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굴업도가 있다면 영광에는 안마도가 있다
카메라만 대면 어느 곳이나 그림이 되는 죽도.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안마도(鞍馬島)는 한 번 가면 또다시 가고 싶어지는 곳이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바다와 조화를 이루고 황홀한 일몰 뒤에는 별들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청명한 하늘이 펼쳐진다.
살찐 말의 목덜미를 닮은 부드러운 능선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같은 이국적인 풍경이다.
인천 굴업도가 백패커들의 성지라면 안마도는 인생 사진의 성지다.
안마도는 먼 바다에 있는 섬이다.
먼 바다는 동해에서는 육지로부터 20km 거리, 서해와 남해에서는 40km 밖의 바다를 말한다.
영광 계마항에서 남서쪽으로 43.2km 지점, 서해 끝자락에 위치한 안마도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안마도 외항 선착장.
셔터 누르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섬
안마도에서 1km 떨어진 횡도에는 바다의 영토를 측정하는 첨성대 모양의 영구 구조물이 있다.
이곳부터 직선으로 12해리(약22km)까지가 대한민국 영해다.
안마도는 영광군에 있는 64개의 섬 중 가장 크며, 죽도, 횡도, 오도, 석만도, 소석만도와 함께 안마군도를 이루고 있다.
안마도의 해벽은 대부분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해안에는 기암괴석이 발달해 있다.
이곳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생태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안마도의 또 다른 보물은 건산(145m) 능선에서부터 죽도까지 펼쳐진 3km에 이르는 구릉형 초원이다.
세찬 바람과 염분으로 큰 나무들이 자라지 못해 광활한 초원지대가 형성되었다.
안마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에 한 번 있는데 이마저도 불규칙하다. 이는 두 가지 자연적 요인 때문이다.
첫 번째는 강한 북서풍이다.
계마항에서 안마도로 가는 항로에는 바람을 막는 섬이 없어 강풍이 배 측면에 부딪치면 좌우 롤링이 심해진다.
이로 인해 승객들은 배 멀미에 시달리고 배가 전복될 위험이 높아진다.
안마도행 배편을 운항 중인 섬사랑 16호 김종연(65) 선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에게는 파고 2.5m 이상, 바람세기 12m/s 이상, 그리고 시계가 1km 미만이면 출항을 통제할 권한이 있다.
멀리 건산으로 향하는 초원길.
두 번째는 조수 간만의 차이다.
계마항은 밀려오는 갯벌로 인해 평균 수심이 3m도 안 되어 꾸준히 바닥의 갯벌을 준설하고 있다.
안마도를 오고 가는 187톤의 섬사랑 16호가 물에 잠기는 흘수선은 2.2~2.3m다.
여유 수심이 4.4m 이상 확보 되어야만 스크루가 추진력을 얻는다.
계마항 인근 바다 수심은 여름에는 4m, 겨울에는 6m 이상 차이난다.
바닷물이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기 때문에 출항 시간이 무의미하다.
계마항에서 안마도까지는 2시간 거리지만 밀물을 타고 나가면 시간이 30분가량 단축되기도 한다.
썰물 때는 운항 시간이 길어진다.
천혜의 자원을 보유한 안마도는 2020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었다.
섬에 생기를 불어넣는 첫 번째 단추는 교통문제 해결이다. 교통이 불편한 이유를 물때만 탓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같은 서해권에 있는 군산 어청도, 인천 덕적도, 충남 외연도의 경우를 본다면 과감한 행정 지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
예전에는 안마도에 가기 전 송이도를 경유했지만 지금은 직항한다.
석만도에는 손님이 있을 때만 멈춘다. 안마도에서는 내항과 외항을 함께 사용한다.
썰물 때는 내항이 온통 갯벌로 변하므로 외항으로 하선한다.
건산 능선부터 죽도까지는 섬 속의 초원
안마도는 말안장을 닮았다 해서 지명에 안장 안(鞍)을 사용한다. 안마도 주능선은 말코바위전망대부터 죽도까지 새우가 둥그렇
게 구부리고 있는 모양이다. 하산지점인 죽도에서부터 외항까지는 약 4km 거리의 포장도로지만 해안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어 길
게 느껴지지 않는다.
안마도는 힐링의 섬이다. 빠듯한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달리듯 산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당일 완주는 다소 무리가 있다. 여의
치 않을 경우 경치가 가장 빼어난 건산과 죽도를 중심으로 코스를 잡는 것도 방법이다.
안마도는 1박 2일로 계획하고 오는 것이 좋다. 먼 바다 특성상 기상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 외항 바로 옆 말
코바위전망대에서는 횡도, 오도, 죽도가 보인다. 기준점은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횡도 가장 끝에 세워져 있다(군
산 어청도 등대 앞에도 같은 구조물을 찾아볼 수 있다).
바닷가 옆 목장이 연상되는 초원지대.
말코바위전망대 근처에 있는 ‘등산로 입구’ 이정표에서부터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선다.
잡목이 높지 않아서 고개만 돌리면 바다풍경이다. 어느 곳으로 산을 올라가더라도 마을과 포구로 연결된다.
불난잔등, 막봉, 성산봉, 신흥봉에는 오르내림이 있는 편이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이정표도 충분하다. 특별히 위험한 구간도 없다.
정상인 뒷산(179.1m)에는 해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우회한다.
당터는 당제를 지냈던 곳으로 울창한 동백나무 군락지다.
신기리 잔등에 있는 철망 울타리를 넘어서는 순간 한 무리의 꽃사슴떼가 날렵하게 숲을 가로질러 간다.
주민들은 꽃사슴과의 동거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20여 년 전 한 주민이 녹용 채취와 보신 목적으로 방목한 꽃사슴 5마리가 개채수를 늘려 인근 무인도까지 점령했다.
꽃사슴들은 농작물은 물론 나무껍질을 벗겨서 고사시키고 환경을 황폐화시키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안마도 효자상품 50도 독주 ‘지네주’
안마도의 특산품은 지네주다.
5월 한 달 동안 지네는 안마도 주민들의 지갑을 두둑이 채워 주는 효자다.
지네는 5월이면 산란을 위해 땅 위로 올라온다. 평소에는 습한 바위나 돌, 낙엽 밑에서 지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네를 부잣집에 사는 ‘돈벌레’라고 부르며 익충으로 친다.
농부들에게도 고마운 존재다. 뿌리를 갉아먹는 애벌레나 해충을 잡아먹는다.
한방에서 지네는 ‘오공(蜈蚣)’이라 부르며 약재로 쓰인다.
혈액순환과 진통, 해독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닭과 음식 궁합이 잘 맞아서 안마도 사람들은 백숙에 말린 지네를 넣어 요리한다.
말린 지네는 한 마리당 3,000~4,000원을 호가한다. 생지네 50여 마리가 들어간 ‘50도 지네주’는 한 병에 15만 원을 훌쩍 넘긴다.
등산로에서 유일하게 만나는 암봉.
등산로에는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상록수가 많다. 해풍 맞고 자란 꾸지뽕나무가 등산로 전체를 뒤덮고 있다.
꾸지뽕은 뽕나무과의 일종으로 약용수다. 열매, 뿌리, 줄기 모두 식재료나 약재로 활용된다.
자양강장, 당뇨, 혈액순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빨갛게 익은 열매는 달콤해서 그냥 먹을 수 있지만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등산로 곳곳에는 꽃사슴과 흑염소의 행적으로 보이는 밑동이 벗겨진 나무들이 많다. 고사 직전으로 생기가 없다.
‘신기리 잔등’을 지나면서부터는 좌우로 바다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숲을 벗어나면 창문을 연 것처럼 한순간에 푸른 초원지대 풍광이 열린다.
목장 같기도 하고 토실토실한 양의 털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바다와 섬과 초원이 어우러진 앙상블에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경치는 암릉 지대까지 계속된다.
암봉을 넘어서면 또 한 번 감동적인 경치가 나타난다. 발아래 펼쳐진 안마군도가 장엄하다.
방파제로 연결된 죽도는 안마도 산행의 백미다. 보기보다 면적이 넓고 길다.
정해진 길이 없어서 비탈면을 올라야 한다. 주능선에 들어서면 초원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다.
풀숲을 헤치고 가기 때문에 스패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태양이 넘어가는 서해 끝에서는 사람도 노을의 일부가 된다. 풍경도 사람이 있어야 완성된다.
산행길잡이
외항-말코바위전망대-불난잔등-성산봉-뒷산-당터-건산-방파제-죽도-해안도로-외항(12.8km 4시간 30분)
외항-말코바위전망대-내항-수문-신기리잔등-건산-죽도-해안도로-외항(9km 3시간 30분)
교통 및 숙박(지역번호 061)
홍농 계마항에서 섬사랑 16호가 1일 1회 운항한다.
여객선 출항시간표는 영광군청 홈페이지(영광 소개-교통정보)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월별 시간표는 있지만 배 시간이 물때에 따라 다르고 출발하기 전 파도가 높으면 결항할 수도 있다.
편도 비용은 1만2,100원, 운항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사이다. 조수의 간만에 따라 20~30분 차이가 있다.
문의 해광운수 283-9915, 선장 010-7127-2463, 사무장 010-2641-6195.
안마도에 민박집이 3곳 있다.
비교적 최근에 신축한 해나루 민박(352-3210)에서 숙박과 식사가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