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과 경매시장 등도 집값 못지 않게 부침이 심한 한해였다.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과 저금리 기조 속에 실물 경기 회복에 한발 앞선 반등과 정부의 금융규제 앞에서 흔들리는 부동산시장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큰 장 선 분양시장=올해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분양시장이었다. 지난 4월 인천 청라지구에서 분양된 한라 비발디를 시작으로 수도권과 서울 등지 청약시장에 사람들이 대거 몰리면서 청약 1순위에서 대부분 마감되는 ‘청약 대박’ 현장이 속출했다. 1순위 경쟁률이 수백대 1인 곳도 잇따랐다.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린 것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및 지방의 분양ㆍ미분양 아파트에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 내지 감면해 주는 정부의 세제 혜택 영향이 컸다.
정부는 올 2월 12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1년간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분양 및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등기 후 5년간 발생하는 시세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서울지역은 세제 감면 혜택에서 제외됐지만 일정 기간의 분양시장 공백 후에 용산ㆍ광진ㆍ성동구 등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가 공급돼 관심을 끌었다.
양도세 한시적 감면 혜택은 건설업체에 연말까지 아파트 분양을 서두르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올해 안에 분양을 해야 양도세 감면 혜택이 끝나는 내년 2월 초까지 계약을 마칠 수 있어서다.
11월과 12월에만 전국적으로 8만여가구가 한꺼번에 분양되면서 다시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반기 들어선 분양 시장의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서 배제되며 반사이익을 더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임대아파트를 빼고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적으로 11만6729가구(서울과 수도권 물량 8만8705가구)가 분양됐다. 12월 분양 예정물량까지 합치면 14만984가구로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분양실적(13만5378가구)을 넘어서는 물량이다.
◇양극화 현상도 뚜렷=올해 분양시장의 큰 이슈 중 하나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이었다. 지난 10월 처음으로 사전예약을 받으면서 저렴한 분양가로 분양시장의 돌풍을 일으켰다.
시세보다 쌀 뿐 아니라 서울 세곡ㆍ우면지구 등 강남 알짜 지역과 경기 고양 원흥지구, 하남 마사지구 등 수도권 핵심지역에 위치해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정부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중소형 분양주택 70만가구와 임대주택 80만가구 등 총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예정으로 향후 전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DTI 규제 확대 이후 반사이익을 누리며 ‘나홀로 호황’을 달리던 분양시장도 요즘 그 열기가 점차 식고 있다. 집값 하락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도권은 물론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마저 1순위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서울 강남 등 입지가 뛰어난 지역에서 분양된 일부 아파트는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는 등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로
삼성물산이 11월 경기도 광교신도시에 일반분양한 래미안 광교 610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5.08대 1, 최고 775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호반건설의 광교 호반베르디움 512가구 역시 평균 31.92대 1, 최고 76.75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 마감됐다.
서울 강남권에 자리한
대림산업의 서초 교대 e편한세상 72가구는 3.3㎡당 평균 2800만원대의 높은 분양가에도 1가구만 모집한 최대면적 주택형을 제외한 9개 주택형이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같은 회사의 방배 서리풀 e편한세상 99가구도 최고 10.25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반면 12월 10~11일 경기 부천시 역곡동에서 일반분양(40가구ㆍ전용면적 90~102㎡)했던 부천 휴캐슬은 1ㆍ2순위 청약 결과 단 1명의 청약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가재울 래미안, 상봉동 프레미어스엠코, 서초 교대 e편한세상, 마포구 공덕동 펜트라하우스 등도 일부 주택형이 3순위에서 마감되거나 3순위 마감조차 하지 못하기도 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대표는 “사상 유례없는 연말 대규모 분양으로 청약자들이 분양가, 입지, 단지 규모 등 소위 3박자를 모두 갖추지 않은 단지에는 청약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청약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ㆍ토지시장 지역별 온도차 뚜렷=올해 상가 시장도 지역과 투자 상품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분양됐던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단지 내 상가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모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아직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던 지난 3월 동판교 내 스타식스 게이트가 개인 투자자에게 통째로 매각된 데 이어 6월 초에는 서판교에 위치한 스타식스 로데오가 역시 개인투자자에게 넘어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아울러 공개입찰이 실시됐던 판교 주공 상가에만 3월 110억여원, 5월 79억여원, 6월 180억원 등 총 370여억원이 몰리는 기염을 토했다. 9월 입찰에서도 분양된 20개 상가가 모두 낙찰됐다.
하지만 판교를 제외한 단지 내 상가 분양 성적은 저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수도권 4개 단지에서 실시한 단지 내 상가 분양 결과 총 20개 점포 중 10개 점포만 낙찰됐다. 또 올 들어 자영업자가 30만명 가량 줄어들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에 따른 동네 상인들의 반발도 극에 달했다.
토지시장도 지역간 온도차가 여전했다. 올 2분기부터는 서서히 회복세를 띠기 시작했지만 뚜렷한 개발 재료가 없는 지역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매시장은 올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불황 여파로 채무 변제를 하지 못해 경매로 내몰린 경매 물건이 크게 늘었다. 반면 올 상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에다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마저 오름세를 타자 낙찰가도 치솟았다.
부동산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올해 서울ㆍ수도권 법원 경매시장에서 낙찰된 물건의 낙찰가액은 총 8조6382억원(12월 초 기준)으로, 작년 한해 낙찰가 총액(5조9658억원)보다 2조6723억원(44.79%)이나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말 기준으로 서울.수도권 경매시장 낙찰가가 9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매시장에 이처럼 뭉칫돈이 몰린 것은 작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공급, 규제 완화 등 각종 경기 부양책으로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쏟아진 때문이다.
▶2009 부동산 캘린더
올해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상반기와 하반기의 온도 차이가 많이 난 것이다. 금융위기를 관통하며 하락 장세로 시작한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도 상반기-하반기 크게 달라졌다. 상반기에는 경기 부양 명목 아래 각종 규제가 완화되거나 없어졌다. 반면 하반기에는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등 방향을 바꿨다. 올해 나온 주요 정책을 시기별로 정리했다.
<2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의 전매제한 완화 대책이 나왔다. 수도권 공공택지이면서 과밀억제권역에서 공급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경우 85㎡ 이하는 7년에서 5년, 85㎡ 초과는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기타 지역은 85㎡ 이하는 5년에서 3년, 85㎡초과는 3년에서 1년(투기과열지구는 3년)으로 줄었다. 민간택지이면서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85㎡ 이하는 5년에서 3년, 85㎡ 초과는 3년에서 1년(투기과열지구는 3년)으로 줄었다.
또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내년 2월까지 미분양주택 취득 때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 과밀억제권역 중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미분양주택 취득 때 5년간 양도세 60% 감면해 주기로 했다.
<4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재건축사업 때 임대주택 건설의무가 4월 22일부터 폐지됐다. 또 과밀억제권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용적률 상한까지 건축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7월> 수도권 전 지역 LTV(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를 60% 이내에서 50% 이내로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이 7월 6일 발표됐다.
<8월> 재건축 사업 절차간소화를 위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재건축 아파트 매매 때 조합원의 지위양도를 금지하는 것에 대한 예외 규정이 확대됐다.
<9월> LTV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9월 4일에는 DTI 규제를 수도권 전 지역의 은행권 아파트 담보대출로 강화했다. 그동안 투기지역에만 40%의 DTI가 적용돼 왔다. 이로써 서울(투기지역 제외, 투기지역은 40% 적용)과 인천ㆍ경기 지역의 경우 각각 50%, 60%가 적용받게 된 것이다.
<10월> 강화된 DTI 규제를 다시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8일 발표됐다. 규제가 비은행권까지 확대 적용되자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기존 주택시장은 하락세로 완전히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