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제살모회원님들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족은노꼬메오름 일대를 걷고 오르다.
오전 10시에 궷물오름 주차장에 모인 우리 일행은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눴는데 첫주자 나리님이 자신의 생년을 말하며 시범을 보이는 바람에 모두들 꼼짝없이 자신의 나이를 밝히게 되었다는. 일명 '민쯩 까기' ㅎㅎ
주차장에 있는 궷물오름 안내판, 궷물오름 분화구의 바위 틈에서 물이 솟아 이 물을 궷물이라 해서 오름의 이름이 그리되었다는 말씀
오늘의 걷기는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시작해 둘레길을 따라 걷고 족은노꼬메오름의 정상을 올라 다시 원점으로 복귀하는 코스. 이 일대 궷물오름, 족은노꼬메오름, 큰노꼬메오름이 있는데 족은노꼬메오름은 큰노꼬메오름에 비해 작은 규모라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노꼬메라는 말은 '높은 뫼' 에서 변형된 이름.
오전 10시 5분경부터 걷기를 시작하는데 오름 둘레길의 초입부터 참 아름다운 숲길로 이어집니다. 저는 오늘 후미대장을 맡기로 한 바 제 사진에 찍힌 분들은 주로 걷기에 있어선 조금 부진학생들.ㅎㅎ
오름의 둘레길은 살짝 오르막도 나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역시 제 사진 속에는 같은 인물들이 자꾸 찍혀나오네요.
호젓한 산길과 맑은 공기는 머리를 맑게 하고 이번 주부터 무더위가 한풀 꺾여 조금은 시원해진 날씨 탓에 숲으로 들어온 우리는 더운 줄 모릅니다.
한창 열심히 걷는데 누군가 소리를 지릅니다. "이 길이 아니잖아" 순간 가던 길을 되돌아 나오니 갑자기 후미가 선두가 되고 선두가 후미로 뒤바뀌게 됩니다. 우리네 인생도 이런 경우 종종 있지 않던가요. 그러니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하고 뒤쳐진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라는.^^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왔습니다. 분명 족은노꼬메 방향을 알려주는 팻말이 있는데 왜 저 걸 아무도 보질 못했을까요. 아마도 정겨운 얘기를 나누다 보니 무심코 지나친 것 같습니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난 호젓한 소롯길이 참으로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내리막길도 나오네요. 여전히 제 사진 속엔 방방이캔디님 뒷모습이 등장하공.ㅎㅎ
우리가 걸어가는 족은노꼬메오름의 둘레길엔 좌측과 같은 돌담길이 나타나는데 이 것은 잣성 혹은 잣담이라 합니다.
예전 제주에서 소나 말을 방목해 기를 때 목장의 경계이기도 한데 상잣성(해발 450~600m), 중잣성(해발 350~400m), 하잣성(해발 150~250m)로 구분됩니다.
상잣성은 소나 말이 한라산으로 올라가 얼어죽는 것을 막기 위해. 하잣성은 민가나 경작지로 내려와 농작물을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하네요.
잣담 혹은 잣성은 숲길과 조화를 이루며 제주 특유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오늘 우리가 걷는 길에 조성된 잣성은 고지대에 조성된 상잣성인지라 이 길을 상잣길이라고도 합니다.
후미대장을 하려니 좀 답답하고 태산님이 방방이캔디님을 잘 보살펴 주시길래 저는 조금 앞으로 나아가 봅니다. 사진 속의 뒷모습이 조금 달라졌지요? 한 가지 아쉬움은 소나무재선충 방재작업 때문인지 장비를 동원해 길을 넓히느라 나무를 베어내고 파헤쳐져 어수선함.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봅니다. 모두들 힘든 기색 없이 열심히 걷고 계시네요.
족은노꼬메오름 못미쳐 이렇게 대규모의 고사리밭을 만나게 됩니다. 거의 억세졌지만 이제 마악 나기 시작하는 것도 있어 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사리를 꺾는 분들도 계시더라는.
고사리밭과 그 앞의 큰노꼬메오름의 능선이 멋진 조화를 이루며 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그 길을 걷는 분들도 분명 행복하실 테죠?
큰노꼬메오름과 족은노꼬메오름의 갈림길. 이 곳에서 잠시 작은 갈등을 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큰노꼬메도 올라보고 싶은 마음 간절했는데 이미 다녀온 사람들이 힘들어서 걍 족은노꼬메오름으로 가자고 하네요. 그래서 그만 아쉬움 접습니다.
족은노꼬메 정상을 오르기 전 잠시 숨을 가다듬습니다. 이제 고지가 바로 코 앞
오름 정상은 항상 오르막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오름이라 부른다는. 정상을 오르며 태산님 잠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고 그 뒤로 방방이캔디님 힘겹게 올라옵니다.ㅎㅎ
족은노꼬메오름의 정상은 해발 774.4m네요. 높이가 만만치 않지요?
오전 11시 40분경 드뎌 정상 도착. 걷기 시작한 지 1시간 30분 소요되었네요. 정상에서 땀을 식히고 각자 준비해온 간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샌드위치. 과일(사과, 블루베리), 쵸코렛, 오이, 막걸리 등 참으로 다양합니다.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순간, 때 맞춰 올라오시는 등산객이 있어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구름 속의 한라산의 분위기 있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정상에서 15분 정도 쉬고 11시 55분경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제주의 여름엔 두 가지 큰 행사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백중날(음력 7월 14일이니 올해는 양력으로 9월 2일)에 관한 설명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옥황상제를 속인 백중의 죽은 날 그 혼을 위로하기 위해 제주 사람들은 백중제를 지내고 모두가 물맞이나 해수욕을 즐긴다고. 또 다른 여름행사는 음력 6월 20일 닭잡아 먹는 날, 제주 사람들은 복날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고 대신 이 날 너나할 것 없이 닭을 먹는다고 한다.
12시 40분경, 출발 2시간 30분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걸은 거리는 대략 6~7km, 걷기로는 조금 부족한 거리 아니었나 싶다는.
이 곳에서 우리 일행은 나리님이 미리 예약해 놓은 유수암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맛난 산채비빔밥을 먹고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계곡에서 족욕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암튼 오늘 광복 70주년을 맞아 햇살은 따가웠지만 맑고 쾌적한 날씨 속에서 정겨운 얘기 나누며 아기자기한 족은노꼬메오름과 그 둘레길 걷기,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이제 여름의 막바지, 모두들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으로 건강관리 잘 하셔서 알찬 가을을 위한 여름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쉬시는 시간도 결코 허투루 보내시지 않으시는 훈장님의 부지런하심이 부럽고 덕분에 노꼬메라는 재미있는 단어의 유례도 알게됩니다.^^
시간 날 때 마다 걸으려 노력합니다. 사실 제주엔 걷기 좋은 숲길이 정말 많아 걷기 좋아하는 제겐 천국이니까요.ㅎㅎ 이젠 날씨가 좀 시원해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