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중국 산동성 칭다오가는 배를 타게 되었을까? 중국말도 전혀 통하지 않고, 혼자서 무슨 재미로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을 여행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무슨 역마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 자신의 행동거지에 대하여 그럴듯한 말로 합리화를 하기도 어려울 듯 하다. 그러나 한가지. 가보지 않은 세상을 가보고 구경하고 싶은 생각은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세계지도를 보면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일상이 아닌 신기한 것들을 보고 싶었다.
퇴직을 하고나니 시쳇말로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데는 많다고, 정말 이 지구상에 가볼 데는 많은 것 같다. 또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체질상 거부반응이 있고 또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하는 것이 결국 배낭여행이다.
이번 산동성여행을 두어달 전부터 생각해 본 것이었다. 중국이란 곳이 워낙 넓고 가볼 곳도 많지만, 이번은 처음이고 하니 우선 만만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산동성부터 가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여행경로는 대충 인천에서 배를 타고 청도로 와서, 청도와 노산을 구경하고, 공자님 고향인 곡부와 가능하면 양산박, 그리고 태산과 그위의 제남, 그리고 옛 제나라의 강태공 유적이 있는 임치, 연태, 곤륜산, 장보고가 세운 적산법화원, 그리고 위해에서 배를 타고 귀국하는 것으로 하였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동창인 김모씨가 중국 고전에 심취하고 있어 공자의 고향인 곡부를 같이 가자고 약속한바 있으나, 결국 내가 산행을 많이 해야하고, 주로 걸어서 돌아다녀야 하는 내 성격상 결국 혼자 여행을 하게 된 듯 하다.
비자는 중국여행동호회에서 서비스하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 발급받았다. 90일짜리 비자지만 어차피 단수비자는 일회용이라 배를 타고 받는 선상비자를 30일짜리 받는 것이 약간 비용이 더 싼 것인데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한 것으로 판단되었으나 배에서 만난 보따리 상인에게 확인한 바로는 요즘 선상비자가 10일짜리로 바뀌어서 결국은 잘된 것이 된 셈이다.
일정은 내가 금주한지 1년이 되는 날을 택해서 6월 24일 저녁 7시배로 출국, 귀국은 7월 11일 위해에서 귀국하도록 하였고 인터넷으로 위동항운에 접속하여 티켓을 끊었다. 인천-청도는 십만원 위해-인천은 십일만원이다.
중국에 처음 도착하는 되는 청도에는 조선족들이 민박집을 많이 운영하는 모양이다. 인터넷에 알아보니 인터넷전화를 놓고 고객유치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곳을 골라 인터넷 전화를 해보니 아침, 저녁 2끼를 먹여주고 중국돈 100위안이란다. 우리돈으로 대충 2만원이 채 안되는 수준이니 괜찮은 셈이다. 청도시내와 라오샨(노산) 구경을 위해 3일을 자기로 예약하였다.
그래도 전체 18일이나 되는 여행인지라, 부모님께 들려 인사도 하고 전철로 동인천에 내려서 24번 버스를 타니 5분만에 제2국제여객 터미널이 도착한다. 예약시에 3시반에 와서 표를 끊으라는 안내에 너무 이른 듯 해서 4시가 조금넘어 도착을 했으나, 막상 출국 수속은 5시 부터이다. 대합실에는 단체여행을 왔다 귀국하는 중국인들이 한국사람보다도 더 많다.
중국사람들이 모인데는 대단히 시끄럽다. 중국어의 성조발음이 강해서인지 더 유난스럽게 들린다. 하나도 못 알아 듣는다. 나의 귀에는 완전히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바벨탑의 저주인가, 이렇게 말이 틀리고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이번 여행으로 몇마디나 중국어를 배우게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와서 짐부치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한다. 사연인즉 보따리장사인데 배표 한 장당 짐 두 개를 부칠수 있다는 것이다. 짐을 못 부치면 자기가 들고 가야 하는데 도저히 힘에 부쳐 안된다는 것이다. 같이 가서 내 표를 내밀고 짐붙이는 꼬리표 두 개를 얻어온다. 아줌마는 고맙다고 저녁을 사겠다고 하면서 내 방번호를 확인한다. 출국 수속을 밟고 배에 탄후 식당에 가서 줄을 서있는데, 그 아줌마가 뒤에서 소리를 한다. 결국 아줌마에게 저녁을 얻어 먹었다. 얼마되지 않지만 어째 처음부터 공짜밥을 먹다니 배낭여행자의 본색을 보인듯 했다.
위동항운소속의 골든브리지호는 7시 10분이 좀 넘어서 출항했다. 인천항 도크를 빠져나오는데 약 30분 이상이 걸린다. 도크에 배가 들어간 다음 도크를 닫고, 물을 빼서 바닷쪽 해수면과 맞춘다. 그다음 바닷쪽 도크를 열고 배가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도크를 빠져나가는데만 30분이 넘어걸린다. 배는 인천대교밑을 통과해서 나가는데, 인천대교의 주탑이 멋지다. 연초에 제주도 올레길 갈 때 처음 이 밑을 통과하면서 그 위용에 감탄했고, 비행기에서 본 것도 멋지지만, 다시 보아도 전혀 싫증나지 않는 아름다운 경치이다.
갑판에 나가니 갈매기가 승객들이 던져주는 과자조각을 받아먹으려 곡예비행을 하며 따라온다. 받아먹는 확률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몇놈은 곧잘 받아 먹기도 한다. 그 것을 받아 먹겠다고 따라오는 갈매기를 보면서 먹고사는 문제의 심각성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생물계의 문제임을 알게 되나보다.
오늘밤은 배위의 이등칸에서 수십명과 같이 잠을 자야하니, 편안한 잠자리는 아니다. 이등칸 300호실은 큰 방에 매트리스를 깔아 약 50명이 자도록 되어있다. 중간에 캐비넷을 놓아 남녀의 자리가 분리되어있다. 바깥에서는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마작판, 또 술판도 벌어진다. 밤 10시가 넘었는데 갑판에서는 노래자랑과 불꽃놀이를 한다고 한다. 나는 내일 처음가보는 청도에 가서 어떻게 보낼까 기대반 걱정반으로 잠자리에 든다.
버스로 제2국제여객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중국관광객들이 과자부스러기로 갈매기를 유혹합니다.
7시 20분에 서서히 배가 출발합니다.
위동 Ferry 골든브릿지 호의 마크 위로 연기가 올라갑니다.
인천 서해안의 간만의 차이 때문에 도크에 들어가서 수위조절을 해야합니다.
도크옆의 다른 부두앞에는 선적대기중인 자동차가 도열해 있습니다.
도크안에 들어가서 윗쪽 갑문을 닫습니다.
바다수면과 레벨을 맞추기 위해 물을 빼고 있습니다.
배는 바다쪽으로 나가기 시작합니다. 갑문 사이로 항구쪽 수위와의 차이가 뚜렷합니다.
배는 이제 갑문을 완전히 빠져나왔습니다.
인천대교의 위용입니다.
갈매기들이 과자부스러기를 받아먹으려다 찍혔습니다.
인천대교는 언제보아도 멋집니다.
인천대교 상판밑을 막 지나가고 있습니다.
첫댓글 환갑나이의 친구 중국 배낭여행기 연재글을 혼자 보기 아까워 스크랩합니다.관심있는 분들 애독 바랍니다.
제작년에 골든버릿찌호타고 철차산 산동,위해 장보고유적 동창들과 다왔는데..참 좋았습니다..지기님 좋은곳 다녀오셨네요 나도 나중에 지기님처럼 여행이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