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일하던 중 질식 사망하신 두 분의 협력업체 노동자를 추모합니다.
- 정부는 잇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워라
- 엘지디스플레이는 노동자들에게 사고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모든 책임을 다하라
1월 12일 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 노동자들은 당일 낮12시 45분경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P8공장 내 OLED 제조라인인 E3공장)의 밀폐된 설비의 유지보수 작업 중에 설비 내에 남아있던 질소가스에 노출되어 질식사 한 것이다. 2명의 사망 외에도 4명이 부상을 당하여 전체 사상자만 6명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질소가스에 노출되어 쓰러진 이들을 발견하고 구조에 나섰던 노동자도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진입하였다가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하겠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만 보더라도 이번 사고는 앞서 발생한 안전사고들과 완전히 닮은꼴이다. 불과 보름 전에 발생한 신고리 원전 3호기 건설공사에서도 질소가스 누출로 3명이 사망했고, 2013년에는 아르곤 가스누출로 5명이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작년 1월에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2013년 1월에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불산누출로 인한 사망사고가 있었다. 빈번한 사고횟수 만큼이나 비극적인 사실은 최근 일어난 사고의 피해자들이 모두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라는 점이다. 위험한 업무일수록 원청의 책임 하에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위험한 업무일수록 하청(혹은 협력업체)의 업무로 미루어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해도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청이 위험을 전가한 채 책임은 회피하고 정부가 이를 방치하는 상황 속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지난 12월 30일, 전사차원에서 안전사고 대비 불시 비상훈련을 실시하는 등 안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사고가 발생한 파주공장이 최고의 안전시설을 확보하고 있다는 홍보도 있었다. 그런데 불과 보름 후에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고는 다른 안전사고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안전작업 매뉴얼 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비내의 질소가스를 완전히 배출한 뒤에 작업했더라면, 산소농도 측정기가 제대로 가동되었더라면, 안전 보호구라도 제대로 구비하였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전하게 조치한 후 유지보수 작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도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겠으나 그동안 반올림에 제보해 온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노동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유추해본다면,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설비내의 잔류가스를 완전하게 빼내는 데 필요한 시간(메뉴얼상 기재된 필요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유지보수작업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여 한시라도 빨리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과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생산 품질에 차질을 빚을 정도가 아니라면 잔류가스가 남아있더라도 유지보수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유지보수 작업자가 협력업체 노동자인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 삼성, 엘지 등 원청 사업주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더욱 빨리 작업을 끝내도록 요청한다는 것이다. 2013년 초에 발생한 삼성반도체 불산 사망사고의 경우도 이러한 원인 때문에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엘지디스플레이에서 현재 근무 중인 또 다른 협력업체 노동자의 진술도 유지보수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절반이나 줄여달라는 요청을 원청이 하다보니 다른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안전 조치를 매뉴얼을 충실히 지키며 작업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원청 사업주의 편의에 따라 빠른 생산만 강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한편, 반도체, LCD, OLED 등을 생산하는 사업장은 수백 종의 유해화학물질과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하며 제품을 생산한다. 따라서 고위험군 사업장으로 분류되어 공정안전관리(PSM)대상 사업장에 속한다. 이미 엘지디스플레이에서도 직업성 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4년에만 3명의 엘지디스플레이 노동자가 직업성 암으로 산재신청을 했다.(뇌종양 사망노동자 故심규석 님, 폐암 사망노동자 故강○○님, 백혈병 투병중인 소○○님) 이중 두 명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이다.
이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예방대책에 최선을 다하여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장은 13일 오후에 이번 사고 발생현장인 E8 내의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명령하고 E3공장이 속한 P8공장 전반에 대해 종합진단을 명령했다고 한다. 또한 고양지청장은 시흥합동방재센터(수도권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안전보건공단 경기북부지사 소속 전문가로 조사반을 구성하여 안전조치 이행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 엄정 처벌할 예정이라고 한다.
철저히 조사하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혀내는 것,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의 경우처럼 원청 사업주 봐주기식 혹은 면피용 조사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용노동부도 영국에 기업 살인법이 도입 된 후 안전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청노동자의 반복적 사망사고를 통해 우리가 뼈저리게 반성하며 배우는 교훈은 결국 원청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물었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5. 1. 14.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첫댓글 9시 뉴스에 안나오고, 사람들이 잘모르고, 홍보가 잘 되어서 아직도,사람들은 일을 못해서 회사에서 쫏겨나고.해고가되고 다치고 병걸려서 죽는거라고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