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나님은 시내 산에서 모세에게 율법을 수여하셨다. 하나님의 율법 하면 첫 번째 떠올리는 것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온 법칙이다. 이는 함무라비 법전에도 있는 내용이라서 모세는 물론 그 당시 중동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법 원칙이었다. 하나님은 우리 주변에 이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우리에게 전해주신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 탈리온 법칙에 대해 ‘잔혹하다! 어찌 그리 똑같이 되갚을 수 있단 말이냐, 사리에 맞지 않다.’고 여긴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자! 역사 속의 수많은 전쟁의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이 탈리온 법칙을 적용하지 않고 손해 본 것 보다 훨씬 더 잔혹한 방법으로 앙갚음하면서 전쟁이 터졌다.
세계 제1차 대전의 직접적인 발발 원인은 1914년 7월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프란츠 왕자가 암살당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한 제국의 왕자 암살 사건에 탈리온 법칙을 적용해보자! 암살범을 잡아 처형하고 배후를 색출하여 쌍방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 그러나 프란츠 왕자를 잃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은 엄청난 살상으로 보복을 시작했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여 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구약 사무엘하 10장에 보면 이스라엘과 암몬과의 전쟁 이야기가 나온다. 다윗은 이웃나라 암몬의 왕 나하스가 사망하자 조문 사절을 보냈다. 그런데 나하스의 아들 하눈은 조문 사절들을 정탐꾼으로 몰아 수염을 반쯤 잘라내고 입고 온 옷을 반 토막으로 잘라 속살이 드러나게 망신을 주고 내쫓았다. 여기서 다윗은 아마도 ‘탈리온 법’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래서 취한 조치가 국경을 넘은 조문 사절들에게 파발을 보내서 ‘수염이 자라기까지 여리고에 머물다가 돌아오라’(삼하10:5)고 했다.
국내에 들어와 망신스런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모멸감을 받지 않도록 한 배려이며 탈리온 법칙에 합당한 조치였다. 그러나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암몬 측에서 대대적으로 용병을 사들여 선전포고를 해왔다. 다윗은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코자 하였지만 허사가 되고 말았다. 다윗은 또 한 번 암몬을 향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탈리온 법칙에 입각힌 전쟁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인류 역사는 지금까지 탈리온 법에 충실하지 못했다. 한국 속담에 있듯이 ‘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의 세 과시 과잉 보복으로 일관함으로써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