도, 그녀는 능히 해 낸 것이다. 기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신분이 공개되고 처벌받기 전에, 그녀를 데리고 남들이 알지 못할 곳으로 옮겨가서 둘이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가수 박상민이 ‘박성민’이라는 예명과 ‘박상민’이라는 이름을 번갈아 쓰면서, 자신을 사칭하고 밤무대에서 일하는 모창(模唱)가수 임모 씨를 고발했다고 한다. 인기 있는 가수의 노래를 모방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모창가수는 한두 명이 아니다. 나훈아를 모방하는 ‘너훈아’, ‘나운아’, ‘나운하’ 조용필을 모방하는 ‘조영필’, ‘주용필’ 패티김을 모방하는 ‘패튀킴’ 등이 생각난다. 패티킴은 자기를 모방하는 가수와 함께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자비를 베풀기도 했다.

 

그런데 박상민은 자신의 얼굴을 아주 일부분만 보여준다. 모자를 쓰고, 안경을 끼고, 턱수염을 길렀으니, 대중이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양쪽 뺨 정도이다. 자신을 사칭하는 사람들이, 변장하기 쉽도록 배려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검찰청에 출두했을 때, 진짜 박상민과 모창가수의 외모를 보고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모창가수가 무대에서의 퍼포먼스와 립싱크를 너무도 잘해서 대중들은 그를 진짜로 알고, 그에게서 사인을 받을 정도였다.

 

<법화경> ‘신해품’의 ‘장자궁자’ 즉 ‘부자 아버지와 거지 아들’의 비유에서는, 앞의 두 예와는 정반대의 장면이 펼쳐진다. 부자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외국 여행을 하던 중, 아들을 잃어버렸다. 아들을 찾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허사였다. 긴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한 거지 청년이 일거리를 얻기 위해서 저 부자의 집에 들렀다. 아버지가 자세히 보니 자기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즉각 그 청년이 자기 아들임을 밝히려고 했지만, 그 거지는 겁이 많아서, 잘못하면 도망쳐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처음에 똥치는 일부터 시작해서 차즘 진급시키고, 마침내는 금고 열쇠도 맡기고, 임종할 때에는 그 청년이 자기 친자임을 밝힌다.

 

우리는 ‘똥치는 일’이 나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문제이다. 우리의 본래 신분에 비해서 너무 천한 직업을 택하려고 한다. 과거의 어느 때, 미래의 어느 때, 나는 천상의 공주이고 노래 잘하는 가릉빈가라는 것을 모른다. 나는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다. 좀 구체적이고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그리고 짧은 기간이 아니라 몇 생을 한 줄기로 잇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고정된 것이 없고, 누구나 귀하게 될 본성을 갖고 있다는 입장에서는, 부처의 행동을 하면 그대로 부처이다. 한 시간 잘하면 한 시간 부처이고, 열 시간 잘하면 열 시간 부처이다. 한 시간 동안 박상민처럼 노래를 잘 부르면, 나는 한 시간 동안 박상민이다. 단지 지금 당장의 현실 세계에서는 내적으로 부처, 공주, 또는 박상민이 되어야 하지만.

 

지명스님 / 괴산 각연사 주지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