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5살 의붓아들 살해' 계부 SNS엔 살인사건 영상 가득했다

[정명진]

 '5살 의붓아들 살해' 계부 SNS엔 살인사건 영상 가득했다
심석용 기자
입력 2019.09.30 15:12 수정 2019.09.30 15:27

▲5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가 지난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를 나와 인천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5살 의붓아들을 묶은 뒤 이틀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계부 A씨가 과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살인 사건을 다룬 영상을 수차례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잔혹한 사건에 관심이 높았던 A씨(26)가 폭력 등에 무뎌지면서 의붓아들 B군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SNS 계정을 만든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몇달에 걸쳐 자신의 SNS에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을 지속해서 공유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각종 사건·사고 미스터리 등을 다루는 유튜버의 영상이었다. 구독자가 180만명을 넘는 이 유튜버는 최근까지도 '18년간 장기 미제사건' 등을 다룬 영상을 올렸다. A씨는 이중 ‘일본 꽃뱀 살인마’ ‘유아유괴 살인사건’ ‘일본 3대 실종 사건’ ‘여대생 테이프 살인사건’ 등을 다룬 영상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자신의 SNS에 살인 사건 관련 영상을 지속해서 공유했다. [사진 A씨 SNS 캡쳐] 

전문가들은 A씨가 참혹한 사건·사고 관련 영상에 지속해서 노출되면서 폭력 등의 범죄에 무뎌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모으거나 SNS에 공유한다”면서 “A씨가 살인 사건 등에 관한 것들을 많이 모았다면 그 행위에 관해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행위가 반복되면 살인 등에 감각적으로 무뎌지고 살인 욕구가 강화돼서 그러한 행위를 직접 실현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살인 혐의로 구속

지난 29일 살인혐의로 구속된 A씨는 지난 25일 오후 늦은 시간부터 다음날 오후 늦게까지 의붓아들 B군을 케이블 줄로 묶고 얼굴과 팔다리 등을 심하게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아이가 쓰러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는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당시 B군은 의식이 없고 맥박이 뛰지 않는 상태였다.

  
현장 확인 후 경찰은 A씨에게 아동학대 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어 범행 당시 A씨가 B군의 사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고 A씨에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29일 오후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군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해 화가 나서 때렸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아내는 경찰에 “A씨가 B군을 때릴 때 자신도 폭행을 당했다”라면서 “A씨가 경찰에 알리면 아이와 함께 죽이겠다고 협박해서 신고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행유예 기간 재차 범행
한편 A씨는 2017년에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집행유예 기간에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당시 그는 B군뿐 아니라 둘째 의붓아들 C군(4)까지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두 의붓아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리를 받으며 2년 6개월간 보육원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A씨가 두 의붓아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고, 이후 한 달 만에 B군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난 28일 경찰에 “B군의 직접 사인은 복부 손상으로 보인다”는 1차 부검 구두소견을 전달했다. 경찰은 정확한 B군의 사인은 추후 국과수의 정밀 감정 결과를 토대로 파악할 방침이다. 경찰은 구속된 A씨를 상대를 조사를 계속해 이르면 다음 달 4일 살인죄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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