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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총담-제11호>
거리(=마아이:間合)의 기술
제1편 상대가 좋아하는 거리에서 승부한다
―치바 마사시(범사 8단)―
주(註) ∎치바 마사시 : 1944년 미야기현 출생. 고규다농림고등학교를 나와 경시청 근무. 전일본선수권대회 3회 우승, 세계대회 단체전 우승 2회, 전국경찰대회 단체전 우승 3회, 국체 우승, 메이지무라대회 우승. 현재 경시청 수석사범, 잇쿄대학 검도사범.
1. 자신의 타격거리를 체득하라
검도의 공방에 있어서 어떻게 그 거리에서 치는가, 또는 맞는가를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치고 맞는 데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거리(마아이:간합(間合))라는 것이 중요하게 관계하고 있습니다.
저는 상대와 대치하는 가운데 상대가 자신의 거리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동안에 내 타격거리를 만들어 치는 것을 추구하면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적절치 않을지 모르지만 카멜레온이 소리 없이 슬며시 먹잇감으로 다가가 자신의 거리가 되면 휙-!하고 먹잇감을 낚아채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상대의 거리를 자신의 거리로 하는 것입니다만, 거기에는 거리감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적인 면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신적인 면과 거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겠습니다.
상대의 거리를 자신의 거리로 만든다는 것은 중요한 연구과제로, 처음엔 원거리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거리를 우선적으로 아는 것이 선결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은사이신 뉴이 요시테루 선생님에게 ‘먼저 원거리에서 승부하라’고 배웠습니다. 원거리에서 친다고 하더라도 성공할지 어떨지 확신도 없는데 무리하게 치라는 것은 아닙니다. 원거리에서 자세를 갖추면서도 상대를 공세해 이기고 치는 것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나오는 기술’에 당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읽히기도 하면서 자신의 타격거리라는 것을 체득할 수만 있다면 그런 과정을 통해서 검도의 폭이 넓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직은 수련중인 몸입니다만, 지금까지 체험하고 실천해온 것을 통해서 자신의 거리를 만들어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2. 맞으면서 자신의 거리를 안다
상단은 중단과 달리 검선(劍先)을 맞추지 않아 거리감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격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며, 중단에 비해 자신의 거리를 알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거리를 안다는 것은 상단이나 중단이나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거리를 알기 위해서는 몸을 똑바로 세우고 익힐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경시청에 들어와 2년째 되는 해부터 본격적으로 상단을 잡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쓰루미 이와오, 모리시마 다케오, 아베 사부로 선생님 등 쟁쟁한 얼굴들이 즐비했습니다. 그 분들과 연습을 하게 되면 나가면 찔리거나 받아치기를 당했으며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멈추면 바로 공격을 당했습니다. 검선의 공세가 강하기 때문에 자신의 거리를 만든다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어째서 똑같은 것을 당하는 것일까 생각하며 목 주변의 멍은 일년 내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오로지 매일매일의 연습이었지만 기분적으로는 아직도 두려움이 앞서면서 과감하게 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어느 때인가, 똑같은 부분을 계속 맞는 가운데서도 나도 한번 쳐보겠다는 기분으로 각오한 후 치고 나가니까 간혹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금세 다시 원래대로 되기는 했습니다만, 각오를 다지고 치고 들어감에 따라 열 번 이상 중에 한번 정도는 성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어쩐지 ‘아, 이 거리라면 성공할 수 있겠구나.’ 라는 어렴풋한 감각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렵다는 생각을 가지면 자신의 거리를 알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진짜 자신의 거리를 안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전체가 모여 하는 연습을 반 정도 하고, 나머지 반은 개인연습을 통하여 타격거리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손으로 타격거리를 만들어내는 연습을 실천해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연습을 해왔습니다.
상단을 잡을 때에는 ‘언제라도 들어와라! 머리도, 손목도, 찌름도 좋다.’ 라는 기분입니다.
왼쪽발로 마룻바닥을 씹듯이 하면서 허리부터 공세로 들어갑니다. 25세 무렵이었는데,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저의 이런 공세를 보신 오모리 소겐 노선생님이 “선(禪)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활처럼 팽팽히 공세를 취하고 있어 입선(入禪)하는 것과 같습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공세를 취하다가 기회를 포착하면 곧바로 치고 들어갑니다. 처음엔 잘 될 때도 있습니다만, 대개는 압도적으로 맞았습니다. 하지만 당하면서도 ‘조금 더 들어가야 했나, 아니면 이쯤에서 좋았을까, 혹은 여기라도 괜찮겠다, 이번에는 나오는 머리를 쳐볼까.’ 하는 식으로 몸으로 맞아가면서 자신의 거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 거리감이 파악되었고, 그 후 그 거리를 몸으로 익혀두기 위한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천장에 매단 공을 정확히 맞추는 것과 죽도의 격자부에 분필을 묻혀서 호완의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치는 훈련을 계속했습니다.
3. 검선의 움직임으로 상대 검풍(劍風)을 알아낸다
사람마다 검풍이 다른데 각각 다른 검풍에 의해 거리 공방도 다르게 됩니다. 공세해 들어갔을 때 상대 검선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로 그 사람의 검풍을 판단해야 합니다. 검선을 들어막는 스타일인지, 좀 더 검선을 여는 스타일인지, 또는 검선의 위치는 별로 움직이지 않고 재빨리 물러나 거리를 없애는 스타일인지, 오른손을 홱 빼며 검선은 그대로 두는 스타일인지를 말입니다. 이 검선의 변화로 이 사람은 머리가 특기인지, 손목이 특기인지, 혹은 나오는 머리치기가 특기인지, 받아치기가 특기인지를 순식간에 판단하는 것입니다. 검선(劍先)을 드는 사람은 되받아치기를 잘하고, 검선을 여는 사람은 ‘나오기’를 노리는 스타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재빨리 물러나 거리를 없애는 사람과 오른손을 빼는 사람은 거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므로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그런 특징을 알고 있다면 저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리에서 승부를 가리려고 노력합니다. 원거리에서 승부하는 사람에게는 원거리에서, 근거리인 사람에게는 근거리에서, 라는 형태 말입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거리에서 하게 되면 상대가 쑥 밀고 들어와 주기 때문에 기회가 자주 생깁니다. 상대의 거리를 자신의 거리로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만큼 자신도 맞을 수 있는 위험구역 안에 몸을 들여놓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순간의 망설임이 명암을 가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원거리 사람에게는 일부러 물러나는 느낌을 주어 상대가 자신의 거리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뒷발 뒤꿈치에서 축력(=타메)을 만들어 언제라도 칠 수 있는 태세(態勢)를 만들어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거리라 생각하고 치고 들어오는 것을 노리는 것이지요. 근거리에 있는 사람은 서로 같이 칠 수 있는 거리이므로 상대의 타격을 마지막 순간까지 확인하고 받아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원거리, 근거리 상관없이 상대에게 맞지 않고 칠 수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상대가 치기 쉬운 거리로 들어가 승부를 짓곤 합니다. 즉 거는 기술에서 상대를 끌어내어 받아치는 기술로 변화한 것입니다.
한편 거리 감각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공격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상대의 거리가 되므로 너무 깊이 쫓아 들어가지 않고 상대의 기세가 공세로 변화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상대가 치고 싶은 거리가 나 자신도 역시 칠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4. 응시(=미키리)가 받아치기에 도움이 된다
주(註) ∎응시 : 미키리(見切り). 상대의 기술이나 거리, 호흡 등을 알아내고 종이 한 장 정도로 밟고 들어가는 기술.
응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신의 거리를 모르면 안 되며, 상대를 읽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읽지 못한다면 곤란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觀)의 눈’이 강해져야 합니다. 상단은 직접 검선과 검선을 맞추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거리인지 아닌지를 아는 것이 커다란 관건입니다. 당연히 눈매가 중요합니다. 거리감을 파악하는 눈과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마음의 눈입니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역으로 상대의 거리에 들어가고 맙니다.
자신의 거리인지 어떤지를 알지 못하면 원거리에서 치기도 하고 되받아치기를 당하기도 합니다. 요컨대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자연스럽고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바로 ‘응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이 미야모토 무사시가 말하는 ‘관(觀)의 눈은 강하게, 견(見)의 눈은 약하게’ 라는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엔 실패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저는 7할 설을 주장합니다. 7할 정도면 100%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3할 정도는 당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몸은 던지지 않고 치려고만 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거리를 아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너무 힘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상대가 손목을 치고 들어오면 검선이 제 손목을 맞추기 직전까지 참고 있다가 머리치기를 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되풀이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이 동요하지 않게 되고 거리 감각이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대 마음의 움직임을 느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상단에서의 응시의 습득이 40세 전에 중단을 돌아와 연습하게 되었을 때 저 자신의 거리를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받아치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상대의 타격을 끝까지 확인한 후 기술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느낌상 여유가 생겨난 듯하더군요. 검도의 폭이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제가 거리를 취하는 데 있어서 인상에 남는 것은 경시청에서는 고누마 히로유기 선생님, 사토 히로노부 선생님, 니시야마 야스히로 선생님, 그리고 오사카경찰청에 계셨던 오쿠조노 쿠니요시 선생님이 인상에 남습니다.
고누마 선생님은 상대가 들어오려는 것을 쑥 눌러 제압합니다. 사토 선생님도 니시야마 선생님도 그러셨습니다. 어느 대회선가 니시야마 선생님이 이호 키요지 선생님에게 편수 찌름을 성공시켰을 때 어떻게 그런 먼 거리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신기했었습니다만, 모든 선생님들에게 공통되는 것은 발로 거리를 훔친다는 것입니다. 오쿠조노 선생님도 절묘한 발 운용으로 자기의 거리를 만드셨습니다. 쑤욱, 쑤욱 2보 들어가고 1보 물러나는 발 운용법을 흉내 내고서야 ‘과연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보고 배우는 연습도 자신의 거리를 습득하는 데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하는구나. 저렇게 하면 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합면서 자기의 연습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자기 것으로 바꾸어 해보면 의외로 거리라는 것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5. ‘거리’의 소중함을 실감한 일전
거리가 정신적인 면과 깊이 관계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실감했던 것은 1972년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결승전, 가와조에 테츠오 선수와의 일전(一戰)이었습니다. 가와조에 선수가 이기면 첫 연패(連覇), 제가 이기면 처음으로 3번 우승이라는 기록이 걸린 시합이었습니다. 1년 전 도쿄 예선에서 가와조에 선수에게 진 경험이 있는 저는 필승을 각오하고 임했습니다. 그러나 가와조에 선수가 거리에 뛰어나다는 것을 직접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분은 공세를 취하고 있었어도 ‘몸으로 치고 나가겠다’는 느낌이 아니라, 뭐냐하면 ‘들어와라. 들어오면 치겠다. 받아치겠다.’ 라는 심정이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와조에 선수 역시 똑같지 않았을까요. 서로 기(氣)를 맞춘 채(합기(合氣) 제한시간 내에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당시엔 승부가 날 때까지 3분씩 연장이 되풀이 되었습니다. 4회, 5회로 거듭 이어졌지만 두 사람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자연히 조금씩 간격이 좁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좀처럼 기술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르므로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마음가짐에 충실해야 했습니다.
지금이다, 생각하고 치고 들어가더라도 허공을 가를 뿐이었습니다. 한편 가와조에 선수는 확실하게 자신의 거리에서 치고 들어왔습니다만, 간신히 빗겨나는 그런 전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실제 거리는 짧은데도 점점 상대가 저 멀리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기고 싶다든가 지고 싶지 않다든가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나중에는 죽을 때까지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자기 고집만 부리게 되어 어느 쪽인가 몸을 던지는 기술을 내지 않으면 승부가 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30분이 지날 무렵, 가와조에 선수는 아직 기분적으로는 여유가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몸을 후들후들하면서 한계 상태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이제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고, 무의식중에 공격해 들어가 양손으로 머리를 쳤더니 성공되었습니다. 이겼다는 기쁨보다는 휴-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 순간 가와조에 선수 역시 ‘아, 끝났구나.’ 하고 눈인사를 보내왔습니다. 그 후 그에게 “그때 어째서 움직이지 않았나?”하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 거리에 들어가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자신의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검선의 공방시 근거리, 일족일도 거리, 원거리라는 거리적인 요소에다 정신적인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된 시합이었습니다. 마음의 작용에 의해 상대에게는 불리하고 자기에게는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즉 ‘적에게는 멀리, 나에게는 가까이’라는 거리입니다.
거리는 연구하면 할수록 깊이가 깊습니다. 거리의 묘를 알아감으로써 검도는 변해갑니다. 거리에 대한 연구 없이 검도의 발전은 없습니다. 저 역시 생애를 통해 거리에 대해 계속 수행해가고 싶습니다.
<기술강좌>
제2편 거리를 알면 재미나다. 타격거리를 몸에 익히자
―미키다 미노루(교사 8단. 국제무도대학 교수)―
주(註) ∎미키다 미노루 : 1948년생. PL고등학교에서 도카이대학으로 진학, 졸업후 일본방송에 입사. 1982년 브라질에서 개최된 제5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일본 대표가 되어 출전 개인전 우승을 차지. 이 영광이 전기가 되어 1984년 국제무도대학 개교와 함께 동교의 조교수가 됨.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출전, 전일본실업단검도대회 우승, 전검련 창립 50주년기념 전일본선발 검도 8단우승대회 준우승. 현재 국제무도대학 교수. 동 검도부장.
자신의 거리를 알고 상대의 거리를 알아낸다면 검도는 급격히 좋아진다. 더욱이 거리를 잡는 방법을 자기 나름대로 연구하면 검도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실전에 있어서의 거리의 사용법을 미키다 8단이 해설한다. <편집자 주>
1. 거리를 알면 재미나다
제51회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결승전은 서로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거리의 공방으로 인해 물러설 수 없게 되어 서로 치열한 공격을 가하고, 아울러 양쪽이 기(氣)를 모아 마지막엔 상대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멋진 정면승부의 시합이었습니다. 결과는 치카모토 선수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만, 패한 안토 선수 역시 멋지게 패한 멋진 경기였습니다.
요 몇 년 저희들이 지도하는 학생검도가 문란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법(理法)에 맞는 검도를 하는 것이 중점 사항입니다만, 학생이 거리의 공방을 싫어하는 것에 그 하나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치든가 맞든가 하는 거리의 공방으로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참아내고 적극적으로 도전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기술을 건다, 이겨도 져도 이러한 것들이 다음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의 현상은 ‘시작’이라는 구령과 동시에 치고 들어가기도 하고, 왼주먹을 들어 코등이싸움으로 들어가는 일이 흔합니다. 또한 코등이싸움에서 기술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으면 깨끗이 떨어져야 하는데 승부에 너무 집착하여 깨끗이 떨어지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버리는 시합이 적지 않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거리 공방의 중요한 점, 첫칼의 중요함을 잃어버린 것 같이 생각되기도 합니다.
연습에서도 준거(蹲踞)에서 일족일도 거리보다 훨씬 앞에서 검선을 맞추고 서로 치고 받는 일도 있으므로 국무대(국제무도대학) 학생들에게는 가능한 한 거리를 멀리 잡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시합이나 승단 심사는 개시선이 있습니다. 2.8m라는 피아간의 거리가 존재합니다. 그 거리를 대충대충 넘기면서 검도 기술이 늘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치더라도 납득하고, 맞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격자를 서로가 추구하는 것이 검도의 재미입니다. 그런 점을 무시한다면 운동 능력이 있는 자만이 만족할 수 있는 경기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면 멋진 검도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일본검도선수권 결승전은 검도의 참맛을 느끼게 한 시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등이 공방의 시합에서 거리 공방의 기술 시합이 주류가 된다면 “시작!”과 동시에 안이하게 기술을 거는 일도 적어지고, 코등이 싸움에서 떨어질 때에 역시 서로 깨끗하게 떨어지게 되며,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치는 기술과 상대를 끌어들인 다음 받아치는 기술을 더더욱 연마하게 되어 이상적인 검도에 접근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이번 테마인 거리는 논한다면, 저는 거리란 상대의 마음을 읽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죽도를 주고받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없는 한편 또한 자신의 마음도 전할 수 없습니다. 거리는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알기 어렵고,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알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너무 가까우면 상대의 의도를 알더라도 좀처럼 유효격자로 연결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적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유효격자로 연결 짓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또한 자신의 마음이 읽히기 쉬운 거리, 즉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타격거리로 들어가기까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2. 다섯 가지 거리
∎‘일족일도의 거리’에서는 칠 수 없다. ‘촉도(觸刀)의 거리’, ‘탸격거리’를 알아두자
거리를 설명하는 경우, 일족일도(一足一刀)의 거리, 원거리, 근거리의 셋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일족일도의 거리’란 1보 내밟으면 상대를 격자할 수 있는 거리(距離)입니다. 개인의 기술이나 체력에 의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대략 검선(劍先)에서 5cm에서 10cm 정도의 거리(距離)입니다. ‘원거리’란 자기도 1보로는 닿지 않지만 상대도 역시 자기에게 닿지 않는 거리입니다. 그리고 ‘근거리’는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더욱 가까이 들어간 거리입니다. 실전에서는 이 거리(間合)에서 기술을 걸게 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연습에서는 개시선이 없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 준거하자마자 갑자기 연습에 들어가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합에서나 심사에서는 개시선이 있고, 준거 후 일어나게 되면 서로의 검선과 검선은 20cm 정도의 거리가 있으며, 이것은 먼거리에 해당합니다. 거기에서 기력을 충실히 하여 싸우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보통때의 연습보다는 거리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 먼거리에서 일족일도의 거리로 들어가기까지 ‘촉도(觸刀)의 거리’가 있습니다. 일족일도의 거리는 1보 물러서면 닿지 않는 거리입니다만, 상당히 위험한 거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일족일도의 거리에 대한 마음의 준비로서 촉도의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목도에 의한 검도 기본기 연습법에서는 ‘횡수(橫手) 교차’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촉도의 거리란 일족일도의 거리로 들어가기까지 기를 모아 집중시키는 지점입니다. 일족일도의 거리와는 달리 상대가 뛰어들어와도 닿지 않는 안전한 거리이며 여기에서 더욱 거리를 좁힙니다.
촉도의 거리에서 일족일도의 거리까지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습니다만, 수cm 좁히지 않으면 일족일도의 거리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거리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촉도의 거리에서 상대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기를 분산시키기 위해 저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거리가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상대의 의도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려 기술을 걸기도 하며 상대를 나오게 한 후 받아치기 위해서는 타격거리에 들어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거리를 저는 ‘타격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족일도의 거리는 상대가 가만있으면 1보 들어가 칠 수 있습니다만, 종횡무진 움직이는 실전에서는 좀처럼 상대를 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일족일도에서 오른발을 좀 더 내밀 듯이 들어가 상대의 반응을 보는 것입니다. 약간의 시간입니다만, 거기서 ‘자세가 흐트러질 것 같다.’ ‘상대가 나올 것 같다.’ 등 재빨리 판단하여 결단을 내린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공격해나가는 것입니다.
즉 실전에서는 일족일도의 거리는 아직 치는 기회는 아닙니다. 일족일도에서 공방이 있고, 끌어들이기도 하며 자세를 무너뜨리기도 하는 중에 타격거리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 거리는 물론 개인차가 있습니다만, ‘여기는 상대가 나오는 곳’ ‘여기는 물러나는 곳’ ‘자세가 흐트러지는 곳’ 등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용기를 내어 앞으로 쑥 나가면 상대의 의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른발을 내딛지도 않고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언제까지고 자신의 타격거리를 얻지 못하고 맙니다.
‘오른발은 공세의 발, 왼발은 타격의 발’이라고 합니다만, ‘나오기’에서나 받아치기에서도 직립 부동에서는 기술을 낼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이 움직여서 상대의 반응을 읽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검도의 동작은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입니다. 치려고 하는 지점, 오른 주먹이 올라가려는 곳을 치는 것이므로 유효격자가 되는 것입니다. 치고 난 곳, 오른 주먹이 올라가고 난 곳은 좀처럼 성공할 수 없습니다.
* 정리 : 다섯 가지 거리(마아이:間合)
1. 원거리 : 1보로는 닿지 않지만 상대방으로부터 역시 맞지 않는 안전한 거리.
2. 촉도의 거리 : 일족일도의 거리에 들어가기 전 단계. 기를 모으고 집중시키는 거리.
3. 일족일도의 거리 : 1보 들여놓으면 상대를 격자할 수 있는 거리.
4. 타격거리 : 일족일도 거리에서 상대 자세를 무너뜨리고 기술을 걸기도 하고 상대를 나오게 하여 받아치기도 하는 거리. 상대의 동작을 보면서 반응하는 거리.
5. 근거리 : 일족일도의 거리보다도 더 가까운 거리.
3. 거리를 좁히고 무너뜨린다
∎오른발의 이동시간이 공세와 축력이 된다. 거리를 무너뜨리는 방법도 중요하다
자세는 치고, 찌르고, 칼을 피하는 것이 대전제가 됩니다. 저는 가능한 한 힘을 주지 않고 촉도의 거리에서 일족일도의 거리까지는 검선을 상대 인후 부분에 가져갑니다. 그리고 왼손은 움직이지 않고 배꼽 근처에서 한 주먹 정도 앞에 놓도록 합니다. 발의 위치는 오른발 뒤꿈치 부근에 왼발의 발끝이 오도록 하며, 왼발 뒤꿈치는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로 들어올리며, 오른발은 종이 한 장 들어갈 정도로 합니다. 오금은 펴지도 구부리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타격거리로 들어갈 때에는 자세는 그대로 하되 오른발은 마룻바닥을 스치듯 하면서 상대 쪽으로 이동시킵니다. 보폭은 서서히 넓어지고, 신체의 중심 역시 전방으로 이동해 갑니다. 그러는 동안 왼발은 체중을 지탱하게 됩니다. 그 지탱하고 있는 시간이 ‘공세(=세메)’와 ‘축력(=타메)’이 됩니다. 오른발을 앞으로 이동해갈 때 상대의 자세가 흐트러지면 왼발로 강하게 차고 오른발을 크게 내디디며 기술을 걸어갑니다. 반면 상대가 나오면 크게 내딛지 않아도 되므로 그대로 받아치기 기술을 구사합니다.
격자는 왼발로 찰 때 격자 동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공세를 살리기 위해서도 검선은 인후 부분에서 떨어지지 않고 찌름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하면서 타격하고, 받아칠 때는 거꾸로 검선을 느슨하게 하여 상대로 하여금 나오게 하는 것이 저의 공세 방법입니다.
상대가 오른쪽을 검선을 열면 머리나 찌름으로, 왼쪽으로 열면 손목, 왼주먹이 올라가면 찌름, 오른발을 앞으로 이동할 때 상대가 물러서면서 거리를 없애려고 하면 더욱 거리를 좁힙니다. 개인적인 공격 패턴으로는 메어손목을 사용하여 상대의 느낌을 읽으려고 합니다. 상대가 흠칫 놀라는 기색이라면 심리적으로 쫓아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타격거리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상대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역으로 상대가 멋지게 들어온다면 이쪽의 의도가 읽혀버려 물러나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거리를 끊는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상대의 공세가 강한 것을 몸이 스스로 느끼기 때문에 생각과는 별도로 신체가 반응하여 물러선다면 최종적으로는 당하고 맙니다. 따라서 저는 단순히 물러남으로써 거리를 끊기보다는 검도의 형 제3본의 찌름에서와 같이 거리를 무너뜨리고 다시 거리를 만들려고 애를 씁니다. 물러나기만 해서는 상대에게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하므로 느낌상 불리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따라서 상대가 강하게 들어오면 용기를 내어 발과 함께 거리를 좁히고 죽도로 상대의 검선을 누르듯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신적인 데미지가 적다고 생각합니다. 거리를 끊는다기보다는 무너뜨린다는 이미지를 갖는 편이 마음의 동요가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 정리
∎거리를 좁힌다 :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타격거리로 들어갈 때는 자세는 그대로 하고, 오른발은 마루를 스치듯이 상대 쪽으로 이동한다. 보폭은 서서히 넓어지며, 신체의 중심도 전방으로 이동한다. 왼발은 그 동안 자신의 체중을 지탱하게 되며, 그 지탱하고 있는 시간이 ‘공세’와 ‘축력’이 된다. 오른발이 앞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 상대 자세가 흐트러지면 왼발로 강하게 차고 오른발로는 크게 밟고 나가 기술을 건다.
∎거리를 무너뜨린다 : 상대의 공세를 막아낼 때 물러서기만 하면 상대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막을 때에는 발과 함께 거리를 좁히고 죽도로 상대의 검선을 누른다. 거리는 끊는 것보다는 무너뜨린다는 느낌으로 전향 자세 쪽이 마음의 동요가 적다.
4. 타입별 공략법
∎거리를 끊는 상대에게는 밀어걷기를 사용한다. 나오는 상대는 ‘나오기 기술’이 유효하다
사람마다 각각 성격이 다르듯이 거리를 취하는 방법에 따라 상대의 반응도 각각 다릅니다. 그러나 크게 나누면 거리를 좁힐 때 ‘거리를 끊는 타입’과 ‘나오는 타입’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거리를 끊는 타입은 이쪽이 거리를 좁히려고 오른발을 내밀면 위험을 깨닫고 슬금슬금 물러나면서 거리를 끊어버립니다. 여기서 초조하게 생각하면 반격을 당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신의 기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되풀이함으로써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갑니다. 상대에 따라서는 물러나면서 끌어들이려는 경우가 있으므로 충분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상대가 반격할 뜻이 없고 단지 거리를 끊으려고만 하는 것이라면 물러나는 거리, 물러나는 시간을 상정해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힙니다. 이어걷기를 하듯이 오른발을 내보내고 재빨리 왼발을 끌어붙여 기술을 내는 것입니다.
상대가 이쪽을 끌어들이려는 것인지 거리를 끊는 것뿐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저는 그 상대가 거리를 끊는 방법을 봅니다. 끌어들이는 경우는 끊는 데 여유가 있으며 끊는 만큼 그 상대에게서 방어의 느낌이 듭니다.
한편, 거리를 좁혀들어가면 나오는 타입은 상대의 강한 공세에 무턱대고 튀어나오는 케이스입니다. 또한 왼주먹을 크게 들어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턱대고 뛰어들어오는 상대에게는 되치기 기술이, 방어만을 생각해서 왼주먹을 크게 들고 나오는 상대에게는 찌름이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두 가지 타입은 모두 검선을 맞추고 있다는 가정이 있습니다만, 개중에는 검선을 일부러 맞추지 않는 타입도 있습니다. 그런 상대는 근거리에 들어올 때까지 공격을 참는다는 각오로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자신의 타격거리는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타격거리로 들어가는 그 과정에서 몸에 익혀가는 것입니다.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는 맞기도 하겠지만, 이를 싫어하면 언제까지고 몸으로 익힐 수 없게 됩니다. 각자 나름대로 연구해서 자신의 타격거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3편 다양한 거리 운용법
1. 최종적으로는 마음의 거리. 자신의 거리를 상대에게 묻는 것부터 시작한다/ 시이나 하루오(교사 8단)
주(註) ∎시이나 하루오 : 1949년생. 다마고등학교를 거쳐 가나카와대학에 진학, 졸업후 불이(不二)서치에 입사. 국체, 전일본실업단대회 등에 출전. 현재 유한회사 시너 대표.
(1) 닿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닿지 않는다.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면 거리는 짧다
대학 졸업 후, 불이(不二)서치라는 기업에 입사했습니다. 검도부 사범을 맡고 계셨던 분이 기쿠치 다다시 선생으로 당시 가나카와 현경 사범이셨습니다. 기쿠치 선생님은 시즈오카 출신으로 요코하마에서 자라 혼마키 중학교를 졸업한 후 다카노 사사부로 사범의 수도학원에 들어가 엄격한 수행을 쌓으신 분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엔 가나카와현 경찰 검도 교사가 되었습니다.
기쿠치 선생의 연습은 맞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제가 머리를 하나 치고 들어가는 사이에 머리, 손목, 허리 등 펑펑 맞았습니다. 치고 나가면 얻어맞고 또 얻어맞는 상태였습니다. 대개 치고 들어가는 연습에서 짧게는 20분, 길게는 40분에서 50분 정도 연습을 부탁드렸습니다. 기쿠치 선생님은 머리를 아주 절묘하게 치셨습니다. 저도 그것을 흉내내고 싶어 연습했습니다만, 거리를 잡는 법이 아주 절묘했습니다. 자신의 영역(타격거리)에 들어가면 주저하지 않고 다리를 이어붙이지 않고 펑! 하고 쳤습니다. 사정거리에 들어가면 저절로 반응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저는 몸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검선을 연 채로 맞기만 했습니다. 마치 꽁꽁 묶여 있는 듯했습니다.
기쿠치 선생님과 연습을 하면서 저는 간격으로 거리를 재려 했습니다. 내 죽도의 선혁이 상대의 어느 부분에 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혁과 선혁이 빠진 지점을 타격거리라 생각하여 선혁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언제라도 기술을 낼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긴장 상태에서 상대가 치고 들어올 수 없다면 나의 거리, 또한 내가 칠 수 없다면 상대의 거리라 생각하고 연습에 임했습니다.
이런 연습을 되풀이 하면서 타격거리를 완전히 몸에 익혀나갔습니다. 타격은 닿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닿지 않는 것입니다. 타격대를 상대로 일족일도 거리의 간격을 두고 팔을 뻗치면 죽도는 격자부위에 상당히 접근하게 됩니다. 거기서 오른발로 치고 나가 왼발을 끌어붙이면 충분히 닿는 간격입니다. 올바른 자세로 타격을 하면 간단하게 도달합니다.
그러나 검도는 타격대가 상대가 아니라 사람이 상대입니다. 여기에서 거리의 공방이 생겨나고, 맞고 싶지 않고, 치고 싶다는 등의 잡념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세는 흐트러지기 쉬우며 타격대라면 도달하는 거리도 닿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검도의 무서움이며, 어떤 상대와 마주하더라도 마음에 동요가 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검도 연습입니다.
따라서 저는 알지 못하는 분과 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연습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8단을 취득하고 나서는 받아주는 연습이 많아졌습니다만, 어떤 상대와도 연습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내가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고 시험삼아 쳐봅니다.
전검련 합동연습에서는 알지 못하는 분들과 칼을 맞추는 기회가 많습니다만, 그 분들에 대해 얼마나 나의 거리로 승부를 지을 수 있나 시험해봅니다. 전반은 나의 검도를 해보고, 후반엔 상대에게 연습하게 합니다. 모처럼의 기회이므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연습이 되기 위해 주의하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마음의 거리를 상대에게 질문하듯 나갔다가 들어오는 움직임에 상대가 끌려들어오면 이쪽의 페이스, 끌려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끌어들일까 생각합니다. 느낌으로는 댄스와 같이 상대와 함께 하되, 어떤 사람과는 왈츠를 추고 어떤 사람과는 탱고를 춥니다. 어떤 춤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연습이나 시합에서도 상대가 무의식중에 맞아 “졌습니다.” 라고 승복하는 것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특히 연습에서는 확실한 곳을 치지 않으면 납득이 되지 않으므로 노력해서 그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2) 두 번째 칼에 찬스가 있으며 항상 거리를 끊지 않도록 연구를
저는 체구가 작기 때문에 첫 칼은 물론이거니와 두 번째 칼의 거리를 잡는 데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입니다. ‘후(後) 타격의 시이나’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치고 난 후에 상대보다 먼저 칠 수 있는 자세를 잡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첫 칼은 누구나 충실합니다만, 두 번째 때는 의외로 기가 빠져버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거리를 끊지 않기 위해 지금도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란 종국적으로는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와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고, 또한 그 줄을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상면으로서의 물리적인 거리가 있습니다만, 거리적으로는 먼 간격에서도 마음의 거리가 가깝고 서로 엇물리게 되는 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가 서로 통하고 마음이 서로 통하면서 거기에 자연스럽게 거리상으로서의 간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대의 마음에 자신의 마음을 던져보고 상대를 얼마만큼 움직일 수 있는가, 말입니다.
거리(=間合)란 상대와 자신간의 간격임에 틀림없습니다만, 단계를 거듭함에 따라 마음의 거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검도의 참된 맛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자신이 공격해 가고 있는 것인지, 눌려 있는 것인지, 혹은 끌려가고 있는 것인지, 또는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등등을 이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타격거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정확한 타격거리에서 기술을 내면 유효타격으로 이어지고 상대도 인정하게 됩니다. 검도는 연령, 체력, 성별에 따라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 맞추는 거리에서는 칠 수 없다. 참된 거리는 왼발로 만든다/ 엔도 마사아키(교사 8단)
주(註) ∎1950년 후쿠시마 현립 아이즈고등하교를 거쳐 경시청에 봉직. 세계대회 단체전 우승 2회, 전일본선수권 4회 출전, 전국경찰관대회 단체전 우승 5회, 개인전 우승 2회. 현재 경찰청 검도사범.
(1) 거리를 좁히는 포인트. 먹잇감을 노리는 사자처럼
거리(=間合)이란, 개념상으로 상대와 자기 자신의 죽도를 매개로 한 간격상의 거리라는 물리적인 것과, 자기 자신의 정신적 작용 또는 몸의 상태에서 오는 심리적인 거리의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서로 마주 섰을 때 상대가 멀리 보이거나 또는 반대로 크게 보이는 등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신적인 면, 그리고 몸의 상태가 불안한 경우엔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 결과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의 시합이 이루어지곤 합니다.
거기서 저는 불안한 상태의 원인을 찾아보고 그것을 극복하는 연습을 줄곧 해왔습니다. 하지만 20대에는 그러한 실수가 되풀이되었던 것 같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30대가 되어서야 다소 극복할 수 있었고, 전에는 생각 못했던 것들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어서야 시합 성적도 안정적이 되었습니다. 즉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가 겨우 일치하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리는 간단히 말하면 ‘치는 거리’와 ‘맞추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단순히 내 죽도가 상대에게 닿는 거리를 ‘맞추는 거리’라 한다면 ‘치는 거리’는 격자 후에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존심을 확실히 갖추는 것, 이것이 바로 ‘치는 거리’, 즉 ‘타격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차이점을 확실하게 몸에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결국 타격거리라는 것은 상대를 세차게 공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 ‘거리를 훔친다’ 라는 말을 살펴보면, ‘훔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격거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조용하게, 그리고 상대의 기색을 충분히 살펴보고 난 후 상대에게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도둑이 훔치러 들어갈 때에 우선 대문가에서 잠시 집안의 동정을 살핍니다. 그것이 바로 검선이 서로 마주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알기 쉬울 것입니다. 반응을 살피면서 조금 들어간 곳을 마당이라고 한다면, 거기는 일족일도가 될까 말까 한 곳입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진행하게 됩니다만, 거기까지 들어가도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에는 단숨에 거실로 뛰어들어가 승부를 겁니다. 거꾸로 상대가 도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들어오게 되면 도둑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마지막까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현관이나 마당에서 몰래 엿보고 있는 동안 상대가 참지 못하고 거기에 화를 내거나 너무 의욕이 앞서 바깥으로 뛰쳐나오는 경우, 그걸 노리고 쳐 이기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거리는 언제나 신중에 신중을 더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자가 먹잇감을 노릴 때에는 전력으로 잡으러 갑니다. 우리들도 자주 그런 얘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전력을 내기까지의 사장의 경우, 자신의 몸을 낮추고, 바람을 앞세우고 주위의 먹잇감으로부터 자신의 모습과 냄새를 신중하게 감추고 충분히 거리를 좁힌 곳에서 전력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통해 생각해보면, 전력을 낸다는 것은 그 준비를 확실히 한 후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 공세하여 치는 것이나 끌어내어 치는 것이나 타격거리는 같다
저의 경우엔 참된 거리란 왼발로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오른발은 탐색하는 발이라 생각합니다. 오른발로 상대를 탐색하고 왼발에 힘을 모아 상대 공세에 대응합니다. 저의 경우 항상 ‘나오는 머리기술’을 치려고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왼발의 파워가 절대적입니다. 공세해 들어가서 치는 것이나 나오는 것을 치는 것 모두 같은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베 사부로 선생님(범사 9단)으로부터 늘 지도받는 것입니다만, “오른발은 맞추는 발, 왼발은 치는 발.” 이 말이 딱 맞는 표현이 아닐는지요.
예부터 거리(=간격)에 밝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이것은 상대의 움직임, 공세, 타격에 대해 최소한의 몸놀림, 죽도 조작으로 대응하고 곧바로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아닐까요. 속된 말로 시합에 강다하는 사람은 그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닐까요.
이상으로 거리에 대해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도 계속 연습할 생각입니다.
3. 거리는 촉도(觸刀)로 잡아라. 상대의 모든 것이 비쳐진다/ 다지마 마고토(교사 8단)
주(註) ∎1952년생. 가모고등학교를 거쳐 일본체육대학에 진학. 졸업후 사가현의 고등학교 교사. 전일본선수권 5회 출전. 전일본동서대항 4회 출전. 단체 2위., 전일본검도연맹대항대회 3위 2회. 현재 구사츠고등학교 교사.
8단을 목표로 오사카 수도관으로 연습하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마침 연습하고 계시던 후루야 후쿠노스케 선생님(범사 8단)에게 지도연습을 부탁드렸을 때, 선생님께서는 거리 공방 중에 “죽도를 맞추는 곳은 거기가 아니지.”라고 하시며 연습을 멈추고 지도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하였습니다.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 후로 진지하게 선생님께 지적받았던 “거기가 아니지.”라는 거리(=간격)에 대한 탐구에 제 나름대로 몰입해서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 즉 결론은 “거리는 촉도(觸刀)로 잡아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거리의 기술이라는 테마를 받고 어떻게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1) 자세교정이 타격거리의 어머니
“격자(擊刺)라는 것은 무턱대고 뛰어들어 행하는 것이 아니다. 일족일도(一足一刀)의 간격을 둘로 나누면 ‘촉도(觸刀)’와 ‘교도(交刀)’가 된다. 서로의 칼끝이 약간 스친 곳이 촉도다. 여기서는 선(先)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일도류에서는 ‘칼끝이 살짝 스치는 곳에 승리가 있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촉도 지점에서 상대가 일어나려는 것을 누르고 선(先)을 취한다. 검도에서는 상대와 자세를 취했을 때 검선과 검선이 스칠까 말까의 지점, 즉 촉도의 거리, 이때 선(先)을 잡으면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오가와 추타로, 검도강화 중에서>
이 내용을 어떻게 실천하는가를 목표로 나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5월 교토대회에서 나의 시합 모습을 비디오로 보니 목이 약간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나 자신은 똑바로 자세를 잡고 서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우뚝 서서 천지와 하나가 된다.” 라는 자세와는 영 동떨어진 자세였다. 이 때문에 ‘나에게는 가깝게, 적에게는 멀리’라는 거리가 될 수 없었다. 나 자신의 타격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세 교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귀를 어깨에 올려놓고, 코를 배꼽에 올려놓는다.’라는 것부터 시작했다.
“자세는 자신의 자세에 상대가 들어오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거리와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같은 것이 결과적으로 거리의 공방에서 이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나는 믿고 있다.
(2) 촉도의 거리에서 상대를 본다
이어서 상대의 어디를 보고 거리를 잡으면 좋을까. 그리하여 안법(眼法)을 연구한 것이 ‘촉도의 눈’, 즉 “촉도의 거리에서 상대를 본다.”라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의 조깅 코스 중 야마무라 신사에 갔을 때 경내에 내 키보다 조금 큰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의 전체 상(像)을 시야에 넣기 위해서는 어느 위치, 어느 정도의 거리를 떼고 보면 전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참배했다. 그리고 그 건물의 전체적인 상을 보는 이미지로 실제로 죽도를 쥐고 상대와 마주했을 때 주의해보았다.
상대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보이는 곳에서 상대의 전체 상(像)을 보도록 노력했다. 실제로 해보니 지금까지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촉도에서의 눈두기’는 거리의 공방에서 상대 검선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상대의 오른발까지 시야에 넣음으로써 몸 전체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 판단하여 상대를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상대의 격자가 자신에게 닿지 않게 하는 것(방어)과 받아치기로 발전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3) 좁은 간격에서 한발 한발 공세해 들어간다
거리(=간격)란 촉도에서 교도(交刀)로 공세해 들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거리를 좁혀 들어갈 때의 포인트는 발운용이다. 구마모토의 기쿠치시에서 고교간 대항경기가 열렸을 때 심판 선생님들의 아침연습에 참가하게 되었다.
때마침 구마모토의 야마다 히로노리(8단 교사) 선생님에게 연습을 부탁했을 때 무척 귀중한 지적을 받았다.
“공세는 손끝으로 해서는 안 된다. 다리, 허리, 배로 공격하지 않으면 참된 격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타격이 수타(手打=손으로만 치는 타격)였기 때문이었다.
과연 야마다 선생님의 공세는 우리들의 공세와는 달랐다. 그것은 ‘좁은 간격’에서 착실하게 한발 한발 상대를 공세하는 것이었다. 일족장씩 공세하는 ‘거리 좁힘’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연습중에 ‘좁은 간격’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된 것을 늦게나마 익히게 되었다. 그 후 나의 검도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보다 상대에게 맞지 않게 된 것이다.
기본 발운용인 ‘앞으로’의 동작을 매일 ‘팔각(八角)’. ‘목도’, 거합도를 되풀이 연습함으로써 상대에게 나의 거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일도류의 ‘우산의 공세’를 참고해 거리를 잡게 되었고, 아울러 ‘나오는 머리’를 칠 수 있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이같이 타격거리에서 ‘축력(畜力=타메)을 만드는 것’이 나의 거리를 만드는 큰 요인이 되었다.
앞에서 발운용에 대해 언급했지만, 특히 검의 조작에서 연구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발 운용에 죽도를 연동시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우산의 공세’로 우전(右前) 방향으로 발을 옮긴다면 자연스럽게 죽도는 왼쪽으로 운동되어지는 것이다.
몸의 힘을 빼고 상허하실(上虛下實)의 상태로 죽도를 움직임에 연동시켜가는 것은 자신의 타격거리를 만들어 상대에게 거리로 이기는 요소인 것이다.
주(註) ∎우산의 공세 : 사쿠마 사부로 범사의 저서 중 새끼손가락의 쓰임에 대하여에 나오는 말. 우산을 받쳐를 때 무의식 중에 새끼손가락에 힘을 주어 꽉 쥐게 되며, 바람이 강할 때에는 우산을 받쳐든 양손 새끼손가락에 힘을 모은다. 검도에서 죽도의 파지법에 “새끼손가락을 조여라.”라고 하는데, 이는 우산을 받쳐드는 것과 같다. 흔히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새끼손가락을 조이고 있지만 상대의 공세가 거셀 때에는 더욱 의식적으로 새끼손가락에 힘을 주고 조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의 공세에 대해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면 어깨와 팔뚝에 힘이 들어가 자연스런 공격과 받아치기가 힘들어진다. 우산을 받칠 때의 새끼손가락을 쥐는 방법으로 상대의 공세에 대응하고 역으로 이쪽에서 공세해 들어가는 것을 ‘우산의 공세’라고 한다. 비바람이 거셀 때에는 바람을 향해 우산을 펴고 나가는데, 이 역시 상대의 공세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죽도 끝을 상대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고 공세해 들어가는 것과 같다.
4. 눈과 발로 유리한 거리를 잡는다/나라키 히데아키(교사 7단)
주(註) ∎1958년생. 후쿠오카상고를 거쳐 후쿠오카대학 진학. 졸업후 후쿠오카 경찰청에 봉직. 전일본선수권, 전일본동서대항전에 출전. 현재 후쿠오카 경찰학교 근무.
(1) 검선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계산한다
얼마 전 집에 있는 서랍을 정리하자니 우연히도 1974년에 출판된 검도시대 창간호가 눈에 띄었습니다.
표지를 여니 ‘제3회 전국중학생선발검도우승대회’라는 기사. 저도 그 대회에 참가했었습니다. 그 무렵 저는 시합이 개시되자마자 상대와의 거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어갔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나라키, 거리가 멀다. 거리를 좁혀!”라고 주의를 받았지만, 저는 전국 무대에서 ‘거리’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단지 이겼나 졌나만 생각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검도를 계속해온 저에게 있어 ‘거리’는 영원한 테마가 되었습니다.
“검도는 이론이 아니라 부단한 연습이다.”
라는 예부터의 교훈이 있듯이, 검도의 가르침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감히 ‘거리’란 무엇인가를 말하자면, 상대와 자기와의 간격, 즉 공간적인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거리의 철칙은 “상대로부터 보다 멀리, 자신에게는 보다 가깝게”라는 것입니다. 항상 이 철칙을 지키고 자신의 타격거리를 만드는 것이 이어지는 공세와 타격에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안법(眼法=눈두기)’과 ‘발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상대의 역량과 기술, 상대와의 거리 등을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욱, 좌우의 보폭이나 중심 등을 염두에 둔 발운용을 함에 의해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전후(前後)의 발운용뿐만 아니라 좌우 사각(斜角) 운동을 통해 항상 발의 움직임을 살려 상대의 틈을 보기도 하고, 역으로 틈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거리에는 ‘근거리’, ‘일족일도의 거리’, ‘먼거리’ 등이 있습니다만, 상대의 특기나 신장 등을 고려한 ‘거리’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머리치기가 특기인 사람들은 왼손이 앞으로 나와 있기도 하고, 손목을 경계하여 자세를 낮추기도 합니다. 신장이 큰 사람은 대개 ‘먼거리’가 됩니다. 칼을 주고받을 때에는 이런 특징을 머리에 넣고 거리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의 연습에서는 상대의 특징에 따라서 검선이 어느 정도 들어가면 상대를 타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연구하여 상대가 머리로 나오면 손목을 치려 한다든가, 역으로 상대보다 앞서 머리로 뛰어들어가는 연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부단한 연습을 통해서 격자의 템포, 리듬을 익혀야 합니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거리에는 ‘박자’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템포나 리듬을 파악하는 것이 상대의 움직임을 읽기도 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친다, 친다! 는 모습을 보이다가 치고 들어가지 않거나, 기다리겠다는 모습을 보이다가 치고 들어갑니다. 실전에서는 한판이 되는 기술을 치기 위해서는 ‘준비작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마다 다릅니다만, 이러한 것을 공간타격이나 타격대를 놓고 치고 들어가기 등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일종의 습관이나 직감력 등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의 작용도 중요합니다. 검도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기록을 다투는 육상경기, 수영 등과는 달리 상대의 변화에 대응할지 어떨지 하는 것을 순식간에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치고 싶어도 상대에게 틈이 없으면 기다리고 참을 줄 아는 정신력을 몸에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검도에서 말하는 ‘담(膽)’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 ‘담’을 단련해가는 것이 타격의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거리’
저는 현재 경찰학교의 검도교관으로 젊은이들을 육성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의 테마인 ‘거리’에 대해서는 검도수업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 전반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자주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행하는 직무에서 거리는 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칼을 든 범인이 다가오는 스피드는 1초간에 약 4미터, 즉 0.1초간에 40센티의 빠르기라고 합니다. 그 상대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지각해서 신체가 반응하는 시간은 평균 0.4초라고 합니다. 몸 운용을 한다고 하면 40센티의 4배인 1.6미터의 거리가 없으면 위해를 받게 됩니다. 1초만 틀려도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게 됩니다. 따라서 이 ‘거리’라는 것은 경찰관이며 교관이며 검도인이기도 한 현재의 저에게 있어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저 자신은 앞으로 나이에 맞는 검도연습을 목표로 ‘촉도(觸刀=검선이 맞닿은 곳)’에서 ‘교도(交刀=일족일도의 거리)’의 공방에 의해 상대가 견디기 힘들어져 사계(四戒)가 생길 때 필사적인 기술로 칠 수 있도록 노력 정진하고 싶습니다.
5. 코등이 부분을 누르듯이 좁힌다/ 우마모토 츠요시(교사 7단)
주(註) ∎1964년생. 히로시마 安芸고등학교를 거쳐 법무사무관 간수. 전일본선수권, 전일본동서대항, 전일본도도부현대항, 국체 등에 출전. 현재 히로시마 구치소 근무.
(1) 바른 검도란 속임이 없는 검도
저의 검도 은사이신 나카니시 츠요시 범사는 생전에 자주 “바른 검도를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올바른 검도란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상대의 중심을 파고들어 타격하는, 즉 속임이 없는 검도입니다.
범사께서는 제가 시합 중에 억지 타격을 하거나, 상대를 속여 치거나, 더 나아가 한판을 선취한 후에는 도망가는 기분으로 시합을 하게 되면,
“검도에서는 상대의 기분을 타게 되면 지고, 자기 기세를 타면 이긴다는 가르침이 있다. 상대에게 공세를 가하면서 기세를 타라. 상대가 힘들어져 어쩔 수 없게 된 것을 쳐라. 상대가 다시 기를 타고 반격해오면 힘들기는 하겠지만 다시 그 위를 타고 넘어가 마지막엔 자기 몸을 버리고 치고 나가라. 그런 검도를 항상 마음에 두거라.”
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 ‘탄다(=乘)’는 의미는 상대방의 공세의 기세를 상회하는 기세로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라 이해하고 있습니다.
(2) 상대의 거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제가 저 자신의 타격거리를 만들어낼 때 주의하고 있는 것은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오른발을 반 보 앞으로 내밀 때 자신의 공세의 기분을 왼손을 통해 검선에 싣고, 상대의 코등이 부분을 누르듯이 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동작에 의해 예전에는 치고 들어갈 때나 상대에게 공격을 받을 때 나의 손이 올라가게 되어 손목을 자주 맞곤 했습니다만, 요즘엔 맞지 않게 된 효과와 함께 타이밍에 의지했던 때와 비교해도 기분상 축력이 생기고 자세 역시 크게 된 듯한 느낌입니다.
검도에는 원거리, 근거리, 일족일도의 거리, 더 나아가 가장 가까운 거리로 ‘코등이 싸움’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일족일도의 거리에서의 공방이 시간적으로도 오랫동안 연구를 필요로 해왔습니다만, 서로가 타격을 시도하거나 타격한 후에 이 일족일도의 거리가 무너지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 순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유효타격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시합에서 뛰어난 사람이고, 거리에 밝은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각각의 거리에서 타격하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즉시 ‘자신의 거리’(=자신은 칠 수 있지만 상대는 치기 힘든 거리)로 들어가 상대를 타고 타격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거리라고 하는 것은 상대의 기량, 체격, 자세, 움직임에 따라 다릅니다만, 누구라도 통용되는 것이 아니면 안 됩니다. 제가 상대의 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우선 자신의 검선을 살려 상대의 중심을 공격해 들어감으로써 막는 것. 이어서 상대가 자신의 거리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순간을 타격하여 막아내는 것. 한편 상대의 거리가 될 것 같을 때에는 일단 물러나 거리를 끊어버리는 것. 마지막으로 상대의 거리로 들어갔다고 생각되었을 때에는 반공(反攻)의 기세를 강하게 갖고 그 거리를 쳐부술 기세로 몸을 던져 타격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을 경험해보신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자신이 언제 어떻게 쳤는지 모르는데도 유효타격로 연결된 무심의 기술을 냈을 때가 참된 의미에서의 자신의 거리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3) 붙지 않으면서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라
검도의 거리와는 조금 다릅니다만, 우리들 교도관의 직무에도 당연하게 거리가 존재합니다. 업무상 항상 피수용자와 접하며 그들의 개선 갱생, 정상적인 사회 복귀들을 목적으로 한 처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접하는 방법을 검도의 거리에 비교하면 교도관과 피수용자가 너무 가까운 거리가 되면, 즉 친한 관계가 될 때는 그 대처 방법에 감정이 너무 들어가거나 평등하고 적정한 대우를 할 수 없게 되기도 하며, 또한 친하게 됨으로써 그들의 요구가 많아지기도 하고, 나아가 약점을 잡혀 협박당할 위험마저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거꾸로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으면 그들의 심정이나 동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게 되어 사고(=자살, 도주, 규율위반)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우리 교도관들에게 있어 직무수행상 가장 좋은 거리는 그들의 심정이나 동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그들에 대해 약점을 잡힐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 ‘자신의 거리’를 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도관은 직업 특성상 많은 피수용자와 대치하는 데다가 직장 특성상(=작업을 위해 가위나 칼 혹은 드라이버 등을 소지) 항상 위험성이 따라다니기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각기 다른 자신의 거리를 확인하면서 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만일의 경우 그들의 거리가 되어버린다든가, 내 거리를 침범 당하기라도 하면 사고로 이어져버립니다.
여러분들이 검도 기술의 향상을 위해 매일매일 정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교도관들도 직장에서 처우기술 향상을 위해 검도에서 배운 것을 살려가면서 매일매일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검도의 심오한 경지란 일상의 생활이나 직무에 반드시 상통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6. 기의 파동을 의식하자 타격거리를 느끼게 되었다/ 이시하라 카즈유키(7단 교사)
주(註) ∎1966년생. 마에바시고등학교를 거쳐 일본체육대학에 진학. 졸업후 군마현 중학교 교사. 전일본선수권 3위. 국체 우승. 전국교직원대회 우승. 현재 후지미중학교 근무.
(1) 검선의 대화 없이는 타격거리를 만들 수 없다
거리란 일반적으로 상대와의 간격(=시간적인 간격과 공간적인 간격)을 말합니다. 그러면 실전에서 자기의 타격거리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가 관건입니다만, 지금부터 저의 얕은 경력을 통해 이 타격거리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20대 때엔 허리와 다리의 탄력이 강해 상대의 검선이 중심을 잡아도 저는 검선을 위아래로 비껴내기도 하고, 발 운용으로 상대의 기백을 피하면서 각력(脚力)을 무기로 시합을 했던 것을 생각합니다.
어느 날 고등학교 시절의 은사이셨던 스스키 다카히로(=현 마에바시니시 고등학교 감독)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시하라, 단위(段位)는 겉멋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승단을 하게 되면 지금 이상의 자각과 책임을 가져야만 기위(氣位)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심사에 도전해라.”
그리고 다행히도 6단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시 은사님의 말씀대로 승단과 동시에 현외(縣外)의 우수한 선수나 기위를 갖춘 고단자 여러 분들과 시합하게 될 기회도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저의 시합에 대한 생각(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상대의 검선을 무시한 검도)을 가지고는 도무지 이길 수 없었습니다. 되짚어보면, 내 자신이 중심을 잡지 않으니까 상대에게 있어 이처럼 편안한 대전자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다리 품을 팔아 현외(縣外)의 검도연습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무도관의 합동연습에서 연습을 부탁드린 선생님으로부터.
“자네의 검도는 검선으로부터의 대화를 할 수 없네.”
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만, 그 선생님에게 가끔 연습을 부탁드리는 동안 검선에서부터 대화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타격거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 유리함과 불리함을 알아내는 것이 거리다
저는 약 10년 전부터 요통(腰痛)으로 고생하면서 몇 번인가 입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과감히 수술을 하고 약 1년 간은 죽도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조금씩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예전과 같이 과감하게 뛰어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뛰어들 수 없게 됨으로써 지금까지 이상적인 과제로 삼고 있었던 ‘검선에서의 대화’를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검선에서의 대화를 전혀 하지 않고 상대의 심리 상태나 거리가 어쨌든 간에 그것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뛰어들어갔던 적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타격이 나 자신의 한판으로 끝나건 상대의 한판이 되건 어느 쪽이든 납득할 수 없는 한판이 많았습니다. 소위 ‘이겨놓고 친다’가 아니라 ‘치고 나서 이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엔 연습을 통해서 무엇인가 확실치 않습니다만, 자신의 타격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氣)의 파동이 상대에게 파고 들어갈지, 또는 역으로 상대가 파고 들어오는지를 읽어내고 유리함, 불리함의 상황을 항시 파악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氣)의 파동이라고 한마디로 말하면 알 수 없겠지만, 공간 한 점에서의 상태 변화가 계속해서 전해져오는 것 같은 것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것을 마음속에 느끼기 위해서, 검선의 대화는 자신의 타격거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추상적인 예를 들어 죄송합니다만, 저 자신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많은 선생님들에게 연습을 부탁드리고 많은 과제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진해가고 싶습니다.
7. 일족일도에서 반보 들어간 지점이 실전의 타격거리/ 다나카 유리카(6단)
주(註) ∎1973년생. 가고시마고등학교를 거쳐 가고시마체육대학에 진학. 졸업 후 교토부 경찰. 전일본여자선수권 2위, 3위.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 전국경찰대회 개인전 우승. 전일본동서대항 출전.
(1) 9보의 거리를 소중히 한다
검도에서 거리라고 한다면 우선 ‘일족일도의 거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저는 ‘일족일도의 거리’ 전에 ‘9보의 거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심판의 ‘시작’이라는 선고로 시합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9보의 거리’에서 상대와 대치한 그 순간부터 시합은 시작되는 것이다.” 라고 선생님들로부터 항상 지도를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가르침을 실천하다 보면, ‘9보의 거리’에서도 상대를 주시하게 되고, 움직임이나 호흡을 읽게 됩니다. 아울러 서로의 기가 일치되는 때도 있으며, 준거의 위치로 걸어나가면서 거리를 좁혀가다 보면 실제로 검선이 맞닿을 때와 마찬가지의, 아니 그 이상의 긴장감이 생겨납니다.
검도에는 ‘일족일도의 거리’, ‘원거리’, ‘근거리’의 세 가지 가르침이 있습니다만, 일족일도의 거리가 기본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본타격일 때에는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타격을 해도 닿습니다. 하지만 실전연습, 시합 등에서는 좀처럼 타격을 성공시킬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곳, 일족일도의 거리에서 반 보 들어간 지점이 실제의 타격거리가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자신의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은 무리가 없는 자연적인 자세가 필요부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적인 자세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릴렉스한 상태를 말합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되면 순간적인 기회에 기술을 낼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죽도의 동작 역시 크고 무의미한 움직임이 되어버려 기술을 구사해도 효과적이 되질 못합니다.
그와 더불어 왼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금은 풀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긴장되지도 않은 상태로 적절히 여유를 갖게 해야 하며, 허리를 안정시키고, 그 위에 등을 곧바로 세운 상반신을 확실하게 올려놓는다는 기분을 취합니다.
몸과 마음 모두 충실한 자연체적인 자세에서 공세해 들어가고 기술을 거는 것입니다. 자신의 타격거리로 들어가기까지의 공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발을 잘게 나누어 쓰면서 전후좌우로 움직여 순식간에 자신의 타격거리로 들어간다.
∎ 상대의 검선을 바깥에서 안으로, 안에서 바깥으로 제치고 중심을 잡는다.
∎ 공세를 서두르지 말되 너무 수비에 치중하지 말며, 자신의 거리로 상대를 끌어들인다.
처음부터 타격거리에서 마주서는 일은 없습니다. 안전한 거리에서 싸움의 준비를 충분히 하되, 자신이 공격할 때에는 타격거리로 들어가 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신이 공세하거나 칠 때 외에는 거리의 바깥에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리를 항상 주도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페이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타격거리에 들어서면 왼발은 움직이지 말고 항상 칠 수 있는 자세로 몸을 던지는 타격을 하려고 의식하고 있습니다.(좀처럼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만…….) 만약 왼발을 움직인다면 (발을 붙이는 것), 그 순간에 이미 상대에게 ‘나오기 기술(=데바나와자)’을 허용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타입의 사람이 있으므로 이것들을 자유자재로 응용하기 위해서라도 평상시 다양한 사람과 연습을 하면서 보다 실전에 가까운 연습이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2) 비디오로 반성, 원거리를 의식했다
저의 경우 출산을 하고 2년간의 공백을 거쳐 2002년에 검도를 재개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연습을 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나 자신의 거리라고 생각해 치고 들어가도 전혀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죽도의 길이를 바꾸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습니다만, 좀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실전연습을 할 때도 근거리가 편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근거리가 되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승단심사, 전일본여자선수권, 전국경찰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반성하고 그때부터 원거리를 의식해 자신의 거리, 타격거리를 확인하면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제가 출전했던 시합 비디오를 되풀이해 보고 반성, 검토하면서 선생님들께 조언과 지도를 받으면서 나름대로 연구와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자신의 거리를 안다’라는 것은 무척 중요한 것이며, 상대와의 공방 속에서 짧은 시간에 거리를 판단하는 것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반면 자신의 거리를 알지도 못하고 타격거리를 만들지 못하면 결코 유효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여성은 결혼, 출산, 자녀양육 등등에 의해 환경, 생활, 리듬이 변합니다. 또한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체력은 떨어집니다. 그만큼 어떻게 무리없이 매끄러운 발운용과 몸운용을 할 수 있는가 연구하여 “이 거리라면 칠 수 있다”, “이 거리는 너무 가깝다, 혹은 멀다” 등 매일의 연습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체득하고, 그것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현재 자신의 거리(타격거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여러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지키고, 연구 노력을 게을리하는 일 없이 더욱 정진해가고 싶습니다.
제4편 거리의 공방, 각 선수는 이런 점이 달랐다
치카모토 타쿠미 선수와 안토 카이고 선수에 의한 아이츠현 경찰끼리의 결승전이 기억에 새로운 2003년 제51회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그때 경기장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어떻게 거리를 만들고, 상대와 진퇴를 펼쳤는가. 여덟 명의 선수를 골라 그 비밀을 찾아보았다. <편집자>
1. 좌우 한 세트가 된 발운용, 축력으로 순식간에 타격거리를 만들었다/치카모토 타쿠미(연사 6단, 아이츠현)
결승전에서 안토 선수와 펼친 멋진 승부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실제로는 3회전 스기모토 켄스케(효고현 경찰) 선수와의 일전이야말로 치카모토 선수의 거리 감각을 잘 표현한 시합이었다. 이 일전, 다른 시합장에서 안토 선수와 에이가 나오키(북해도) 선수와의 시합이 열리고 있었던 관계로 그늘에 가려져 있었지만, 깊은 맛의 공방이 펼쳐진 멋진 시합이었다.
치카모토 선수도 거리를 만드는 방법의 특징은 한마디로 말해서 일시에 확! 하고 일보에 타격거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승전의 안토 선수와의 시합에서도 발휘되었기 때문에 금방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빠른머리치기와 같은 발운용으로 좌우의 발이 거의 동시에 착지하여 휙! 휙! 하고 순식간에 기를 모은 상태(=타메)로 거리 안으로 들어간다. 이때 상반신과 검서넹는 전혀 힘이 들어가거나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세해 들어가는 순간 발이 붙어버리는 일은 없다. 이러한 상태로 공세해 들어가면 상대에게 반격을 당한다 해도 그 자세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으며, 언제든 공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합에서도 마찬가지로 발 움직임과 탄력이 좋은 스기모토 선수가 치카모토 선수의 공격을 되받아치면서 쑥, 쑥! 거리를 좁혀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치카모토 선수는 기를 모아둔 상태(=타메)로 촉도를 유지하면서 물러선다. 그리고 공세에 지친 스기모토 선수의 공세가 끝난 그 순간을 아무런 자세의 변화없이 그대로 되치고 들어갔던 것이다.
스기모토 선수가 일보 일보의 발이 흐트러져 움직이고 있었던 것에 비해 치카모토 선수의 발은 좌우가 원스텝이 된 것과 같은 움직임으로 이동하는 그 순간, 그 지점에서 축력(=타메)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순식간에 타격거리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또한 일족일도의 거리에서도 스기모토 선수가 우좌우좌(右左右左)의 상태를 이루는 것처럼 밸런스를 이동시켜가는 것에 비해 치카모토 선수는 빈틈없이 마루에 중심을 붙이듯이 하면서 거리를 유지했던 것이다. 먹잇감을 노리는 뱀과 같은 자세였다.
2. 끌어들여 나오는 머리치기, 타격거리는 왼발을 붙이는 순간/안토 카이고(5단, 아이치현)
안토 선수만의 독특한 기술을 꼽자면 ‘끌어들여 나오는 머리치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전일본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후가야 히토시(도쿄 경시청)에게 성공을 거둔 머리치기였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들어온 상황은 극히 불리하며, 역으로 말하면 상대를 몰고 들어가 물러서게 한 것은 타격의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어째서 이러한 거리 만들기에 통달한 일류 선수들에게 ‘나오는 머리치기’를 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상대의 오른발이 착지하고 왼발을 끌어붙이는 타이밍에 맞추어 타격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왼발이 끌어당겨지는 순간에 기술을 내면 앞으로 공세해 들어와 있는 것만큼 아무리 봐도 상대가 빠르다. 바로 이 순간의 타격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것을 공방 가운데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습을 통해 몸으로 익혀둔 타이밍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안토 선수가 전혀 다른 거리 만드는 법으로 한판을 얻은 예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1회전 히라오 야스시(도쿄 경시청) 선수와의 일전이다. 세계대회 일본대표 주장이었던 히라오 선수를 상대로 안토 선수는 첫 시작부터 ‘앞에서 잡는다’는 의욕에 넘친 시합을 시도했다. 아마 대표선수 선발전 등의 합숙을 통해서 히라오 선수의 공세를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난 작전이었을 것이다.
히라오 선수가 공세를 보이자 안토 선수가 거꾸로 쭈욱 앞으로 나갔다. 그 순간을 ‘나오기 기술’로 노리려 했던 히라오 선수였지만, 한판을 빼앗을 수 있을 정도까지 완벽하게 조여들어가 노리지 못했던 것 같다.
한판이 된 순간은 공세해 들어가 완전하게 거리를 만든 히라오 선수가 안토 선수를 더욱 몰아붙이려고 아래공격을 시도하려는 순간, 안토 선수가 곧바로 머리로 뛰어들어왔다. 그것도 히라오 선수가 왼발을 끌어붙이려는 순간에. 완벽한 점수였다.
3. 심리적인 거리의 진퇴, 일족일도에서 더욱 안으로 들어간다/후가야 히토시(연사 6단. 도쿄 경시청)
이렇게 말하면 실례일지 모르지만, 후가야 선수의 검풍에는 소위 화려함이 없다. 그러나 상대가 보면 그냥 막연한, 즉 무엇을 경계해야 좋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감히 비교해보자면 복싱의 보디블로처럼 조금씩 끈질기게 먹혀들어가는 공격. 이것이 후가야 선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후가야 선수의 거리는 어느 것인가 하면 ‘가깝다’라고 할 수 있다. 바깥 혹은 안쪽을 견제하면서 상대의 일족일도에서 더 안으로 깊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타격거리의 한계점을 넘어 공세를 받으면 대개의 선수는 동요한다. 즉 마음속에 사계(四戒:경구의혹)가 생긴다. 이것이 후가야 선수가 노리는 점이다. 당황해서 치고 들어오면 확실하게 자세를 잡고, 흐트러지게 되면 분명하게 물러서서 끊어버린다. 이것이 이어지면 상대는 점점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만다.
1회전의 요시도메 히데토시(시즈오카 경찰) 선수에게는 연장전에서 거리를 깊숙이 좁혀 들어가 머리치기, 2회전의 다카다 히데아키(시가현 경찰) 선수 역시 연장전에서 공세해 들어가 손을 올리는 그 순간 손목을 성공시켰다. 당연히 대전하는 선수는 거리 안으로 들어오기 전 들어오는 순간을 노리고 승부를 걸고 싶어한다.
3회전의 시라이시 타카후미 선수, 준준결승의 모리 다이키 선수는 발이 빠르다. 후가야 선수가 들어오는 순간을 ‘미리’ 노리고 머리를 치고 나왔지만 마치 기다리고 있었기라도 한 것처럼 머리받아 허리치기를 성공시켰다.
4. 하급자를 상대로 강해진다, 유연한 거리로 교묘히 이긴다/다자키 토모하루(5단. 후쿠시마)
다자키 선수의 거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연’이다. 나올 때나 끌어들일 때도 부드럽다. 결코 짧게 나눠 밟거나 능란한 발 운용은 아니다. 상대가 나오려는 것을 유연하게 물러나 거리를 유지하기도 하고, 혹은 상대의 동작이 멈추고 고착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멋진 기술로 공격해 들어간다. 상대의 심리를 읽어내는 데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회전. 우라다 마사노리(나가사키현 경찰) 선수는 첫 출전이긴 하지만 저력 있는 선수. 시합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우라다 선수처럼 보였지만 중반 한 순간 동작이 머추고 그 멈칫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뛰어들어가 손목을 성공시켰다. 2회전은 공격적인 검풍의 우에다 아키라(후쿠오카현) 선수의 공격을 멋지게 끌어들여 피하고 연장전에서 우에다 선수가 공세해 들어오다가 동작이 멈칫한 순간, 멋지게 머리를 성공시켰다. 이런 모습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끌어들여 치기’ 연습의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같은 교사인 미야다 카즈히로 선수도 특징이 비슷했다. 1회전에서 세계선수권대회 대표이기도 했던 다카나베 스스무(가나가와현 경찰) 선수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직진력이 뛰어나고 스피드 있는 머리치기가 특기인 다카나베 선수를 상대로 물러서기는커녕 점수에 가까운 머리치기로 상대를 위협했다.
스피드 있는 다카나베 선수에 대해서 중심을 실은 검선을 별로 움직이지 않고 압박하면서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대로 스트레이트로 치고 나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 타격을 위한 공세라기보다도 다카나베 선수가 여유를 갖고 공세로 나오지 모하게 하기 위한 거리좁힘으로 보였다. 30분 가까운 기나긴 승부가 되었지만 스피드에서 뛰어난 다카나베 선수에게 들어갈 틈을 주지 않고 싸워나간 미야다 선수의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은 유연하고 정교했다.
다자키 선수도, 미야다 선수도 실력이 뛰어난 선생님들과의 연습만으로는 이러한 검풍을 익힐 수 없다. 고등학생 등 실력이 떨어지는 하수에 대해 ‘합기(合氣)’와 ‘합기를 피하는’ 거리를 매일 일상적으로 연습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강(剛)의 거리’에 대한 ‘유(柔)의 거리’, 반드시 배워보고 싶은 기술이다.
5. 다시 서로 맞붙을 태세를 취한다, 이미 일족일도의 거리에 들어가 있다/에이가 나오키(교사 7단. 홋카이도)
1회전. 호카조노 도모유키 선수(가고시마현 경찰)와의 대전에서 현저했던 에이가 선수(북해도 경찰)의 거리를 만드는 방법의 특징은 빠르다는 것과 상대를 위에서 뒤덮듯이 자세를 잡는 두 가지이다. 후자는 전일본동서대항전에서 야노 히로미츠 선수와의 대전에서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때 에이가 선수는 앞으로 나가면서 짓누르려는 순간 야노 선수에게 타이밍을 놓친 머리를 허용했다.
호카조노 선수도 재삼 손목 페인트에서 머리, 머리 페인트에서 손목-허리, 머리 페인트 메어 머리로 타이밍을 잡으면서 기술을 거는 데 대해서 에이가 선수는 그 자리에 고정되는 일 없이 뒤로 물러서면서 상단을 잡는 자세로 응하기 때문에 호카조노 선수는 힘들어했다.
또한 재빨리 거리를 만들어내는 방법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연장전에 들어가 호카조노 선수는 코너에 몰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기술을 낼 수밖에 없게 되었지만, 그 하나의 요인으로 에이가 선수가 재빨리 거리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타돌 후, 서로 몸이 비켜가거나 코등이싸움에서 서로 갈라진 후 에이가 선수가 가볍게 검선을 피하는 듯한 상황에서 지체 없이 쑤욱! 거리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자세를 갖춘다. 그런데 그 순간이 이미 완전하게 일족일도 거리 안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양 선수의 신장 차는 호카조노 선수가 4센티 컸지만 타격거리는 거의 같게 느껴졌다. 그 타격거리 부근까지 갑자기 들어오게 되면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없게 된다. 거리를 확실하게 확보한 후 좀 더 여유 있게 공방을 하고 싶어했던 호카조노 선수는 기세에 눌린 듯한 자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6. 깊은 품안에서 멋지게 거리를 조작, 등을 넓게 잡고 싸웠다/하라 츠요시(5단. 사가현)
2회전에서 대전한 마사다이 겐지(가나가와현 경찰)는 상단 선수로 뻗어가는 편수손목, 혹은 편수에서 연타도 칠 수 있는 젊은이로 기백이 좋은 선수.
이 일전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타격의 수에서 보면 마다다이 선수가 공세, 하라 선수가 자세를 고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상단 선수에게 있어서 중단선수를 여유를 갖고 떼어놓는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하라 선수가 그 심리를 읽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거리 사용법이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하라 선수는 일어서면서 오른편수, 혹은 왼편수로 거리를 좁혀간다. 그러나 이것 자체는 상단에 있어서 무서운 것이 아니다. 편수가 되면 타돌은 불가능하게 되고, 타격을 위해서는 ‘양손으로’ 고쳐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명백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사실 마사다이 선수도 하라 선수가 두 손으로 잡는 순간을 노리고 재삼 기술을 걸었다. 그러나 하라 선수는 이것을 아주 쉽게 편수로 바꾸거나 혹은 빼어서 바로 손을 뻗는다. 앞에서 스며나오는 듯한 압력은 느낄 수 없었지만 이것이 보디블로우처럼 천천히 착실하게 마사다이 선수를 몰아갔던 것 같다.
3회전에서는 나카오 신고(오사카 경찰) 선수와 대전했는데, 여기서도 품안의 깊이를 살려 멋진 시합을 펼친다. 182센티의 장신인 나카오 선수에 대해 앞으로 나가 시종 등을 펴고 넓게 잡고 싸운다. 그러므로 나카오 선수의 반공에 대해서도 충분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대처할 수 있었다.
품안이 깊다는 것은 단순히 팔이 길다, 키다 크다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와 심리적인 거리의 진퇴가 훌륭한 선수가 품안이 깊다고 평가한다. 큰 몸집이라도 품안이 깊지 않은 선수가 있으며, 몸집이 작아도 품안이 깊은 선수가 있는 것이다.
7. 팔다리의 길이로 거리를 나눈다,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 시라이시류/시라이시 켄지(도치키현)
하라 선수가 마사다이 선수와 대전했을 때 멋진 거리 유지로 마사다이 선수를 흔들었지만, 같은 상단에 대한 대책이라도 1회전의 시라이시 선수는 조금 달랐다. 상단의 마쓰다 다이스케 선수(구마모토 경찰)에 대해 강력하게 거리 안으로 들어간다. 마쓰다 선수는 182센티의 장신 상단이지만 시아리시 선수는 그보다 2센티 더 큰 184센티. 이런 장신의 선수가 쭉쭉 들어오는 경험을 마쓰다 선수는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상단으로 자세를 취했지만 거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거의 편수 기술을 낼 수 없었다. 상단 선수로 하여금 거리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상단 대책의 상책. 마쓰다 선수가 강력하게 공세를 취했을 때도 시라이시 선수가 앞으로 나와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근거리가 되어 효과를 낼 수 없었다. 이것이 시라이시 선수의 상단 대책인가 했더니 2회전의 나라 류진(사이타마현 경찰) 선수와의 대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들어가는 공세였다. 어쨌든 이것이 시라이시 선수에게는 자신 있는 거리를 만드는 방법인 것 같다. 나라 선수 역시 저력이 있었지만 바깥의 맞서기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 시라이시 선수도 도저히 첫출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관록을 보여주었다.
한판을 얻은 후에도 시라이시 선수가 앞으로 앞으로 나가 주도권을 잡는다. 이 압력이 나라 선수에게 자신의 거리를 만들 틈을 주지 않는다. 결국 무리하게 물러나 거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지만 이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 시라이시류(流)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명문도장 연병관에서 갈고 닦은 저력은 훌륭한 것이었다.
8. 중심축이 벗어나지 않는 발과 허리, 흐르는 것처럼 거리좁힘으로 이어졌다/코세키 타로(도쿄)
2회전, 기쿠가와 쇼고(돗토리)는 신장이 180센티. 코세키 선수와는 10센티의 신장 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신장 차가 있으면 장신 선수에게 거리를 만들게 하지 않고 상대의 품안으로 뛰어들어가는 것과 같은 시합 전개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코세키 선수가 만들어내는 방법은 완전히 비슷했다. 일족일도에서의 공방을 선택했던 것이다.
기쿠가와 선수의 타격이나 공세를 앞에서 처리하고 팔을 앞으로 내밀 듯이 위에서 누르며 그 균형을 잡기 힘든 곳에서 뻗는 머리로 이어간다. 머리의 위치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확실하게 축을 확보할 수 있다. 그것이 코세키 선수의 특징이기도 한 상격에서의 날카로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일전이 결정난 장면 역시 아래공세에서 거리를 만들어낸 코세키 선수가 기쿠가와 선수의 검선이 호응하여 물러나는 것을 바깥에서 양손찌름. 그것을 거리를 두고 빼어낸 기쿠가와 선수가 빼어 손목, 그것을 흐트러짐이 없는 몸으로 쫓아들어가서 머리로. 마치 흐르는 듯한 거리좁힘이 훌륭했다.
이와 같은 발ㆍ허리축의 확실함은 패한 3회전의 다카나베 선수와의 일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판이 되지는 않았지만 돌아서서 멀기치기, 검선으로 눌러 밑으로 내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머리치기 등 코세키 선수다운 거리 만들기가 훌륭했다.
‣ 맺는 말
이상 거리의 특징이 뛰어난 8명의 선수를 예로 들어 보았는데, 그 어느 선수도 아래와 같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1. 발 운용이 훌륭하다.
2. 눈과 직감력이 뛰어나다.
3. 섬세한 공세와 대담한 타돌을 시도한다.
4. 거리에 의한 심리전인 진퇴가 훌륭하다.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인 ‘간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NHK 방송을 녹화하신 분은 이 점에 눈을 고정하여 다시 보게 되면, 훌륭한 기술이란 ‘공세’나 ‘거리’ 등과 같은 기술 이전의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