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인제군북면 한계령~망대암산(1,236m)~점봉산(1,424m)~단목령~북암령
~인제군기린면진동리 조침령
구간거리: 22km 소요시간: 13시간
<즐거운 표정들...>
오늘로써 그간 입산통제로 인하여 미루어두었던 한계령~조침령구간을 잇는 날이다. 게시판의 "산사람들의 발자취"난을 볼때마다 끊어진 실선이 볼썽사나웠는데 이제 힘차게 남으로 남으로 내려갈일만 남게된다. 마음이 있으면 실천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 구간의 하이라이트인 점봉산은 설악산을 남쪽에서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산세도 좋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있어 자주 등정을 해보고 싶은 산이지만 바로 옆에 국내 최고의 명산인 설악산이 자리잡고있어 이 멀리까지 와서 이 산만 왔다가기는 아쉽고 그렇다고 두곳을 하루에 산행하기는 무리이고 해서 사람들이 잘 찾지를 못하는곳이다.
거기다가 관련기관에서는 계절에 따라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서 입산을 통제하고 있으니 사람 발길은 뜸해질수밖에 없어 덕분에 자연환경은 그런대로 유지가 잘 되어있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흔히 이런말을 한다.
"명산을 보려거든 그 산보다 그 옆에있는 산에 오르라"... 하고
설악산 대청봉을 중심으로 해서 북으로 황철봉 서쪽으로 안산 동쪽으로 화채봉 남쪽으로는 점봉산이 있다. 그중 두곳인 백두대간상의 황철봉과 점봉산이 북과 남에서 각각 설악산을 마주보고 있다.
한계령 6월28일 02시45분
한계령을 지나 우측으로 나있는 현리로 가는 포장도로에 들어선 다음 고개마루에서 하차한다. 실상 대간마루금은 한계령에서 직접 능선으로 올라야 되지만 절개지아래가 철책으로 막혀있고 등산로도 없어 모두 이곳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고개마루 등산로 입구를 높은 철책으로 빙 둘러처놓아 그걸 넘어서는 들어갈수가 없고 철책따라 좌측으로 가다보면 그 끝을 철조망으로 막아놓았는데 등산객들이 타고넘어 다니다보니까 납작해저서 쉽게 철책안으로 들어갈수가 있다.
산꾼들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것은 포장도로폭이 좁아서 콘테이너같은 감시초소를 설치할수도 없고 따라서 감시원이 상주할수도 없어 마음놓고 헤드렌턴도 켜고 장비도 여유있게 챙겨
출발준비를 할수있다.
준비를 끝내고 철책주위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데 스틱을 덜그럭거리면서 다른 한팀이 도로를 따라 걸어올라오고있다. 그 뒤로 승합차가 따라오는걸 보면 이 팀은 한계령에서 내려 걸어오는가본데 아마 대간종주산행이라 이곳까지 차를 타고 오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대구에서 왔다고 하며 인원이 총 8명으로 여자가 한사람 끼어있다.
철책을 지나 절개지 오르막을 오르자마자 감시초소가 하나있다. 그러나 그안에는 아무도 없다. 지금이 한밤중이라 감시원이 없는건지 아니면 낮에만 근무하다가 철책을넘어서 들어오는 산꾼들을 잡을려고 하는건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
초소를 지나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면 03시40분부터 암릉이 시작된다. 워낙 급경사 암릉이라 군데군데 가는밧줄을 매달아 놓았는데 그걸 붙잡고 오르던 대구팀 여자 한사람이 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떨어지기까지 했다. 아래에 있던 동료가 겨우 잡아서 큰 사고는 면했지만 그걸볼때 이런 비지정 등산로에 설치된 안전시설은 믿을게 못된다.
암릉위에 오르면 능선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측길은 펠레약수로 내려가는길 같다. 밤이라 주위식별이 되질않아 방향잡기가 상당히 어렵다. 04시00분. 암릉이 끝나는것 같드니만 다시 내리막 암릉이 시작된다. 해산굴같이 배낭메고 지나기가 상당히 어려운곳도 있다.
<이름모를 야생화와 구름속의 가리봉>
04시20분. 능선삼거리. 좌측으로...이곳부터 육산이 시작된다. 완만한 능선에 산죽이 깔려있고 새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동쪽하늘이 훤해진다.
지도상으로 보면 이쯤에서 좌측 주전골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나와야 되는데 이미 지나온건지 알수가 없다.
<양탄자같은 잡목숲>
05시20분. 전망대바위...해는 이미 구름속으로 올라와 있어 사방이 훤하다.
눈앞으로 거대한 산줄기가 대청 중청에서 서북능선으로 이어저 내리다가 귀때기청봉에서 우뚝 솟는다.
좌측 구름위로는 한계령앞의 가리봉이 머리를 내밀고 있고 좀 전에 지나온 대간능선에서 주전골로 뻗어내린 암릉이 꼭 용아장성 같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06시20분. 암릉으로 이루어진 망대암산 정상을 우측으로 우회해서 점봉산 전 안부에 닿는다. 오면서 점봉산 정상을 바라보면 바로 눈앞인데 가면 갈수록 정상이 점점 멀어진다.
한발 한발 걷다보면 드넓은 오르막사면이 온통 키작은 철죽과 잡목으로 빼곡하다. 카페트같이 일정한 크기로 덮혀있어 호남정맥상에 있는 보성녹차밭을 보는것 같다.
점봉산(1,424m) 07시10분 08시00분<아침식사>
넓은 정상에는 시야에 들어오는 높은 산들을 한눈에 알아볼수있는 커다란 안내판이 서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설악능선과 특히 구름위에 우뚝 솟아올라있는 한계령옆의 가리봉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정표에 우측 곰배령 3.3km, 좌측 단목령 6.2km, 뒤로 한계령 9km.
시간도 되었고 해서 쉬는김에 아침식사까지 하고 출발한다.
08시30분. 너른이골 삼거리, 이정표에 우측 너른이골 5.4km, 직진 단목령 5.2km
08시55분,다시 네거리를 지나 09시15분. 오색삼거리. 새벽에 출발해서 아침까지 먹었겠다 더구나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다보니까 몸이 노곤해저서 아주 졸립다. 너나 할거없이 배낭을 베고 길게누워 한잠씩 자고간다.
등산로에는 산죽이 우거지고 주위에는 활엽수가 꽉 차있어 기분이 아주 좋다.
09시47분. 다시 오색과 너른이골로 갈라지는 네거리를 지나고 10시42분. 밋밋한 능선상에 있는 삼각점봉우리를 지난다. 국립지리원에서 삼각점에 대한 안내문을 세워놓았다.
단목령 10시47분
<두 장군님 만이 이곳을 지키고있고...>
넓은 공터에 빈 감시초소가 있다. 그리고 백두대장군,백두여장군이라고 쓴 두 장승이 아무도 없는 네거리를 지키고있다. 이리저리 길이 나있는데 우측길은 진동리로 내려가는 길이고 좌측은 오색초등교로 가는길 같은데 출입통제간판이 서있다. 아마 오색초등교에서는 입산을 금지하고 있는모양이다. 어쨋거나 이런데서 어스렁거릴 이유가 전혀없다. 뭐가 제발 저린다고...ㅎㅎㅎ. 잠간 쉬어 목이나 축이고 자리를 뜬다. 이정표에 조침령 9.9km라고 씌어있다.
직진해서 서서히 오르막을 오른다. 마루금 우측으로는 계곡이 능선과 나란히 가고 있는데 수량이 풍부해서 그런지
물소리가 아주 요란하다.
완만한 오르막등산로 주위로 키작은 산죽이 깔려있고 갈참나무와 단풍나무가 울창하다. 그리고 온 사면은 산돼지가 땅을 파놓아
꼭 밭을 갈아놓은것 같다.
북암령 12시17분
넓은 안부에는 잡목이 울창하고 인제국유림관리사무소에서 세워놓은 물푸레나무에 대한 안내간판도 서있다. 그걸로 미루어볼때 이 지역은 설악산국립공원을 이미 벗어난 모양이다.
이정표 우측 설피골 2.3km 좌측 북암리 2.5km 직진 조침령 7km
계속 내려왔다가 다시 계속 올라간다. 12시32분. 봉우리위 1,136봉이다. 날도 덥고 밋밋한 육산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니까 모두 지루해하고 지친다. 앉았다하면 눕고, 누웠다 하면 잠을 잔다. 잠깐 누웠는데 어떤 대원은 코를 골기도 한다.
곧바로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면 양수발전소 안내간판이 계속 세워저있다. 조금 지나니까 우측 계곡아래 발전소 저수지가 보인다.
14시30분.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내린다. 소리가 요란한걸보면 지나가는 비 같아서 그냥 비를 맞으면서 계속 간다. 15시10분. 마루금 좌측 아래로 임도가 보이고 곧이어 전망좋은곳에 세워진 아담한 팔각정이 에 닿는다.
비도 피할경 잠시 쉬었다가 다시 계속 내리막....
조침령 15시22분
<조침령>
드디어 조침령 임도에 내려섰다. 조금씩 오던비는 그치고 하늘이 파랗기까지 하다.
거대한 표지석이 서있는 이곳은 과거에 인제에서 양양으로 넘어다니는 고개길이었는데 지금은 터널이 생겨서 인제와 양양이 이웃같은 느낌이다.
과거 우리가 군대에 갈 시절에는 인제라는곳이 얼마나 산골이었는지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나죽겠네''라는 말이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사방으로 길이 뚫려서 지도상의 거리는 별 의미가 없게되었다.
단체사진 한 장찍고 진동리로 이어진 비포장 고개길을 터덜터덜 내려간다. 지난번에는 차를 타고 올라왔었는데 봉고차 기사가 차바퀴가 미끄러저서 올라올수가 없다고 연락이 왔다. 사람이 타질않으니까 차체가 가벼워서 그런것 같다.
진동리 15시46분
터널 입구 포장도옆 계곡물이 많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곳에서 땀도 식히고 발도 담구로 했었어야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고개길옆 좁은 또랑물에서 여럿이 한꺼번에 일을 치루느라고 법석만 떨었다.
오늘일도 잘 끝냈고 또 바닷가에 가기 쉬우라고 터널도 만들어놨고 했는데 그냥 갈수도없고해서 새로만든 터널을 지나 양양 바닷가로 방향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