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오던 아침, 다른 지역에는 눈이 날린다고 하던데 이곳은 남쪽인지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바람이 차지 않아서 어르신들이 나오시기에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오늘은 여민동락주간보호센터 이민희 센터장님도 함께 동행한다고 하여서, 옆자리에 앉아 함께 움직였습니다. 이동장터가 갖는 주요한 역할 중 하나가 지역사회를 둘러보고 어르신 댁을 가까이서 살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어 함께 하고자 하셨습니다.
9시 20분, 신흥마을
오랜만에 뵙는 두 어머님, 핫도그와 화장지 그리고 다른 물품들을 사시며 이야기 나누십니다. 신흥마을 노인회관이 개관된 이후로 어르신들이 종종가셔서 식사를 하신다고 합니다. 어머님도 당신 어머님이 가서 식사를 하시다보니 종종가서 설거지를 도우며 어르신들의 식사를 함께 돕는다고 합니다. 주로 노인회관에는 신흥마을에 노인회장님 사모님이 식사를 돕고 계시는데 아직 시설로 등록이 되지 않아 기타 운영비와 부식비 관련해서는 차자 준비를 하셔서 신청하시겠다고 합니다.
9시 40분, 연촌마을
늘 사이다 사이는 어르신이 안보이셔서 집안에가보니 아니니 다를까, TV 볼륨소리 50 이상 키워놓고 침대에 누워서 보고 계십니다. 안에서는 점빵차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시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이 몇시인지 알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부랴부랴 나와서 필요하신 물품 사고 다시 들어가십니다.
위로 올라가려던 찰나, 진천마을 두 어르신 오십니다. 어쩐일로 오시나 싶었더니 회관에서 이제 주2회 식사를 하신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밥 먹는다고 하니 빈손으로 갈순 없고, 부쳐 먹을 맛난거 있어?" 라는 말씀에 동태 2마리 사갖고 가십니다.
그러면서 다음주 선사할 것이 있으니, 꼭 당신 집에 들렸다 가라고 하십니다.
회관에 좋은 일이 있으니, 회관 근처에도 올라가보니 오랜만에 뵙는 부녀회장님이 콩나물 하나 더 사가십니다.
모두가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일은 역시 좋은 일인것 같습니다.
10시, 진천마을
진천마을 주요 어르신들이 모두 오셔서 살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가봅니다.
저 멀리 어르신, 집안에 계신 모습이 보입니다. 회관에 안가고 무엇하고 계시나 여쭤봤습니다.
"요거, 택배 보내야혀"
택배 기사가 집까지도 오나봅니다. 무엇인가 봤더니 지난번 붕어 액기스 내린것을 아들에게 보내려고 하셨습니다. 좋은것 당신 안드시고 자녀 챙기는건 역시 부모 마음입니다. 그러면서 장사하는 두 사람에게도 안방에서 붕어 엑기스 한포씩 나눠주십니다. 고맙습니다.
10시 15분, 포천마을
포천마을 다리 건너저마자 어르신이 잡으십니다.어르신. 무엇인가 봤더니 집 안 하우스에 공병이 12박스 있다고 합니다. 지난번 수거할 때 수거 했는가 싶었는데, 놓쳤나봅니다. 하우스 안에 술 박스로 가지런히 정리해놔주시는 어르신. 주변에서 선사도 많이 들어와 술이 떨어질 날이 없으신가봅니다. 다음주에 실러 오기로 했습니다.
10시 30분, 신성마을
오늘도 물건건사주시는 어르신. 보자마자 바로 여쭤보십니다. 지난번 공병값이 그대로 남아있어 처리 안하시는지 여쭤보니, 물건 뭘 사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황도 있어? 이건 집 사람 줘야겠네"
마음에 짐을 조금이라도 덜으실려고 하시나봅니다.
10시 45분, 팔음마을
정류장에 어르신과 젊은 주민이 함께 서계십니다. 누군가 봤더니 이야기마을 선생님이셨습니다. 어르신께서 무엇이 필요한지 여쭤보니 커피 사신다고 합니다. 가격이 다소 많이 나가 50개나 100개 여쭤봤습니다.
"거 말고 가장 큰거 있지~ 280개~"
어르신의 얼굴에 당당한 모습이 보입니다. 오만원짜리 하나 주시며 고맙다고 하시며 가십니다. 오늘은 어르신께서 이야기마을에 쏘시는 커피 한 잔 나누는 날인가 봅니다.
11시, 산포마을
어르신께서 율무차가 왜이렇게 비싸냐고 하십니다.
"아니, 천마차는 80개 18,000원인데, 율무차는 50개 17,000원 왜이렇게 비싸"
어르신께 다 설명해드릴순 없지만, 그저 들어드리는것 밖에 없습니다. 어르신은 회관 분들과 함께 나눠먹으려고 하셨는데 다들 반응이 안좋으셨나봅니다. 그러곤 천마차 하나 주문하십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제품 "천마차 콘푸레이크"
13:30분 성도마을
신복도 어르신 뒷집 중년 남성분이 부랴부랴 옵니다. 지난번에도 놓쳐서회관까지 걸어오셨다고 합니다. 이거저거 사시더니 끝내 이름을 안알려주십니다.
"어르신으로 올려드려요. 난 조합원도 아니니깐"
그러면서 어르신들 모두 회관에 계신다며 회관으로 가라고 하십니다.
13:40분 청산
어르신, 오늘도 막걸리 2병 사십니다. 지난번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서 이번에 막걸리를 그냥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돈을받지 않겠다는 어르신. 죄송한 마음에 번들 과자 하나 억지로 쥐어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점빵을 늘 응원한다며 많이 팔라고 하십니다. 고맙습니다.
13:43분 청산
어르신, 집안에 계신가 싶어 들어가봤더니 밥그릇 소리가 들립니다. 불러도 어르신은 대답이 없습니다. 주방에 가니 들기름 양념에 상추 무친 나물과 밥에 비벼드시는 어르신. 냄새가 좋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저도 한 그릇 먹고 싶었는데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매번 만날 때마다 식사를 하고 계시는 어르신, 만날 때마다 밥 먹고 가라는 어르신. 늘 고맙습니다.
"밥 쪼까 먹고 가~"
14:00분 청산회관
오늘도 청산회관은 북적북적합니다. 다들 식사를 하고 모이신다고 합니다. 모두 장판에 누워 등지지고 계십니다. 부녀회장님 믹스커피 한 잔 내려주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나눕니다. 청산회관에 있는 외상, 부녀회장님이 주신다고 했지만, 나중에 부식비 나오거든 받고자 말씀드리며 인사드리고 나옵니다.
14:30분 두부단골
오늘도 안계십니다. 지난주도 안계셨는데 어르신, 어디가신건지 조금 걱정되기도 합니다.
15:00 문례회관
문례회관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농한기라 그런지 많이 계십니다. 어르신들은 회관에도 꼭 들렸다 가라고 하십니다. 앉아서 장보니 좋다고 하십니다. 문례 어르신 한 분, 짜장라면이 그렇게 맛있다면서 두 번들 사십니다. 회관 어르신들 나눠드시는지 여쭤보니,
"아니, 우리 바깥 어르신 줘야지, 그렇게 잘 드셔~" 라고 하십니다.
짜장면 대신 짜파게티, 어르신들 입맛에 잘 맞나봅니다.
15:10분, 왕촌
어르신, 지난주에 사신 콩나물 아직도 덜먹었다고 합니다. 다음에 산다고 합니다. 물건 갈아주는 일에 부담 느끼실까봐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어르신 침대 한 켠에 짚이 있어 무엇인가 봤더니 메주였습니다. 뜨끈한곳에 둬야한다며 침대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이 또한 자녀들에게 가겠지요. 그러니 품에 안고 계시나 싶습니다.
15:20분 왕촌 회관
오늘도 북적이는 왕촌회관, 늘 많습니다.
"어째 오늘은 감자도 없고, 고구마도 없는데, 쌩거라도 먹을텨?" 하시는 어르신.
뭐라도 주고싶은 마음이 있으셨나봅니다. 그러더니 홍삼캔디 한 봉지 사서는 어르신들과 제게도 주십니다. 집에 아기까지 챙기라며 더 주십니다.
입이 바짝 마르고 있었는데, 덕분에 입 한 번 다시 훔칩니다.
15:40분 신정회관
오늘도 짝짝 소리납니다. 어르신들 고스톱 삼매경입니다. 보자마자 바로 주문해주시는 어르신들. 요구르트 5줄, 어르신 두부 2개, 반장님 설탕 2개 등, 일단 주문하고 다시 패 봅니다. 패 보기 바쁩니다. 계산은 이따가...
그렇게 계산 다 하시고 열심히 또 짝짝 치십니다. 그 와중에 어르신, 저녁 준비하십니다. 양념장에 김치 준비합니다.
"여 회관은 점심은 안먹고 다 같이 저녁먹고 가~" 라고 하십니다.
함께 모여서 산다는 것은 이런것인건가 싶기도 합니다. 도시였으면 생각지도 못할 그런 풍경, 시골이라 함께 하는 일이 부담없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