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이 잘하는 말일까요? 말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여태 저는 제가 말을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식은땀 납니다. 무수한 말실수에, 작정하고 상처 주기, 영혼 없는 빈말, 결여된 공감, 노골적 강요, 무의미한 말장난, 야비한 뒷담화, 반복적인 수다 등 이거야 원.ㅠㅠ 덧붙여 이빨 잘까는 걸 두고 말잘한다고 착각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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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궁극 목적은 소통인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지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들어주면 좋겠지만 찰떡같이 말한 것을 개떡으로 받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장자는 연구했던 거지요.
그 연구 끝에 '수레바퀴 자국에 빠진 물고기'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이야기를 지어서(우언), 알려진 사람,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인용해서(중언) 하는 것이 하고 싶은 말을 바로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란 결론을 얻었지요.
오늘은 세 번째 방법, 치언(巵言)입니다. 이게 우언, 중언처럼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술잔 치(巵)'자를 쓴 것으로 보아 '술 취한 듯 하는 말'이란 뜻인데요, 취중진담이란 말도 있지만 술 취하면 말을 무심코 하게 되지요.
그처럼 '툭'하고 내뱉는 말이 치언인 거지요. 무위의 말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말하겠다고 작정하고 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한다는 의미에서. '툭' 내뱉는다는 건 그런 뜻이죠.
일종의 임기응변인데요, 임기응변에 강하단 말은 잔머리를 잘 굴린단 뜻으로 쓰지만, 문자적으로는 그때그때 처한 뜻밖의 일을 재빨리 알맞게 대처한단 뜻이죠. 그러니까 치언은 임기응변이되 '잔머리의 대가'가 되라는 뜻은 아니고요, 장자의 목소리 그대로 옮겨 볼게요.
"아무 생각없이 말하라. 말을 하되 아무 생각없이 하면 죽을 때까지 말을 하더라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며, 또 일평생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말을 안 한 게 아니다."
더 아리송하네요.
여러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아시죠? 치언이란 그런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법륜스님은 같은 질문에도 정해진 답을 주시지 않지요.
가령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못 살겠어요. 이혼해야 할까요?"란 질문에 스님은 하고 싶으면 하라 할 때도 있고,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하실 때도 있지요. 이런 식(임기응변)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평생 즉문즉설을 하셔도 아무 말도 안 한 게 되는 거지요.
그런데 그런 경지에 이르려면 세상사에 통달해야 합니다. 이치를 꿰뚫고 있어야 가능한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치언은 도통한 사람의 어법인 거죠.
법륜스님 수준이라면 모를까, 저를 비롯해서 우리 중에 치언에 능숙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잔머리 굴리는 것 말고 진정 임기응변에 강하기란 보통사람으로선 어렵다고 봐야 겠지요.
[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782] 왕따 장자(14) 임기응변에 강하려면|작성자 자생한방병원
첫댓글 임기응변에 강하기란 어렵죠. 많은 지식을 머리에 담고 있으면 어느정도는 하게 될까요 ?
지식보다 지혜가 있어야 하겠으니, 지혜를 갖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보다 월등 어렵고 따라서 임기응변에 강하기가 어렵겠지요. ㅜㅜ
@신아연 그렇겠네요 지혜.. 솔로몬에게도 지혜를 달라고 하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