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 고음질 재생의 복병
협상 테이블에 유니버설, 소니 등의 대표가 앉았고 그 앞엔 젊은 IT 사업가 한 명이 그들에게 향후 음악 재생의 역사를 바꿀 제안을 했다. 저작권료 등 일체의 권리에 대해 메이저 음반사에 유리한 조건은 수락되었고 음악 감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그가 만든 개방적인 음악 감상 플랫폼에 열광했고 그의 회사가 내놓은 조그만 고음질 재생기기를 지갑처럼 챙겨 가지고 다녔다. 젊은 사업가 스티브 잡스 그리고 그가 운영하던 애플의 2000년대 초반 이야기다. 이후 감옥 창살처럼 굳건했던 DRM을 폐기처분하며 배타적인 음반산업계는 범세계적인 유료 음원 플랫폼의 수혜를 얻었다. 절대 대중의 이익과 포용 그리고 거국적 타협을 통한 진보였다.
아이팟에서 더욱 발전한 아이폰, 그리고 이후 여러 스마트폰은 많은 디바이스를 공룡처럼 먹여 삼켰다. 카메라 외에 다양한 측정 도구, 시계, 내비게이션 등 스마트폰이 삼켜버린 것은 오디오뿐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한 사진 촬영은 사진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더 뛰어난 일체형 디지털 카메라의 발전을 자극했다. 모두 스마트폰에 번들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욱 높은 고음질을 추구하는 오디오파일이 생겨났다. 모든 걸 일체화시킴으로서 생겨난 라이프스타일은 고사할 것만 같았던 산업에 새로운 진보와 플랫폼 건설의 불씨를 당겼다.
오디오파일들에게 헤드폰과 이어폰은 이제 빠트릴 수 없는 음악 감상 도구로 자리 잡았다. 급속도로 증가하던 수요는 잠시 식었으나 여전히 음악 감상 도구로서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게다가 MP3 등에 의존하던 음악 포맷에서 나아가 무손실 압축 포맷이 대중화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별도의 DAP 나 헤드폰 앰프가 등장했다. 단지 컨슈머를 취급하는 대기업을 넘어 최고급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들던 메이커까지 포터블 헤드폰 앰프 또는 DAP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어느 누가 코드 일렉트로닉스에서 MOJO같은 포터블 헤드폰 앰프 겸 DAC를 출시할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나.
또 한편으로 고음질 음원 재생과 이어폰, 헤드폰 등의 인기는 바쁜 현대인들의 가정에서도 그 필요성에 있어 예외가 아니었다. 퇴근 후 여유시간도 잠시, 모두 잠든 시간 한 시간 정도가 거의 유일하게 자신만을 위한 여가로 주어질 때 헤드폰으로 마음껏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들어보자. 과거엔 앰프나 CDP 등에 설치된 헤드폰 출력단이 가끔 쓰는 헤드폰의 사용을 돕는 부수적 기능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메인이 되어버렸다.
솜오디오 최초 헤드폰 앰프 겸 DAC sHP-100
최근 LG V20 등 고음질을 재생하는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있으나 여전히 전용 헤드폰 앰프와 DAC를 완전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비교할 수 없는 측정치는 물론 막강한 물량 투입 그리고 컨슈머만 취급했던 대기업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기술과 풍부한 노하우로 마니아들 곁을 지키고 있다. 그 중 우리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메이커 하나를 가지고 있다. 얇은 하이파이 유저 층을 가진 국내보다 더 넓은 해외 시장에서 커다란 인기와 성능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는 솜(SOtM)오디오가 그들이다.
PC를 기반으로 하는 음원 재생의 1세대 때부터 솜오디오는 PC의 출력 노이즈 저감 또는 USB를 통한 전원 노이즈 및 클럭 동기화 문제 등에 대해 순도 높은 음원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이번엔 서두에 언급한 헤드폰 앰프 겸 DAC로 데스크탑 고음질 재생을 추구하는 헤드파이 유저를 겨냥하고 나섰다. 그 이름은 sHP-100, 그리고 별도로 판매되는 mBPS-d2S 라는 배터리 전원부가 함께 한다.
sHP-100은 헤드폰 앰프 겸 DAC지만 오랫동안 디지털 음원 재생을 위한 하이엔드 오디오제조를 거듭하며 쌓아온 디지털 기술이 거의 모두 집약된 제품이다. 헤드폰 앰프에 간단히 거드는 정도의 DAC를 탑재한 저가 헤드폰 앰프와는 기본부터 다르다. 우선 DAC 부분부터 살펴보자. 대개 많은 DAC나 스마트폰 등에서 입력 샘플링 레이트나 투입한 DAC 칩셋 하나의 스펙만으로 홍보하며 대중은 쉽게 속아 넘어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칩셋의 스펙은 물론 노이즈와 디스토션을 얼마나 낮추고 지터를 제거하며 결론적으로 얼마만큼 매력적인 음질의 파인튜닝을 거쳤느냐다. sHP-100은 기본적으로 DAC 칩셋으로 시러스 로직의 플래그십 칩셋 CS4398을 사용해 USB 입력단에서 PCM의 경우 24bit/192kHz, DSD 의 경우 DSD128 포맷까지 대응한다. 이 외에 동축, 광 입력으로도 PCM 의 경우 24bit/192kHz PCM에 대응하고 있다. 소수의 32bit/384kHz 음원 외에는 거의 모든 비트/샘플링 레이트와 포맷에 대응한다는 의미다.
PC 등을 통해 가장 많은 사용 빈도가 예상되는 USB 입력단은 USB 2.0 버전으로 입력단 트랜시버는 여러 하이파이 메이커에서 사용하는 XMOS 솔루션을 채택했다. XMOS의 multi core RISC 프로세서를 통해 PCM, DSD 등의 고용량 고음질 음원을 처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DAC 섹션에서 클럭 오차 및 지터 노이즈 제거를 위해 솜오디오의 독보적인 Extremely Low Jitter Oscillator와 Active Noise Canceller 등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헤드폰 출력단에서 THD+N 수치가 < 0.005% @ 1KHz, 라인 레벨 출력단에서 THD+N 이 < 0.002% @ 1KHz 등 탁월한 스펙을 보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전원부다. 하지만 DAC 파트와 헤드폰 파트의 정확한 작동 및 노이즈 생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모든 오디오의 심장 전원부라고 할 수 있다. sHP-100 의 경우 DA 변환을 거친 아날로그 신호는 TI의 LME49720 및 헤드폰 앰프 TPA6120A2를 사용해 증폭, 출력되며 볼륨은 알프스의 가변 저항기를 사용하고 있다. 별도의 sMPS 어댑터를 통해 전원을 공급하며 내부엔 별도의 ULNR(Ultra Low Noise Regulator)라는 정밀 정류단을 적용해 정확하고 깨끗한 전원을 각 회로에 공급하는 형태다. 만일 더 높은 수준의 깨끗한 전원을 사용하고 싶다면 별도의 외장 배터리 전원부 mBPS-d2S라는 옵션이 존재한다.
셋업 및 리스닝 테스트
먼저 DAC의 성능부터 알아보기 위해 USB 드라이버를 윈도우10 기반 PC에 설치하고 푸바 2000으로 테스트했다. 스피커는 케프 LS50, 앰프는 캐리 CAD-300SEI 진공관 인티앰프를 활용했음을 밝힌다. 추가로 솜오디오의 외장 배터리 전원부 mBPS-d2S를 적용해 전원을 공급받았다. 참고로 sHP-100 하단에는 볼륨을 가변 또는 고정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으며 고정일 경우 2.7Vrms 출력을 보인다.
고정 볼륨으로 2.7Vrms 출력으로 내보냈을 때 출력 임피던스는 47옴인데 처음 몇 가지 테스트 음원을 재생했을 때 고해상도의 높은 투명도가 놀랍다. 플래그십 SDP-1000EX에 육박하는 해상력 및 기능, 다이내믹레인지와 스테이징 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로베르타 감바리니의 ‘So in love’ (16bit/44.1kHz, Flac) 도입부의 피아노는 깨질 듯 쿨 & 클리어 사운드를 들려준다. 보컬은 무척 생생하며 투명하고 어떤 특정 대역으로 치우치지 않고 매우 평탄한 토널 밸런스 특성을 보여준다. 보컬의 바이브레이션까지 매우 섬세하게 포착해주며 무척 정확한 핀포인트 음상과 깔끔한 배음 처리 등이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중고역의 무척 깨끗하고 투명한 소리와 말끔하게 다듬어진 배음, 명료한 악기들의 이미징 포착 능력 등은 어떤 군더더기도 없다. 한편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 같은 곡을 들어보면 저역 또한 지저분한 잔상을 남기지 않고 북소리가 매우 정확하고 강력하게 바닥을 강타한다. 타깃이 분명하며 특히 악기들의 세부묘사가 예상보다 더욱 세밀하게 표현되는데 데얀 라지치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악기들은 마치 물속을 노니는 작은 물고기처럼 생명력이 넘치면 분리도가 뛰어나다. 편안하게 BGM으로 또는 야간에 집중해서 듣기에도 좋은 소리다.
헤드폰단을 테스트해보면 단독 DAC로 사용했을 때와 거의 유사한 사운드 특성을 보이지만 헤드폰이나 이어폰에 따라 약간씩 성능 격차를 보인다. 참고로 헤드폰단 또한 헤드폰 임피던스 크기에 따라 하단 스위치를 사용 High, Low 등 두 단계 임피던스 레벨 선택이 가능하다. 임피던스가 큰 헤드폰 등이 다수 출시되는 상황에서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우선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아이폰 번들 이어폰 및 젠하이저 이어폰을 사용해서 테스트해보면 고해상도에 짜릿한 쾌감이 돋보인다. DAC로 거치형 시스템에서 사용할 때보다 약간 더 밝고 밸런스 균형이 약간 올라가며 이어폰인만큼 더욱 세밀한 소리까지 포착된다. 예를 들어 아르네 돔네러스의 ‘High life’를 들어보면 박수소리에서부터 공연장의 관중들의 대화 소리를 비롯 퍼커션과 함께 작은 비브라폰까지도 샅샅이 들려준다. 특히 이미징 표현이 매우 뛰어나 눈을 감으면 공연장의 무대가 그려지는 듯 악기들의 생생한 동적 움직임이 뛰어나다.
젠하이저 HD800 같은 경우엔 하단 스위치를 반드시 High 임피던스 쪽으로 옮겨 게인을 확보해야한다. Low 임피던스와 비교해 게인이 거의 두 배 가량 차이로 임피던스 차를 보상해주기 때문인데 청감상으로도 꽤 많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레퍼런스 레코딩스의 HRX 샘플러 중 댈러스 윈드 심포니의 ‘Crown Imperial’ 피날레 부분에서 다이내믹레인지 표현은 가격 대비 우수한 편이다. 다양한 관, 현악의 향연 속에서도 돌발적인 커다란 음량의 타악기에서 펀치력이 뛰어나고 악기들의 표현이 매우 빠르고 견고한 편이다.
총평
최근 이어폰과 헤드폰의 충분한 보급 그리고 포터블 헤드폰 앰프, DAP 등의 발전으로 인해 이미 헤드파이 시장은 포화 상태다. 또한 이어폰과 헤드폰 앰프들이 이런 포터블 제품들에서도 충분히 구동될 수 있도록 제작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더 높은 하이엔드 오디오파일 레벨의 헤드폰과 이어폰 시장이 성장 중이다. sHP-100은 솜오디오가 언제나 그렇듯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엔지니어링해 만들어낸 초박형 고성능 헤드폰 앰프 겸 DAC다. 웬만한 헤드폰 구동에도 문제없으며 특히 PC를 통한 음원 재생에 있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단지 칩셋 스펙에만 의존한 컨슈머 제품이 아니라 진지한 오디오파일용 헤드폰 앰프와 DAC를 기다린 사람들이라면 주목하길 바란다. 최근 접해본 헤드폰 앰프 중 sHP-100은 가장 저렴한 모델이지만 그 성능은 미들급을 웃돈다. sHP-100은 디지털 플랫폼의 파수꾼 솜오디오가 헤드파이 분야에 안전하게 착륙했음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