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3 Idiots)
최용현(수필가)
‘세 얼간이(3 Idiots, 2009년)’는 인도 영화중에서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한 코미디영화로, 전 세계가 ‘아바타’(2009년) 열풍에 빠져있을 때도 14억 인구의 인도에서 굳건히 1위를 지킨 영화이다. 이 영화를 감독한 인도의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은 2010년 필름패어 어워즈(Filmfare Awards)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세 얼간이’의 원작은 인도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영어소설인 체탄 바갓의 ‘Five Point Someone: What not to do at IIT!(5점 누군가: IIT에서 하면 안 되는 것들!)’이다. IIT는 인도 공과대학(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의 약칭이다. 영화는 원작의 큰 줄기를 유지하면서 잔가지들을 완전히 각색하여 액자식으로 구성하였다. 주인공 란초 역을 맡은 아미르 칸은 발리우드의 3대 칸(영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도의 국민배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못 말리는 세 친구’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였고, 그 후 불법복제가 성행하여 미리 본 사람이 많았는데도 2011년 극장개봉 때 46만 관객을 기록하여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 개봉 한 달 전에 원작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40만 명이 지원하여 단 200명만 합격하는, 천재들만 들어간다는 인도의 명문대학 임페리얼 공대(ICE, Imperial College of Engineering). 영화는 이곳에 들어온 신입생 중에서 란초(아미르 칸 扮)를 중심으로 기숙사 룸메이트 삼총사가 펼치는 파란만장한 대학생활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준다. 러닝 타임 2시간 51분.
주인공 란초는 주입식 교육을 비판하고 창의적 사고를 몸소 실천하는 미스터리한 공학천재이다. 파르한(마드하반 扮)은 야생동물 사진작가의 꿈을 가졌지만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공대에 들어온 친구이다. 라주(셔먼 조쉬 扮)는 전신마비 아버지와 교사를 그만두고 아버지를 돌보는 어머니, 지참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는 누나를 두고 있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친구이다.
이 학교의 비루 총장은 입학식 날부터 자신의 말을 따지려 들고, 다른 교수들의 수업방식에 시비를 걸며 트러블을 일으키는 란초를 문제아라며 매우 싫어한다. 결국 총장은 그와 함께 어울려 다니는 파르한과 라주의 부모에게 란초라는 못된 친구 때문에 아드님의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는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삼총사의 좌충우돌 행각은 4년 내내 계속된다.
란초는 1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간다 출신 차투르의 힌두어 실력이 부족함을 간파하고 발표문을 몰래 바꿔놓아 골탕을 먹이기도 하고, 위급상황에 처한 라주의 아버지를 총장의 작은딸 피아의 스쿠터에 태우고 병원에 가서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또 란초와 함께 피아에게 프로포즈하러 몰래 총장 관사에 들어갔다가 나오던 삼총사가 현관문에 오줌을 싸고 도망치기도 하고….
졸업 때가 되고, 저명한 사진작가의 조수로 채용하겠다는 제의가 온 파르한은 결국 완고한 아버지를 설득하여 사진작가의 길을 가게 된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겁쟁이 라주는 3층에서 떨어져 두 달 동안 누워있다가 깨어나면서 자신감을 얻어 취업에 성공한다. 둘 다 란초의 진심어린 조언 덕분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어느 날, 폭우로 온통 물바다인데 정전까지 되어 구급차가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삭인 총장 큰딸의 양수가 터진다. 이런 긴급 상황을 알게 된 란초는 기지(機智)를 발휘하여 진공청소기로 진공 컵을 만들어 아기를 끄집어내는데 성공한다. 이때 비로소 란초의 천재성을 알아본 비루 총장은 32년 동안 뛰어난 제자를 찾지 못해 물려주지 못한 우주비행사 펜을 란초에게 물려준다. 그런데 수석으로 졸업한 란초가 사라져버린다.
5년 후, 란초를 찾았다는 차투르의 전화를 받은 파르한은 급히 라주에게 연락한다. 세 사람은 만나서 차투르의 차를 타고 란초의 주소지 저택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이름이 분명히 맞는데 딴사람이었다. 이들이 찾는 란초는 이 저택 정원사의 아들이었고, 지금 라다크에 있다며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때 란초의 연인이었던 총장의 작은딸 피아가 오늘 결혼식을 한다는 소식을 전화로 확인한 세 사람은 예식장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아직도 란초를 잊지 못하고 있는 피아에게 란초에게 가자고 설득한다. 이들은 예식장을 뛰쳐나온 피아를 차에 태우고 라다크로 향한다. 차투르는 란초를 만난 후, 400개의 특허를 가진 과학기술계의 거물 푼수크에게 1년간이나 매달렸던 중요한 계약서에 서명을 받으러 갈 예정이다.
주인집 아들의 학위를 대신 취득해준 란초는 라다크에 대안학교를 설립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살고 있었다. 삼총사인 파르한과 라주, 연인 피아, 어린이학교 교사라고 란초를 깔보는 대기업 부회장 차투르가 반갑게 란초와 재회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그런데 차투르는 푼수크를 만나러 갈 필요가 없었다. 란초의 진짜 이름이 푼수크였다.
이 영화는 주입식 교육의 한계와 함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란초는 ‘다 잘 될 것이다(All is well).’라는 뜻의 ‘알 이즈 웰(Aal izz well)’을 입버릇처럼 외치며 이 영화의 메시지인 ‘너의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은 반드시 뒤따라온다.’를 몸소 실증한다. 그러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 때문에 적당히 타협하려는 청춘들에게 진정한 성공의 의미와 참된 우정의 가치를 보여준다.
세 얼간이’는 발리우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를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명작이다. 인도판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대학생, 그리고 자녀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는 부모님들에게 꼭 한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