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마 은행의 구좌번호야. 전에 너에게 신세 입은 것도 있고 해서
네 결혼축의금으로 입금시켜 봤어. 받아 주면 고맙겠다. "
"야, 거창하게 이게 뭐야? 현금으로 줘 버리지,"
고영무가 템그레 웃었다.
"얼만데?"
궁금한 듯 종이쪽지를 집어 들여다보면서 박정환이 물었다.
"그건 나중에 확인해 봐. 내가 당분간 또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아
서 그래."
"어디로 말이야
"이곳저곳."
고영무는 박정환을 향해 밝게 웃었다.
밀리카는 머리를 들어 먼 쪽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평선 위쪽으로
지는 태양이 걸려 있었는데 바다의 물결이 불꽃을뿌린 것처럼 빛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아래쪽의 백사장위를 서너 명의 아이들이 가로질러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첫빛 털을 가진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아이들 주위를 템돌다가
저만큼 앞장서서 달려 나갔다.
이 부근에 사는 아이들인 모양이었다. 이곳은 파도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백사장이 넓지도 않은 바닷가여서 근처의 주민들만 간혹 바닷
가에 나을 뿐 서핑족이나 피서객들이 찾아오지 않는 곳이었다.
LA의 훨씬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 마을로 옮겨온 지 벌써 두 달
째가 되어가고 있었다. 주변의 부하들이 지난번 집행자들에게 대부분
살해당했으므로 이쪽 저택에 살고 있는 것은 페르딘도와 부하인 프란
시스, 그리고 밀리카 세 사람뿐이었다.
옆쪽의 유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페르난도가 다가왔다.
"밀리카, 고영무가 돌아온 모양이다. 시내에 나갔다 온 프란시스가
소문을 들었다는구나."
밀리카가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라파엘의 일을 하는 및 놈들도 다시 나타났다는데 함께 여행을 다
녀온 모양이야."
페르난도가 대답이 없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
치자 페르난도가 머리를 돌렸다.
"네 기분은 알아,밀리카. 어쩌면 오빠인 나보다네가 더 강한 기질
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페르난도, 난 잊지 않고 있을 뿐이에요. 그놈한테 구차한 목숨을 건
졌다고 그 일을 잊을 수는 없어요."
가라앉은 목소리로 밀리카가 말했다.
"이제 우리가 그놈에게 복수할 힘을 잃었다고 포기할 수도 없구요."
"자신을 망치는 일이야, 밀리카."
페르난도는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
도 굳어져 있었다.
"너와 나의 비중을 따지는 건 우습지만, 난 남자로서의 모든 것을 잃
었다. 마지막에는 놈에게 목숨을 구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너는 내가
살고 있는 것마저 부끄럽게 만든다. "
"페르난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저는 그것이 살아가는 데
힘을 준다고 믿어요."
"아니다, 밀리카."
페르난도가 입맛을 다시며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능력이 닿지 않는 욕심은 그 사람을 더욱 좌절시키는거다. 난 네가
시간이 지날수록 잊게 될 줄 알았다. "
"오빠는 날 위로해 잊게 만들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어
_5.. "
밀리카의 눈이 물기에 젖어 가는 것을 바라본 페르난도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돌렸다.
"페르난도, 나는 오빠가 그럴수록 가여워요. 자꾸 잊었다고 말할수
록,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할수록."
"오빠가 TV를 보면서 웃는 것을 보면 죽이고 싶다가도 안아 주고
싶어요. 난 오빠를 위해서라도 놈에게 복수를 할거예요."
페르난도는 바다 쪽을 바라본 채 머리를 돌리지 않았다.
이제까지 고영무의 이야기는 그들 사이에서 금기로 되어 있었다. 가
르시아 등으로부터 처형당하려는 순간에 구차하게 목숨을 구해 받고
는 고영무의 일당을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시체가 즐비한 그쪽 저택을 그날 밤 뛰쳐 나와 이쪽으로 옮
겨야만 했고 그때부터 은둔 생활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밀리카."
가라앉은 목소리로 페르난도가 입을 열었다.
"네가 그럴수록 내가 비참해진다는 걸 아니? 난 이제‥‥‥‥
밀리카가 머리를 들어 페르난도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카를로스
의 공공연한 배신자가 되었다. 카를로스는 그를 처형한 사람에게 백만
달러를 주겠다는 현상금까지 걸어 놓았다. 카를로스는 페르난도가 집
행자인 가르시아 일당을 살해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콜름비아의 세 개의 조직 모두로부터 들기는 몸이 되었다.
카스틸로 정권이나 라파엘의 세력들도 그를 잡아 카를로스에게 호의
를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페르난도, 전 결심했어요."
이윽고 밀리카가 입을 열었다.
"오빠는 걱정하시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절 말리지는 마세요."
페르난도는 그녀를 바라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회의를 마친 고영무가 2충의 서재에서 내려오자 산토스가 다가왔다.
"보스, 정문 앞에서 웬 여자가 보스를 찾습니다. "
"누구Of"
그렇게 물은 것은 함께 내려온 신용만이다. 산토스가 머리를 한쪽으
로 누였다.
"밀리카라고 했습니다. 보스를 잘 안다고."
"밀리카?"
신용만이 고영무를 돌아보았다. 그로서는 알 수 없는 이름이다.
한동안 산토스의 얼굴을 바라보던 고영무가 머리를 」1덕였다.
"들여보내라, 산토스. 그렇지, 바괄 테라스로 안내하도록."
"형님, 누굽니까?"
신용만이 묻자 고영무가 입술 끝으로 웃었다.
"페르난도의 동생이다. 너도 그날 밤에 보았지?"
"아, 그 여자."
그러고는 신용만이 다시 찬찬히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형넘, 저도 함께 있을까요?"
그가 묻자 고영무는 머리를 저었다.
"나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온 모양이다. 그런 인사는 나 혼자 받
겠다. "
"그럴 리가요? 여자치고는 대담한 것 같습니다. 혹시 뭐라도 숨겨
온다면."
고영무가 웃으며 몸을 돌렸으므로 신용만은 입맛을 다셨다.
옆쪽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간 고영무는 정문을 가로질러 이쪽으로
다가오는 밀리카를 보았다.
산토스와 나란히 걸어오던 밀리카는 그를 바라보았으나 얼굴의 표
정은 변화가 없었다. 雲은 회색 투피스 차림인 그녀의 곧은 몸매를 바
라보던 고영무는 천천히 의자에 않았다.
"모시고 왔습니다, 보스."
산토스가 다가와 그녀에게 자리를 권하는 몸것으로 고영무 앞쪽에
놓인 의자를 잡았다. 힐끗 산토스를 바라본 밀리카가 자리에 앉았다.
"차를 든릴까요?"
그들의 중간 부근에 시선을 준 산토스가 물었다.
"그래, 커피 둘을 가져와."
산토스가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이렇게 찾아오다니 뜻밖이군 "
고영무가 그녀를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밀리카."
"당신 옆에 있고 싶어서 왔어요."
밀리 카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방법밖에 없었어요."
"내 옆에서 나를 죽이려고?"
"그럴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내가 그렇게 해줄 것 같았나?"
"무슨 짓이든 할게요. 당신 옆에 있게 해줘요."
밀리카의 목소리는 열피에 차 있는 것 같았고 얼굴은 꿈을 꾸는 듯
한 표정이었다.
"난 흔자 있으면 안 돼요. 제발."
"혼자 있으면 왜 안 돼? 매린 대신 내가 있어야 한단 말이냐
"내 무엇이든 가져가요. 내 몸도, 내 영혼도."
"그 대가는 내 목숨인가?"
고영무가 입술 끝으로 웃었다. 그리고는 똑바로 그녀의 얼굴을 들여
다보았다.
"그래,내 옆에 있어라. 어차피 너나 나나목숨을 담보로 일을 하는
사람들. 떨어져 있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지."
고영무가 내던지듯 말하자 밀리카는 이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고, 산토스가 다가오자 제각기 머리
를 돌려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한낮의 태양이 바다를 비춰 바다 색깔
은 옅어져 있었다.
"말도 안 됩니다, 형넘."
신용만의 목소리가 응접실을 올렸다.
#어린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저 여자를 집에다 두다니요.더구나
내일모레 콜룹비아에 들어갈 참인데."
·어차피 이곳에 남겨 둘 여자야.그리고 이 집은 빈 집이 된다. 상관
없어 ."
앞쪽 소파에 앉아 있던 최대광이 옆에 앉은 신용만을 바라보았다.
·상관없잖아. 제 발로 걸어 들어왔는데 오히려 잘됐지 월 그래?"
신용만은 그에게 얼굴도 돌리지 않았다.
짐 버클리가 응접실로 들어싫다.
,"보스, 거실에 있는 저 여자, 페르난도의 동생이 아닙니까?"
그도 눈을 치켜 뜨고 있는 것이 산토스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
었다.
"그래, 밀리카라고 전에 보고타에서 같이 일했던 여자지."
고영무가 가법게 말하자 그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최대광의 옆자리
에 않았다.
"그런데 왜 왔습니까? 몸수색은 시켜 보았나요?"
"나하고 같이 있고 싶다는 거야. 목숨을 구해 준 보답을 하겠다는
군,"
"어이구, 그럴 리가?"
짐이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페르난도가 보냈을겁니다. 그놈은 어떻게든 명예를 회복하려고 했
으니까요."
"이겐 날 죽여도 회복이 안 돼, 그걸 알 만한 사내야, 그는."
"그렇지만 저 여자는 제 남편을."
짐이 힐끗 고영무를 바라보고는 말을 멈줬다.
"내쫓아야 합니다. "
신용만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에 잡아 놓으면 우리가 감시할 수 있다는 생각, 어림도 없습니다. "
그가 한국말을 하였으므로 짐이 밀뚱한 얼굴로 신용만을 바라보았다.
"아예 죽여서 바닷속에 넣어 버 립시다. "
"01 』招은."
최대광이 와락 이맛살을 찌푸렸다.
"비겁하게 여자 하나를 가지고. 더군다나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여자
한테 ."
"그럴수록 위험한거야. 독한 년이다. "
단언하듯 말하는 신웅만을 고영무가 힐끗 바라보았다.
"보즈,저 여잔에게 페르난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물어 보십시오.제
오빠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 준다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씀하시지요."
짐이 상체를 들고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페르난도는 지금 카를로스나 카스틸로 양쪽에서 쫓기고 있습니다.
카를로스가 현상금을 백만 달러나 걸어놓아서 우리측 정보원들도 아
마 눈에 불을 켜고 있을겁니다. 페르난도의 거처를 알려 주는 조건으
로 머물게 하겠다고 하시면 여자는 틀림없이."
"말해 주었어."
고영무의 말에 세 사람 모두가 입.을 벌렸다. 그리고는 고영무를 바
라보던 시선을 돌려 제각기 옆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LA북쪽의 파커스란 마을에 살고 있다. 여기서 50킬로쯤 위
쪽이지."
"그렇다면 놈을 잡아야겠군요. 아니면 정보를 흘려 주거나."
신용만의 말에 최대광이 혀를 崙다.
"에이, 도무지 각박해서 세상 살 맛이 안 나는구만. 아, 가만히 있는
것들을 가지고 왜들 난리야. 대들기라도 하면 모가지를 뚝 분지르면
그만이지 웬."
최대광은 큰 덩치를 왼쪽으로 돌리자 짐과 마주 보는 형국이 되었으
므로 다시 이쪽을 향해 고쳐 앉았다.
"안 그렇습니까? 형넘. 우리가 페르난도인지 베르난도인지 그놈을
잡아다가 상을 탈 만큼 쪼들립니까? 옛말에 품 안에 든 새는 잡는 법이
아니라고도 했는데."
"밀리카는 이곳에 두기로 결정했다. "
고영무가 자르듯 말했으므로 최대광은 입을 닫았다.
고영무가 말을 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제 목숨을 담보로 이곳에 뛰어든 그 여자의 집
념이 좋게 보이기도 했고 그 여자에게 죽지는 않는다는 자신감도 있
다. 내버려 두어라. 난 여자에게 죽을 사람이 아니다. "
모두들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을 둘러보던 고영무가 문득 템그레 웃었다.
"그 여자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짓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될
것이다. "
크링거가 특별 주문한 링컨 콘티낸털에서 내리자 빌팅의 현관에서
그를 향해·지미 골드가 다가왔다.
"크링거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아니, 지미, 갑자기 웬일이오?"
이맛살을 찌푸린 크링거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난 지금 약속이 있는데."
"도쿄에서 온 하라다씨를 만날 예정이시죠? 그 사람은 한 시간 전에
도쿄로 돌아갔숩니다. 날더러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해 달라고
합디다. "
"지미, 당신."
크링거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당신 그러고 나서 몸이 성할 것 같아?도대체 누굴 믿고 이러는거야?"
"하라다가 당신의 마약을 2킬로그램 구입하려고 돈을 준비해 두었
더군요.모두 녹음해 두었습니다. "
허리를 숙인 지미가 그의 차를 들여다보았다.
"안에서 이야기할 수 없을까요? 크링커씨. 이곳이 저쪽 호텔의 시끄
러운 분위기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한동안 말없이 지미의 얼굴을 바라보던 크링거가 콘티넨털의 문을
열었다.
지미는 가죽 냄새가 풍겨 오는 내부로 들어가 않자 입술을 逃족하게
내밀고는 가법게 회파람을 불었다.
"과연 소문만 듣던 들 콘티넨털이로군. 대통령의 리무진보다 낫다고
하던데. 하긴 내가 대통령의 리무진을 타 봤어야지."
잠자코 그의 수선스러운 몸첫을 바라보던 크링거가 앞쪽에 놓인 선
반을 잡아당겨 안에서 시가를 꺼내었다. 그리고 왼쪽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라이터로 불을 붙여 물고는 길게 앞쪽으로 연기를 내물었다.
됫좌석은 서로 마주 보고 앉도록 시트가 배열되었으나 크링거는 앞
쪽 자리에 선반과 책상, 냉장고를 들여놓았고 왼쪽의 의자를 앞으로
때면 침대가 되었다. 모든 가구와 배열된 상태가 고급인데다 품위가
있었으므로 지미는 불현듯 짜증이 났다.
"크링거씨, 너무 노골적으로 나다니시는 것 같군요. 하라다 같은 조
무래기를 직접 상대하시는 걸 보면 자금사정이 안 좋으신 것 같기도
하고. "
지미가 크링거를 바라보며 얼굴에 웃음을 띄줬다.
"2킬로그램쯤의 거래는 전에는 크라우스한테 시키셨는데, 아직 믿
을 만한 부하가 나타나지 않아서 그런가 보지요?"
"fl fl . "
크링거는 시가의 연기를 그를 향해 내뽑었다.
"날 잡아넣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거 다 알아. 지난번에는 페르난도
가 보낸 가짜 증인을 모시고 법석을 떨었지. 너희들은 지금까지 그놈
이 페르난도의 부하였던 것을 모르고 있었을길?"
"천만에, 알고 있었어, 크링거. 그땐 마악 당신을 처넣을 참이었지."
"지미, 너같은 조무래기는 네 보스인 로스만이 왜 그 증인을 보내고
사건을 잊으라고 했는지 모를거야."
"너희들은 사건에만 집착하지만 우리쯤 되맨 국가를 생각하게 되지,
지미 . 국가적인 사건이야.·"
지미가 템그레 웃었다.
"마약쟁이 놈이 별 개같은 소리를 다하는군."
크링거가 퍼뜩 얼굴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러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미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네가 CIA의 워렌 국장하고 무슨 국가적인 사건을 맡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가 맡은 일만 해. 나는 그래서 너에게 내 일을 말
해 주려고 온거야."
"지금 LA에서 일어나는 일,특히 고영무의 동태에 네가 측각을 곤
두새우고 있다고 들었어. 잘 들어, 크링거 "
"너는 마약쟁이일 뿐이야, 이 개자식아. 이런 냄새나는 차 안에서 거
드름을 피우다간 다시 수류탄 공격을 받아 갈가리 첫어진단 말이야."
크링거가 퍼뜩 눈법을 치켜 세뤘다.
"고영무에 대해 네가 입을 벌렸다는 사실만 드러나도 넌 이제 고영
무 집단의 공격을 받을거야. 그땐 경찰도 마약부도, FBI나 CIA도 모
두 다른 일로 바뿐 때일거야. 네 시체는 걸레같이 랫겨서 네 부하의 몸
뚱이에 네 머리가 없혀져 관에 넣어질지도 모른다. "
"입조심해야 돼, 크링거. 널 이렇게 놔두는 것은 네 말대로 국가적인
사업 때문이닌까. 그런 네가 그럴 필요가 없게 되면 개처럼 죽게 돼."
말을 마친 지미가 문고리를 잡아당겼므나 어찌된 셈인지 열리지가
않았다.
서너 번 철컥거리던 그는 가슴 안쪽의 권총걸이에서 선뜻 리볼버를
뽑아 들었다. 그 순간 크컴거가 스위치를 눌렀으므로 철컥 하는 소리
와 함께 지미 쪽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지미가 힐끗크링거의 얼굴을
돌아보고는 권총을 가슴 속에 다시 꽃았다.
수선스러운 분위기는 하루 종일 계속되었는데 오가는 남자들의 표
정은 대부분 활기에 차 있었다. 들떠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했다.
밀리카의 출입이 허용된 곳은 응접실과 주방, 그리고 주방 옆쪽의
거실이었다. 음식에 약이라도 타서 독살을 시킬까봐 검이 났는지 마리
아라는 삼십대 여자 한 명이 그녀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주
방에 들어선 그녀에게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는다.
"헬레나, 산초코 다섯 사람분을 바닷가로 가져가했더니 월 하고 있
어?"
마리아가 팩 소리를 치자 풍만한 몸매는 마리아하고 비슷하지만 얼
굴이 한창 피어오르는 이십대 전후의 여자가 입술을 매죽 내밀었다.
"금방 2층 회의실에 일곱 사람분을 가져다 주고 왔잖아인 누구더러
와서 가져가라고 해요."
"내가 가져다 주지요. 어디로 가면 되지요?"
그러자 마리아와 헬례나가 일제히 일손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밀리카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산토스! 산토스!"
갑자기 마리아가 입을 따악 벌리고 고함을 쳤으므로 밀리카의 얼굴
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가습이 울리는 진동이 느껴지고 있다.
"무슨 일이오, 마리아?"
산토스의 미끈한 얼굴이 나타났다. 주방 안으로 들어선 그는 여자들
을 둘러보았다.
"산토스, 산초코 다섯 사람분을 바닷가 사람들에게 가져다 줘. 빨리."
입맛을 다신 산토스가 커다란 쟁반을 받쳐 들었다.
"일을 하고 싶으면 이곳에서 그롯을 셋어 줘."
그녀에게서 몸을 돌리떤서 마리아가 말했다.
"내 눈앞에서 일해. 내가 보는 데서."
"왜요?내가 음식에 독이라도 탈까봐?"
밀리카가 그룻을 손에 쥐떤서 묻자 헬레나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마리아가 몸을 돌려 밀리카를 바라보았다. 두 눈을 치켜 뜨고 있었
는데 금방이라도 손바닥이 날아을 것 같은 표정이다.
웃음을 멈춘 헬레나가 이쪽으로 머리를 돌렸고 밀리카는 그롯을 손
에 든 채 그녀의 시선을 받았다.
"내 동생 타마요는 집 앞 거리에서 정부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
마리아가 한 걸음 다가졌다.
"그애는 열네 살에 개처럼 길에서 죽었어.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밀리카의 말에 마리아가 와락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년. 그놈은 마약을 나르다가 죽었단 말이다.
마약중독이었어. 너희들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죽었어."
"죽인 건 정부군이지 우리가 아니야."
그녀의 팔목을 움컥쥔 밀리하가 소리쳤다.
"네 동생이 마약중독이 된 것이 왜 우리 책임이o終"
주방의 소란을 듣고 사내들이 달려 들어와 여자들을 뜯어 말렸다.
"네년도 마약을 먹어 봐야 돼, 이년아."
마리아가 바락바락 악을 쓰는 주방에서 끌려 나온 밀리카는 한동안
응접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사내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일은 안 해도 돼, 밀리카."
옆쪽에서 말소리가 들렸으므로 그녀는 머리를 들었다.
고영무가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도 주방 쪽의 소란을 들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이곳에서 너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야."
밀리카는 천천히 소파에 앉아 두 손을 무를 위에 올려놓았다. 온몸
의 기력이 발 밑으로 모조리 빠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 문제로 오늘 낮에도 한바탕 논쟁이 있었어. 누구는 널 내쫀자고
하고 누구는 또 널 죽여서 바닷속에 묻자고도 그했어, 네가 무엇 때문
에 왔는지 모두 아니까."
"페르난도가 널 보띤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그가 이 정
도로 무모한 사람인 줄은 몰랐어."
"돌아가도 잡지 않겠다. 그리고 너회들 거처도 비밀로 지켜 줄거
Ot. "
밀리카가 머리를 저었다.
"여기 있겠어요."
"마음대로."
고영무가 입술로만 웃었다.
"그것도 말리지 않겠다. "
자리에서 일어선 고영무가 문득 움직임을 멈줬다.
"그것도 각오하고 왔겠지만, 오늘밤 내 침실로 올라오는 게 어때? 2
층 한가운데에 있는 방이야."
"너야 그런 일이 보통 아닌가?전에는 마약을 싣기 위해 그했지만
지금은 네 애인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몸을 맡겨봐.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고영무가 몸을 돌려 웅접실을 나갈 때까지 밀리카는 움직이지 않았
다.
공항 대합실에 서 있던 박정환이 손을 번책 들었다. 사람들을 헤치
고 김영지가 밝은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다.
"비행기가 한 시간이나 연착했어요, 기다리셨죠?"
"아니, 나도 차가 막혀서 늦게 나왔어."
그녀의 가방을 받아 든 박정환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들은 대합실을 나와 주차시켜 놓은 차에 올랐다.
"어머니는 괜찮으셔?"
시내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박정환이 물었다.
"네, 조금."
앞쪽을 바라본 채 김영지는 머리를 끄덕였다.
"나아지신거 야
"네, 조금 나아지웠어요."
"심장이 나쁘시다고 했지? 병원에서는 뭐래? 괜찮대?"
"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죠? 아파트로 가는 길이 아닌데.
"잠깐 들를 데가 있어."
"어딘데요?"
머리를 돌린 김영지가 박정환을 바라보았다.
"산타모니카에 잠깐 들렀다 가."
"안 돼요, 정환씨."
김영지의 목소리가 딱딱해졌으므로 박정환이 얼떨결에 차의 속력을
늦추었다.
"정민씨, 잠깐이면 돼. 영무한테 이미 이야기를 해놓았는데
"그래도 안 돼요. 차를 돌려요."
"아니,도대체 왜?영무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면서 말
이 야."
"정환씨의 제일 친한 친구니까 그런 것뿐이에요.그리고 저는 지금
몸이 좋지 않아요."
"몸이 왜?"
"그건 말할 수 없어요."
김영지가 울상을 지었으므로 박정환은 우측 깜박이를 켜면서 갓길
로 차를 불였다. 돌아가려는 것이다
첫댓글 감사. ^^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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