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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루의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지리산을 찾으면 언제나 그가 있다. 천왕봉의 일출과 노고단의 운해(雲海)를, 그리고 반야봉의 자하(紫霞)를 노래하던 시
인 이원규다. 일면식도 없는 그가 생각나는 것은 이곳을 찾을 적마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던 그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이 불현듯 생각나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다시 천왕봉을 찾으며 오늘은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두 끼 도시
락을 담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 하여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코스를 택해 오른다. 시인은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 모래
알 처럼 겸허' 한 마음이 아니면 오지 말라고 했다. '나날이 변덕스러운 그대는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고도 하였
다. 어차피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변함없이 그대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래도 오려거
던 아무렇게나 오라' 는 그의 말에 무심으로 여명을 쫓으며 천리길을 달려 찾는다.
지리산정 천왕봉의 정상석에는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하다' 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단순히 산이 높아서만 아니라 백
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지리산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큰 등줄기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의 마침점이자 시작점
이라 그러하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하늘에 연한1,915m 높이의 천왕봉을 찾아 그 금석문을 한 번 보고나면, 적어도 몇
년 동안은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거뜬히 지낼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15년 9월 19일, 다시 찾는 천왕봉길 멀기도 하다. 서울 등 멀리에서 당일 낮 하룻산행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 오기는
만만치가 않지만, 결코 어렵지만은 않다. 천왕봉 등로(登路) 여러 곳 중 가장 짧은 산청군 시천면의 중산리코스를 택하면
가파르긴 해도 다녀오는데 큰 무리는 없다. 다만, 돌아갈 시간 때문에 원점회귀 정도의 산행으로 만족해야 함이 다소 아쉽
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정상을 다녀 올수 있는 것도 어쩌면 다행이다 싶다. 새벽 5시에 서을집을 나서서 밤 11시에 귀가
했으니, 산행 7시간에 오가는 찻속 10시간과 휴게소 등 쉬는 1시간을 합한 18시간의 여정이었다.
오랫만에 다시 찾은 천왕봉 산행길, 법계사(法界寺)의 풍경소리 예와 같이 은은하고, 개선문의 우직한 석문(石門)은 붉고
고운 단풍을 피운 채 힘을 내라 채근한다. 천상 높이의 천왕샘은 오늘도 변함없이 해발 1,810m의 하늘 길목을 지키며 목마
른 산꾼들의 갈증을 풀어주며 중산리계곡을 적신다. 만리에 맑고 투명한 가을 날(秋天萬里淨)의 일망무제(一望無際)한 천
왕봉에 오늘따라 변화무상한 운무(雲舞)가 아쉽다. 구름 날리는 산을 노래한 안정복(安鼎福)의 옛 시가 생각난다. 천왕봉
은 예처럼, '우뚝한 그모습 아름다운데(특립사위기/ 特立斯爲奇)', '흰 구름은 일어났다 사라졌다를 반복(백운유기멸 / 白
雲有起滅)해' 지리산의 승경을 담을 수 없게 한다. 하지만'푸른 산이야 그 모습 바꿀 때가 없(청산무개시 / 靑山無改時) 다.'
해마다 그러했듯 추분을 나흘 앞 둔 천왕봉에 단풍이 한창 물들기 시작하였다. 산행길에 담은 풍경을 엮어 올려본다.
▼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대형(관광)버스주차장
▼ 중산리 천왕봉 등산로 풍경
▼ 소형차(승용) 주차장 앞 중산리 탐방안내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좌)와 순두류 위령비(우) 사이(3km)를 운행하는 법계사 셔틀버스
▼ 중산리 대형버스주차장- 중산리 탐방안내소-순두류- 로타리대피소 - 법계사- 천왕봉 - 주차장 원점회귀
▼ 순두류 위 해발 800m에 위치한 생태탐방로 /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하늘길 입구
▼ 로타리대피소에 이르는 중산리계곡 상류 등산로 풍경 - 1
▼ 로타리대피소에 이르는 중산리계곡 상류 등산로 풍경 - 2
▼ 지리산국립공원 로타리대피소(해발 1,380 m) 풍경
▼ 로타리대피소 돌담에 핀 꽃향유
▼ 로타리대피소 돌샘 / 경남은행이 설치
▼ 지리산 법계사 - 1 / 해발 1,450m에 위치
▼ 지리산 법계사 - 2
▼ 법계사에서 개선문(해발 1,700m)으로 오르는 구간 풍경 - 1
▼ 법계사에서 개선문(해발 1,700m)으로 오르는 구간 풍경 - 2
▼ 법계사에서 개선문(해발 1,700m)으로 오르는 구간 풍경 - 3
▼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목의 개선문 (해발 1,700m) - 1
▼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목의 개선문 (해발 1,700m) - 2
▼ 개선문에서 천왕샘에 이르는 등로 풍경- 1 / 선바위(?)해발 1,750m 지점
▼ 개선문에서 천왕샘에 이르는 등로 풍경- 2 / 구상나무 군락지점
▼ 개선문에서 천왕샘에 이르는 등로 풍경- 3
▼ 지리산 천왕샘 / 남강 발원지(해발 1,810)
천왕샘을 솟구친 물은 중산리계곡을 따라 덕천강으로 흘러 들고, 경호강과 남강댐에서 합류하여
남강을 이루어 다시 낙동강으로 합류한다.
▼ 천왕봉 이정목 (해발 1,915m)
▼ 지리산 천왕봉(智異山 天王峰) - 1
▼ 지리산 천왕봉(智異山 天王峰) - 2
▼ 지리산 천왕봉(智異山 天王峰) - 3
▼ 천왕봉 산정 풍경 - 1 / 헬기장
▼ 천왕봉 산정 풍경 - 2
▼ 천왕봉 산정 풍경 - 3 / 일월샘
▼ 천왕봉 산정 풍경 - 4 / 제석봉의 운무
▼ 천왕봉 산정 풍경 - 5 / 중봉쪽
▼ 천왕봉 산정 풍경 - 6 / 천왕봉의 운무
▼ 천왕봉 산정 풍경 - 7 / 천왕봉의 운무
▼ 천왕봉 산정 풍경 - 8 / 제석봉쪽으로
▼ 천왕봉 산정 풍경 - 9 / 천왕봉의 야생화(수리취.구절초. 산오이풀)
▼ 천왕봉 산정 풍경 - 10 / 제석봉쪽에서 본 천왕봉 정상 풍경
▼ 천왕봉 산정 풍경 - 11 / 마야계곡의 운무
▼ 천왕봉 산정 풍경 - 12 / 천왕샘쪽 천왕봉 등산로
▼ 천왕봉 천왕샘쪽 사면 암벽의 단풍 - 1
▼ 천왕봉 천왕샘쪽 사면 암벽의 단풍 - 2
▼ 천왕봉 천왕샘쪽 사면 암벽의 단풍 - 3
▼ 하산길 개선문 아래에서 본 제석봉쪽 운해
▼ 산악사고 발생과 구조활동에 오른 119대원 / 개선문 아래 해발 1,800m 지점에서
▼ 고사목의 귀천(歸天) / 흙에서 와 다시 흙으로-.
▼ 중산리대형버스주차장 공장에 세워놓은 천상병 시인의 '귀천 시비(歸天 詩碑)'
▼ 천왕봉의 야생화 - 1 / 용담
▼ 천왕봉의 야생화 - 2 / 분취, 미역취, 수리취, 나래회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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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거운 산행길 잘 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
고운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