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7월 30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0730금] '대체 의료인' 입법 논의 서둘러야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침구술과 자석요법 등 대체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재판관 9명 가운데 합헌 4명, 위헌 5명으로 위헌의견이 다수였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6명에 미달했다.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 1명도 보충의견을 제시, 실제로 재판관 6명이 제도 개선 필요성을 밝힌 사실에 주목한다.
합헌의견의 요지는 국가에 의해 확인ㆍ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국민보건에 위해(危害)를 줄 우려가 있으므로 법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체의학 등 넓은 의미의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입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판단이다. 합헌의견도 대체의학의 현실적 기능과 역할은 인정한 것이다.
무면허 대체의료행위 금지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재판관들은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하며,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성에 따라 다양한 의료인 자격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독일의 치료사, 미국의 침술사, 일본의 의업유사행위자 등과 같이 침구술을 비롯한 대체의료 행위자를 국가가 인정하는 게 옳다고 보았다. 소비자들이 병의 종류와 증세에 따라 비용과 접근성에 맞는 의료행위를 찾아 다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며, 위험성과 부작용이 낮은 의료행위까지 법률로 정한 의료인이 독점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무면허 대체의료행위를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이 합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헌재가 결정문에서 지적한 현실적 문제점을 언제까지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법정 의료인에 의해 이미 치료불가 판정을 받은 환자나, 침ㆍ뜸ㆍ자석 요법과 같이 위험성이 크지 않고 환자들이 효과를 인정하는 무면허 의료행위까지 모두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국민의 건강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 의료제도의 고유한 목적과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함께 돌보는 새로운 제도 마련을 위한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730금] 침뜸 시술, 꼭 6년제 대학 나와야 할 수 있는 걸까
헌법재판소가 어제 의사 면허가 없는 이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유명 무면허 침뜸 시술인 문제를 계기로 제기된 ‘대체의학 논란’에서 의료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대체의료 행위를 허용하자는 목소리는 당분간 힘을 갖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논란이 말끔히 정리될 것 같지는 않다. 많은 이들은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다고 느낀다.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다면 위험이 따르지 않는 시술은 의사 면허가 없더라도 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의료계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데 급급하다고 비판한다. 물론 의료계의 주장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의료인에게 맡겨야 환자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유사 의료의 부작용은 온전히 환자한테 돌아간다는 걸 생각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문제는 의료계가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 ‘의사들의 주장을 이해는 하나 동의하기 어렵다’는 게 많은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싶다. 일반인의 이런 태도는 의료계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의사가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가장 크다. 서민에겐 병원 문턱이 여전히 높은 현실도 불신을 키우는 요소다. 돈 없는 사람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인식하니, 의사보다는 침술사 같은 이들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된다. 논쟁에 임하는 의료계의 태도도 사태를 악화시킨다. 적잖은 의료인은 이런 논란이 불거질 때 성의껏 일반인을 설득하려 하기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논쟁 자체를 회피하는 경향도 있다. 이럴수록 환자들의 불신과 불만은 커지기 마련이다.
소모적인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지름길은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동의가 필요한 부분은 설득을 통해 동의를 얻어내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시술의 경우는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중 정서와 동떨어진 잣대만 고집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의사와 환자의 대결 양상은 의사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또한 의사와 환자의 관점 차이를 좁히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데 적극 힘을 보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730금] 어느 목사의 외국 근로자 사랑이 낳은 코끼리 한 쌍
스리랑카 정부가 오는 9월 코끼리 한 쌍을 비롯해 황금원숭이, 이구아나 등 희귀동물 40여종 153마리를 우리나라에 기증한다고 한다. 국내 6개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 11마리는 대부분 나이가 많은 데다가 코끼리 같은 멸종위기 동물은 국제 협약으로 매매가 금지돼 있어 몇 년 후에는 국내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구경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형편이었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은 이런 때에 몇 년 후면 임신이 가능한 6살(암), 5살(수)짜리 코끼리 한 쌍에다 다른 진귀한 동물까지 한국에 선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 내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도와온 NGO '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 목사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고 이 뜻밖의 후(厚)한 선물을 보내게 된 사연을 덧붙였다.
김 목사는 1996년 경기 광주시의 도로변에서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스리랑카인 2명을 발견, 이들을 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밥을 먹이고 일자리를 마련해 줬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김 목사를 찾아 모여들었다. 2003년 4월 스리랑카 명절을 맞아 작은 파티를 준비할 때 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야당 국회의원인 자기 작은아버지를 초청해 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이 야당의원과 친분을 쌓게 된 김 목사는 2004년 말 스리랑카가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고려대 의료진과 함께 한 달간 현지에서 진료봉사를 했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설득해 430만달러 상당의 의료품과 생필품을 지원했다. 그때 김 목사가 연(緣)을 맺었던 야당의원은 국무총리가 돼 있었고, 그 국무총리가 지금의 라자팍세 대통령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120만명을 넘는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건너온 외국인 가운데는 엘리트 젊은이도 많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돌아간 후 관료로 높은 자리에 오르고 사장이 돼서 우리 기업과 교역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1960~70년대 미국에 가 식당에서 접시 닦으며 공부하던 유학생들이 훗날 한국의 주요 인사로 성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외국인 노동자를 싼 월급 주고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인력'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라자팍세 대통령과 김해성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는 그런 눈길이 얼마나 얕고 잘못된 것인가를 멋지게 보여주었다.
[서울신문 사설-20100730금] 공무원 노조, 정치중립·청렴 약속 꼭 지키길
정부와 전국단위 4개 공무원 노조가 그제 ‘청렴한 공직사회 구현과 공무원 노사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선언’ 협약식을 가졌다. 정부에선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공무원노조에서는 공무원노조총연맹, 시·도교육청노조, 행정부공무원노조, 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연맹의 위원장들이 협약에 응했다. 공무원노사는 이 자리에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령을 지키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이루자고 다짐했다. 특히 정치적 중립을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은 뜻깊은 일이다. 정부와 공무원노조가 약속을 꼭 실천해서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정착·확산시키길 기대한다.
공무원이 청렴하고 정치중립을 지키는 일은 공직자로서 본분이다. 약속이 필요 없는 당연한 책무인 것이다. 그러나 업무와 관련한 공무원의 부정·부패 연루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노조결성 이후 집단적 정치행위로 정부와 마찰을 빚고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 적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노조가 본분을 지키겠다고 하니 국민으로서는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온 것처럼 반가운 일일 것이다. 공무원이 성실하고 근면하며, 정직하게 근무해서 예산을 아끼고 행정과 사업의 효율을 높여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이번 협약식이 일부에서 우려하듯 ‘정치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와 노조는 건강하고 소통하는 새 관계를 바탕으로, 협약한 대로 불합리한 행정 관행을 바로 잡고 차별적인 제도를 하나씩 시정해 나가야 한다.
협약식에 전체 공무원 노동조합원 15만 9000여명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개 단체 7만 6000여명만 동참한 것은 아쉽다. 규모가 가장 큰 전국공무원노조도 방관·비판만 할 게 아니다. 노조원이기에 앞서 공직자란 점을 명심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중앙·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지방선거에 따른 단체장 교체와 각종 국책사업의 차질로 어느 때보다 공무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부 야당 소속 단체장들이 국책사업에 정치색을 칠하고, 광역·기초단체별로 정책·사업에 혼선을 빚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노조가 중심에 서서 공직자의 본분을 지키고 국민을 잘 보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730금] 정 총리 사퇴, 개각 서둘러 국정운영체제 정비를
정운찬 국무총리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정 총리는 "주요 정치일정이 일단락되면서 대통령께서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과 계기가 마련됐다"며 "지금이 책임있는 공복으로서 사임의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정 총리가 사퇴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7 · 28 재 · 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함으로써 정권에 주는 부담이 덜한 데다 스스로도 세종시 수정안 실패의 상처를 딛고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후임 총리를 비롯한 내각 개편이 당면 현안이 됐다. 최근 이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내각은 친서민 · 화합 등의 이미지에 걸맞은 인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강조해 둘 것은 차기 총리와 장관은 병역 · 납세 문제 등에서 하자가 없는 인물을 중심으로 과감히 물갈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새 진용을 갖추고 새롭게 출발하는 청와대와 행정부가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 아래 추진력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
아울러 개각은 최대한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청와대가 재 · 보선 이후 개각 방침을 공언해왔던 만큼 장관 교체가 거론되는 부처에서는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등 적지않은 행정 공백이 빚어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하루빨리 내각 인선(人選)을 마무리하고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 방향을 확실히 제시하는 게 급선무다.
한나라당도 당정 협력을 한층 강화하며 국정의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 재 · 보선 승리에 취해 6 · 2지방선거에서 나타났던 민심을 망각해선 안된다. 민생 · 경제 현안 처리에 더욱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친이 · 친박으로 갈려 구태적 당파싸움만 되풀이한다면 스스로 정권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홍찬식 칼럼/홍찬식(수석논설위원)-20100730금] 진보건 보수건 內實化 못하면 진다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이 불과 50여 일 전인 6·2지방선거 때와 확연히 달라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진보진영은 그동안 ‘반(反)MB 연대’ 전략으로 이명박 정권을 흔들면서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총결집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등 이 정부의 주요 정책을 공격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 효과가 크게 떨어졌음이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나고 있다.
진보진영은 6·2지방선거 때 ‘반MB 전략’의 덕을 톡톡히 봤다. 어느 인사는 돈벼락에 비유해 ‘반MB 벼락’을 맞았다고 표현했다. 자치단체장 후보는 물론이고 정치와는 거리를 둬야 할 교육감 후보까지도 ‘MB 심판’을 앞세워 당선됐다. ‘대통령은 당장 바꿀 수 없지만 교육은 바로 바꿀 수 있다’고 선전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에서는 무서운 민심 앞에 ‘이대로는 2012년 대통령선거 필패(必敗)’라는 비관론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다시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진보 자치단체장, 진보 교육감들이 보여준 모습은 이들이 과연 ‘대안세력’이 될 수 있느냐에 강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이들의 언행은 ‘미리 보는 정권교체 이후’의 광경이었다. 조용히 업무인수를 하면 될 것을 대통령이라도 된 듯 인수위원회를 구성했다. 단일화를 통해 승리한 세력들은 ‘지방공동정부’ 운운하면서 ‘권력 나눠먹기’부터 시작했다. 오랫동안 권력에 허기진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진보 시도지사들은 당선되자마자 이명박 정부 정책을 흔드는 데 재미를 붙였다.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반대를 위한 반대’ ‘대안 없는 반대’의 구태였다.
* 좌파 지방권력의 섣부른 두 달
보수 교육감 후보들의 ‘분열 자살’에 편승해 겨우 34%의 득표율로 당선된 서울시교육감은 인사위원회 징계위원회를 좌파 인사와 후원자들로 채워 일찌감치 ‘전교조 봐주기’ 의도를 드러냈다. 교육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가치인데도 6명의 진보 교육감끼리 연대해 정부 정책에 당장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다. 외모상 어른과 쉽게 구별이 안 되는 요즘 아이들에게 머리를 마음대로 기를 자유를 주고, 학교 안에서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인권조례를 만들겠다고 했다. 사교육 줄이기 같은 시급한 일을 놔두고 어설픈 이념 실험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3년 전인 2007년 여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진보진영은 연말 대선에서의 패배를 예감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민주화 세력의 원로 학자는 “정부가 실패하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 교체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그해 말, 진보진영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정권이 교체되면서 ‘반성’ ‘성찰’이 최대 화두가 됐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책과 국정 운영능력이 국민에게 외면당해 정권을 내줬다며 ‘새로운 진보’를 표방했다. 진보적 지식인들은 거대담론에서 빠져나와 국민과 밀착된 ‘생활정치’ ‘대안정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의 위기 속에서 2008년 초까지는 비교적 진정성을 갖고 ‘진보의 재구성’을 논의했다.
그러나 반성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자 내각’ ‘부자 청와대’라는 비판을 받은 이명박 정부 초기의 인사,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서의 실책, 일방통행 스타일의 이미지가 촉발한 2008년 봄의 촛불집회는 지난 정권의 실패를 순식간에 잊게 만들었다. 원래부터 운동권 체질인 이들이 ‘성찰’에서 ‘정권퇴진 투쟁’으로 목표를 바꾸고 거리로 나서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정치도, 선거도 반MB 정서에 기대면 손쉬웠다. ‘대안’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비판의 수위만 높이면 됐다.
* 상대 무능에만 기대면 오래 못가
반MB 연대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부추기는 ‘증오의 전략’으로, 국민에게는 전혀 이로울 게 없다. 진보진영이 전략에 성공해 다시 정권을 잡더라도 이전 정부를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 바로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남의 탓’을 앞세우면 자기반성과 내실화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보수정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노력이 아닌 상대방의 무능으로 정권을 잡게 되면 보수 역시 또 다른 허점을 노출하기 십상이다. 이런 사이클은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와 정권을 응징의 대상으로 보게 만들 뿐 어떤 생산적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진보의 재구성은 보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실력 있는 진보의 등장은 보수진영을 바짝 긴장시킨다. 만약 이번에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문제 해결에 정말 탁월한 능력을 과시한다면 당분간 보수 교육감 지망자들은 설 곳을 잃게 될 것이다. 진보진영은 반MB 전략을 버리고 3년 전 절박했던 위기의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재·보선 결과가 진보진영에 주는 메시지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0730금] 침구와 민간요법
동의보감의 허준은 ‘침구(鍼灸)’보다 ‘약(藥)’에 강했던 듯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허준이 선조에게 “소신즉부지침법(小臣則不知鍼法)”이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침을 잘 놓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마도 겸양이었거나 약으로 충분하다는 자신감일 게다. 동양의학에선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이라 한다. 급하면 침이고, 다음은 뜸이다. ‘일침기사회생(一鍼起死回生), 이구만병능치(二灸萬病能治)’인 것이다. 약은 세 번째인데, 약 중의 최고가 ‘밥’이다. 평상시 건강을 챙기는 게 최고란 지혜다. “밥이 보약”이란 말을 한의사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침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달해 왔다. 그 기원은 석기시대로 올라가는데, 뾰족한 돌 침으로 화농을 터뜨려 고름을 짜낸 것이 효시다. 이후 철기시대까지 재료에 따라 골침(骨鍼), 죽침(竹鍼), 도침(陶鍼)으로 발전한다. 뜸도 널리 쓰였다. 중국 전국시대 의학서적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북방인은 장이 차가워져 창만병(脹滿病)이 잦은데, 쑥뜸이 마땅하다”고 했다. 맹자도 오랜 병엔 ‘기치이침애(其治以鍼艾)’라고 했다. 이 역시 쑥뜸이다. 시조모 웅녀(熊女)에게 주어진 쑥은 생명 회복의 ‘약초’였던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엄마 손’이 최고의 뜸이다. 배탈과 열에 즉효다.
탈이 나면 ‘단방(單方)’ 약이다. “저혈압에 생강차와 부추, 기관지염에 오미자, 비만증에 녹두·다시마, 니코틴 질환에는 김, 탈모에 마늘즙, 만성대장염엔 도토리….” 평양의대 ‘김일성장수연구소’ 출신 한의사 석영환씨가 밝힌 ‘북한의 민간요법’이다. 전래의 민간요법은 침침한 눈에는 소의 간이나 결명자를 곁들인 토끼 간 또는 돼지 간을 추천한다. 의학적으로 분명한 것은 ‘야맹증’에는 ‘비타민A’가 필요한데, ‘간’에 많다는 것이다. ‘식후불연초(食後不煙草)…’도 마찬가지다. 니코틴은 장(腸)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효소다. 선조들이 이들 성분과 효과를 분석해 봤을 리 없다. 경험상 노하우의 축적인데, 이게 민간요법이다.
어제 헌법재판소는 침뜸의 대가 구당(灸堂) 김남수옹의 제자가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기존 의료법의 손을 들었다. 명의(名醫) 편작이나 화타가 와도 의사면허가 없으면 불법 ‘돌팔이’다. 그나마 위헌 의견이 5대 4로 많아 민간요법에 숨통이 조금은 트인 걸까. 김옹은 제주도로 침뜸연구소를 옮긴다고 한다. 불법이라는 데도, 북새통 항공편이 더욱 빡빡해질 것 같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730금] 용간(用間)
‘좌시천리 입시만리(坐視千里 立視萬里)’라는 말이 있다. 앉아 천리, 서서 만리를 본다는 뜻이다. 천문지리를 꿰뚫은 도인이 아니고는 앉아서 천리 밖을 내다볼 수 없다. 하지만 역사책을 들추면 이런 신통력을 갖춘 인물들이 꽤 있다. <사기>의 신릉군(信陵君)열전에 나오는 얘기다.
위(魏)나라 공자인 신릉군은 어질고 겸손해서 모여든 식객이 3000명에 달했다. 어느날 공자가 위나라 왕과 장기를 두는데 북쪽에서 봉화가 올라왔다. “조(趙)나라 군사가 국경을 넘어왔다”는 보고다. 왕이 장기판을 물리고 대신을 부르려 하자 공자가 말렸다. “조나라가 쳐들어 온 게 아닙니다. 왕이 사냥을 하러 왔을 뿐입니다.” 위왕은 불안해서 장기를 두는 둥 마는 둥 하는데 북쪽에서 다시 봉화로 알려왔다. “조나라 왕이 사냥을 나왔으며, 습격은 아닙니다.” 위왕이 놀라 물었다. “공자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는가?” “저의 식객 중에 조나라 왕의 비밀을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늘 저에게 보고해 줍니다.” 말하자면 식객 중에 첩자가 있다는 것이다. 신릉군이 앉아서 천리 밖을 훤히 내다본 비결은 바로 첩보였다.
첩보의 중요성은 <손자병법>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손자는 병법의 대미를 용간편(用間篇)으로 장식할 정도로 간첩 활용을 중시했다. 전쟁에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정보가 승패를 좌우하니 첩자 한 사람의 가치는 전체 전비(戰費)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자는 “삼군 중에서 가장 믿어야 하고, 가장 후한 상을 내릴 대상은 첩자다”라고 말한다.
용간편에서는 간첩을 다섯 부류로 나누고 있다. 즉 인간(因間) 내간(內間) 반간(反間) 사간(死間) 생간(生間)이 그것이다. 인간은 주민을 첩자로 쓰는 것, 내간은 적의 벼슬아치를 포섭해 이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반간은 이중간첩, 사간은 허위정보를 흘리는 것, 생간은 살아 돌아와 보고하는 간첩이다. 손자는 “어떤 간첩이든지 이를 쓰는 사람은 현명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인의가 없으면 첩자를 복종시킬 수 없으며, 명철하지 않으면 첩보의 진위를 가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자는 첩보활동을 가리켜 “미묘하고 또 미묘하다”고 두 번이나 강조한다.
국정원 직원 추방 사건으로 한국과 리비아의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정보수집 활동 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셈이다. 간(間)은 삼군보다 중요하지만, 때로는 나라를 흔드는 화(禍)가 되기도 한다. 손자는 “미묘하고도 미묘하다”고 했지만 우리로서는 난감하고 또 난감하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임규준(증권부 부국장 겸 부장] 문어·원숭이·앵무새 뛰어넘기
수족관에서 노년을 보내던 문어 도사 `파울` 덕에 월드컵 보는 재미가 조금은 더 보태졌다. 번번이 빗나간 축구 황제 펠레의 예측과 대비되면서 문어의 지능이 강아지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렇다고 문어가 무슨 예지력이 있겠느냐마는 결과가 그리 나왔으니 그 자체가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증권시장에서는 동물들에게 전문가들의 권위가 여지없이 잠식당한 지 오래다. 원숭이 침팬지 앵무새가 사람과 한판 붙은 수익률 게임에서 보기 좋게 이겼으니 말이다. 무작위로 뽑아낸 투자종목의 수익률이 펀드매니저를 포함한 전문투자가그룹을 누른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뜻밖이다. 재미 반, 궁금증 해소용 반으로 국내외에서 기획된 이벤트 성격이었지만 월드컵 문어 도사와 마찬가지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원숭이 앵무새 침팬지가 전문성으로 무장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을 이긴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는 심리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은 돈에 대한 욕심과 걱정 때문에 흥분과 두려움을 털어버릴 수가 없다. 오를 때는 한없이 오를 것 같은 기대가 탐욕과 버무려져 상투를 잡게 된다. 떨어질 때는 바닥 없이 추락할 것 같은 공포감에 투매를 하게 된다. 투자에 실패하는 아마추어들의 전형이다.
반면 투자게임에 참여한 동물에게는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과 공포, 기대와 욕망이 없다. 단순 승률을 깎아내릴 의미 있는 변수 하나가 없는 셈이다.
둘째는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버튼 맬키엘 프린스턴대 교수는 효율적 시장이론과 랜덤 워크(Random Walkㆍ醉步) 이론에서 주가엔 이미 모든 변수가 반영돼 있어 추가 수익을 얻기 어렵고 그래서 늘 주가는 제 멋대로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그의 분석은 투자론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셋째는 거래비용 차이다. 원숭이에게는 바나나면 되지만 전문가에게는 고임금을 감당하기 위해 훨씬 많은 수수료와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문어나 원숭이, 앵무새를 이기는 방법은 있다. 찍는 종목마다 우연히 주가가 더 오르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투자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투자는 종목 선정과 타이밍 포착이다. 산업 트렌드와 기업 환경, 소비자 요구의 변화는 광속으로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과 미국 증시 간 상관관계는 0.7을 넘는다. 태평양 건너 미국 증시를 휘젓는 글로벌 자금 흐름을 꿰뚫어보는 것은 한국 증시 분석에 필수라는 얘기다. 제 아무리 탁월한 애널리스트라도 시장 흐름을 맞히기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시장에서 검증된 베테랑 애널리스트는 공통적으로 "혼조세일 때는 판단이 쉽지 않으나 경기 추세가 형성되거나 기업 실적이 한 쪽으로 방향을 잡을 때는 눈에 보인다"고 말한다.
종목 선정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마저도 `잘 아는 주식만 바구니에 담을 것`을 주문했다. 잘 모른다는 이유로 기술주엔 손도 대지 않은 버핏이다.
국내에서 진행된 앵무새와 사람 간 수익률 게임에서 앵무새가 우위를 차지한 것은 우량종목 15개를 대상으로 매매를 11회만 한 게 결정적인 차이였다. 좋은 종목을 진득하게 들고 있는 투자방식은 직접투자든 펀드든 어디서든 통하는 원칙이다.
이런 점에서 인덱스펀드의 대명사 뱅가드는 눈여겨볼 만하다. 임대료가 저렴한 소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이면지 사용은 기본,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 후선 부서 직원은 명함도 만들지 않는 짠돌이 경영이 배인 기업 문화로 유명하다. 절감된 비용은 수수료 인하를 통해 고객 몫으로 돌려주는 투자자 이익경영을 실천한다. 국내에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불이 붙어 인덱스펀드와 주식형에 이어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그 장점을 많이 누릴수록 재테크와 자본시장 수준의 업그레이드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오늘의 경제소사/ 권홍우(편집위원)-20100730금] 그린벨트
'20세기 인류가 남긴 찬란한 금자탑 가운데 하나.' 일본의 한 관료가 한국을 둘러보고 남긴 말이다. 도대체 뭘 봤기에. 다. 전국적인 녹지형성 정책에 실패한 일본으로서는 부러워할 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다. 는 정파를 떠나 '박정희 정권이 남긴 가장 찬란한 유산'으로 꼽힌다.
세계적 모범사례로 여겨지는 가 공표된 것은 1971년 7월30일. 정부는 건설부 고시 447호를 통해 '서울 중심부에서 반경 15㎞ 라인을 따라 폭 2~15㎞ 구간을 영구녹지대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공표수단은 관보(官報) 게시. 정책을 알릴 때 일반적인 수단인 보도자료 배포와 기자회견 대신 슬그머니 관보에 실었다.
왜 그랬을까. 비판을 피하고 싶어서다. 인구의 도시집중 억제와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대의는 누구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문제는 지역의 80%가 사유지였다는 사실. 공적 목표를 위해 사적 재산권이 제한을 받았어도 반대론은 3공의 철권통치 아래에 깔렸다.
1977년까지 그린벨트로 지정된 땅은 5,379㎢. 국토의 5.4%를 점유한 는 1997년까지 보존됐으나 김대중 정부 이후 토지소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해제와 개발과정을 밟고 있다. 2000년 이후 해제된 면적만 1,471㎢. 의 4분의1가량이 풀렸다. 의 선조인 영국과 대조적이다. 영국에서는 자연녹지 선호로 주변의 지가가 오히려 높아 면적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으로 개발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앞으로 10년 후면 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의 가 세계적 실패사례로 전락할까 두렵다. 사적 재산권도 중요하지만 후손들의 원성이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