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우신 외할머니께
박세종
외할머니! 춥고 추운 겨울이 끝나가고 있어요. 그래도 아직은 추워서 감기 걸리실 수 있으니까 외출하실 때 옷 잘 챙겨 입으세요. 할아버지도 감기 조심하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외삼촌, 외숙모 잘 지내고 계시죠? 할머니 다리 다치신데 다 나으셨어요? 그리고 할아버지 눈 수술하셨으니 당근 드시는 거 어떠세요? 당근이 눈 건강에 좋대요. 외삼촌, 외숙모 아기 돌보는 거 어떠세요? 힘들어도 잘 해내실 거에요. 힘내시라고 전해주세요.
고마우신 할머니! 저희는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는 제주도 여행계획 때문에 바쁘고요. 아빠는 아시겠지만 1년 교육에 합격해서 재미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골프도 배우고 있어요!). 저는 수학 테스트 때문에 아주 힘든 날을 보내고 있어요.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할머니 어떻게 어쩜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실 수 있어요? 참 신기해요. 어떨 땐 상이 부러질까 봐 걱정이 될 때도 있어요. 할머니 나중에 제가 크면 꼭 음식 만드는 비법 알려 주셔야 돼요. 특히 빨간 멸치볶음이요. 할머니 음식은 정말 끝내줘요. 웬만한 식당도 할머니 음식은 못 따라와요. 식당 차리시는 거 어떠세요?
제 생각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주로 쇼파에 앉아서 TV를 보는 상상을 했는데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완전 정·반·대에요 저는 70대 정도 되면 집에서 가만히 심심하게 앉아 있기만 할 것 같은데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꾸준히 책을 읽으시고 신문도 보시잖아요. 정말 그건 제가 커서 본받아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책을 지금보다 많이 읽어야 겠어요.
할머니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바느질을 잘하세요? 저번에 아빠 바지를 수선해 주셨잖아요. 그 때 참 신기했어요. 수선집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척척 더 빨리 끝내시잖아요. 그리고 산책을 어떻게 그렇게 오래 하세요? 저는 1000보만 걸어도 힘들던데 할머니 할아버지댁에서 저희집까지 걸어 오시잖아요. 저는 나이들면 힘들다고 핑계대면서 집에 있을거 같은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산책도 열심히 하시고 참 대단하세요.
할머니 할아버지랑 저희 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가잖아요? 정말 신나지 않으세요? 엄마는 패스권을 써서 타임어택을 하려고 해요. 할머니 근데 이 타임어택이라는게 조금 빨리빨리 시간 내에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주도 여행에서 타임어택은 진짜 더 빨리 해야 돼요. 이거 끝나면 저거 하고 저거 끝나면 또 다른 거를 하는 식이에요. 그래도 그렇게 정신없이 노는 것도 나름 재미있어요(지난 번에 아빠 엄마랑 제주도 갔을 때 10~14개 정도 찍었는데 재미 있었어요).
할머니 3월 4일이 개학이에요. 얼마 남지 않은 개학! 그런데 할머니 재미있는거 알려드릴까요? 개학할 때 학교가기 귀찮아서 안가고 싶은데 막상 가면 재밌어서 학교에 가고 싶어져요. 근데 더 재밌는 건 저는 그걸 알면서도 학교가기 귀찮아 한다는 거에요. 그리고 할머니 개학 날을 생각하면 정말 떨려요. 어떤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될지 선생님은 좋은 분이실지…. 저한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떤 담임 선생님을 만날지에요. 4학년 담임 선생님이 다른 학교에서 무서운 선생님이 오신다고 말해주셨는데 그 분이 제 담임 선생님이 될까봐 걱정이에요.
할머니 저는 3월 18일에 학원에서 수학테스트를 보려고 열심히 수학공부를 하고 있어요. 최근에 집에서 온라인테스트를 봤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안나와서 속상했어요. 엄마가 어려운 시험이라고 말해주셨지만 그래도 속상했어요. 아무튼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아주 떨려요. 힘든 학원이라고 해서 더 떨려요. 그래도 열심히 도전 해보려구요!
할머니 저 리딩게이트라는 영어프로그램 하고 있는거 아세요? 명예의 전당이라는게 있는데 브론즈부터 티타늄까지 레벨이 있는데 저는 티타늄 바로 아래 단계인 플래티늄이에요. 리딩게이트가 생긴지 16주년이라던데 아직 티타늄 레벨은 23명 정도 밖에 없어요. 저는 티타늄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할머니 저 수영다니는거 아시죠? 요즘에 열심히 해서 1등을 달성했답니다^^. 1등의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에요. 선생님말 못 들을까봐 조마조마하고 또 뒤에 있는 친구에게 따라 잡힐까봐 조마조마해요. 그래도 열심히 해서 실수 없이 잘하고 있답니다.
할머니! 제가 이렇게 길게 편지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글짓기학원 선생님과 학원에 보내주신 어머니 덕분입니다. 12월 14일부터 지금까지 다닌지 3개월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이렇게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저에게 도움이 아주 많이 되고 있어요. 참 좋지 않아요?
할머니 편지를 이렇게 길게 쓰다보니 팔이 아파요(며칠동안 나누어 썼어요). 이제 연필을 내려 놓아야 겠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행복하고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돼요.
2024년 3월5일
사랑하는 손자 세종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