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래 은행을 정하고, 은행과 꾸준하게 거래하여 실적을 쌓는 것이 재테크의 첫걸음이라는 이야기는 재테크 관련 책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또한 많은 투자 전문가들도 이른바 ‘재테크 10계명’을 논할 때 ‘주거래 은행부터 만들라’며 이를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은행에서 거래 실적을 쌓아 주거래 고객으로 선정되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은행들은 과연 어떤 식으로 주거래 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까?
주거래 고객 혜택, 별 볼일 없다
은행들은 거래 고객이 자신의 은행에 얼마나 돈을 벌어다 주는지에 따라 수수료 면제 등 각종 혜택을 주는 ‘주거래 고객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개 1년에 네 차례 주거래 고객을 선정하거나 등급을 갱신하는데, 지난 3개월 동안의 거래 실적을 반영하여 이를 결정한다. 이에 따른 혜택은 선정일 또는 갱신일로부터 6개월 동안 지속된다. 등급을 선정할 때 점수에 반영되는 항목은 급여 이체, 각종 공과금 자동이체, 예금 및 적금, 대출, 카드 사용 실적, 환전 실적 등이다.
각 은행들은 돈이 되는 고객 순서대로 등급을 매기는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5단계의 고객 등급제를 선정하고 있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4단계로 등급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주거래 고객이 받는 가장 큰 혜택은 단연코 수수료 면제이다. 앞서 열거한 네 곳의 은행은 최상 등급 주거래 고객에게 타행 이체 수수료와 영업 시간 외 ATM(현금입출금기) 출금 수수료, 자기앞수표 발행 수수료 등 대부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계열사까지도 상당한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주거래 은행 제도는 고객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일종의 PB 서비스에 준하는 편의성도 제공해 준다. 그러나 실제로 은행에 충성을 다해온 고객에게 은행의 보은은 부족함이 많다. 아니, 고객을 외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주거래 고객으로 선정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은행들이 3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은행에 기여한 수익을 평가하여 주거래 고객을 재선정하기 때문에 일편단심 변하지 않는 단골이어도 소액 거래자는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10년 단골인 서민보다 단기간의 거액 대출자가 더 우대받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생각된다.
어렵게 주거래 고객으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실익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의 경우, 최고 등급인 ‘프리미어’ 회원(2,000점 이상의 탑스 점수 필요)이 되기 위해서는 실로 상당한 거액을 맡겨야만 한다. 가령 입출식 예금의 경우, 3개월 동안 7,000만 원에 가까운 거액을 넣어 둬야 할 정도이다.
우리은행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금, 대출, 펀드 등 거래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등급을 산정하는데, 최하위 등급인 ‘프리미엄’ 기준만 해도 거래 자산이 1,000만 원 이상이나 되어야 한다.
또 주거래 고객이라 해도 최상위 등급이 아니면 혜택이 적다는 점도 문제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하위 등급인 ‘그린’은 ATM 출금 수수료의 경우 50%만 깎아줄 정도이다.
이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볼 때, 주거래 고객에 대한 혜택이 너무 부풀려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은행들은 주거래 등급에 따라 금리를 우대해 주기보다는, 금융상품의 개별 조건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추세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
주거래 고객보다 ‘체리 피커’가 돼라
따라서 주거래 고객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을 현명하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니, 단호하게 말하면 어리석은 짓이라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신 포도는 먹지 않고 달콤한 체리만 골라먹는 소위 ‘체리 피커(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부가 서비스만 골라 이용하며 자신의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가 더 현명한 소비자라는 생각이 든다. 경쟁이 치열한 업종의 경우 이 같은 소비 행태는 개인에게 효과적이다. 카드사와 통신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실제 카드사의 경우 돈 한 푼 안 들이고 혜택만 쏙쏙 빼먹는 지능적인 얌체 고객들 때문에 골치가 아플 정도라고 한다. 통신사의 경우, 기존 통신사와 계속 거래해 봐야 얻을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통신사를 옮기면 상당한 금전적 및 비금전적 우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의 경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관에서 실익도 없는 혜택을 받기 위해 주거래 고객이 되느니 체리 피커처럼 자신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부지런히 챙기는 것이 더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굳이 주거래 고객이 되려고 애쓰지 말라. 대출받을 때, 환전할 때,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등 필요한 경우 열심히 발품을 팔아 정보를 챙기다 보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다. 영리한 고객만이 은행을 길들일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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