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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흘러가도 드러나는 산 빛은 은은하게 감싸고돈다. 간혹 바람이라도 불어 풀잎 흔들리는 사이 길가 풀숲 가득 원추리꽃들이 예쁘다. //저 멀리에서 아슴프레한 기억으로 구비쳐 흐르는 섬진강과 연신, 그리움을 토해내듯 이어지는 산자락이 고운 이곳, 노고단에 서서 여름산의 비경을 캔다`(자작시, `노고단의 여름`전문)
신라시대부터 제사를 지내던 제단 `노고단` 단풍 유명한 피아골은 지리산 10경중 하나 노고단(1천507m)은 지리산을 지키는 삼신할매(산신할머니)를 모시는 제단이다. 제사는 신라시대 때부터 지냈다고 하니 오랫동안 내려오는 자연의식 행사다. 국운을 기원하는 신성한 장소로 추앙받는 곳이 노고단인 것이다. 노고단에서 구름 속에서 은은히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지리산 산자락과 멀리서 흐르는 강줄기와 구례 지리산온천지구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내려선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고단 정상에 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오른쪽 지리산 종주길에 들어선다. 노고단 지나서 얼마 가지 않으니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바로 피아골 대피소로 내려서는 길이지만 필자는 왼편 길을 걸어서 돼지령, 임걸령으로 해서 불로교를 지나 피아골 대피소로 갈 계획이다. 돼지령을 지나 임걸령으로 가면서 지리산의 위용을 다시한번 느껴본다. 지리산의 숨결이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이 길을 걸으며 저 위로 보이는 반야봉과 노루봉을 보며 작년 가을에 왔던 뱀사골을 떠올려 본다. 임걸령에서 우회전하지 않고 곧장 가면 노루봉이 나오고, 그 위에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1,751m)이 위용을 자랑하며 그 너머 계곡이 뱀사골인 것이다. 산우회 일행들이 가는 피아골은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소재 연곡사에서 지리산 반야봉에 이르는 연곡천 계곡을 말한다. 반야봉 중턱에서 발원한 맑고 풍부한 물이 임걸령 등의 밀림지대를 누비며 피아골 삼거리·연곡사 등을 지나는 계곡 20km는 여름에도 유명하려니와 일대의 나뭇잎이 붉게 물드는 가을의 피아골단풍이 유명해 지리산 10경의 하나로 피아골의 격을 높인다. 임걸령 고개가 피아골 삼거리다. 이 고개는 옛날 임걸(임걸년 )이라는 이름의 의적이 은거하던 곳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서면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반야봉 너머로 아스라이 보인다. 삼거리에 도착해 이제부터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피아골 내림길을 계속 따라간다. 계곡이 끝없이 이어지고 계곡 곳곳마다 웅덩이가 패여 있다. 불로교를 지나 5분 정도 내려서니 폭포가 이어진다. 본격적인 피아골이다. 피아골은 연곡사에 수백 명의 승려가 머물며 수행하던 시절에 식량이 부족해 이 산골짜기의 척박한 토양에서 피(기장)를 많이 심어 식량으로 대신해 배고픔을 달랬다고 해서 피밭골이라 부르던 것이 변화되었다고 한다.
지리산, 남한 내륙 중 가장 큰산… 사시사철 변화무쌍 구계포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계포교, 철로 만들어진 계곡다리를 타고 건넌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계곡 밑으로 흘러가는 물줄기가 시원한 소리를 내며 마들 정도다. 선녀교위의 멋스런 고사목과 이어져 있는 계단, 암릉과 그 위에서 자라나는 소나무들, 계곡 등산에서 맛볼 수 있는 절경들을 마음에 새기며 삼홍소로 향한다. 8분정도 산길을 이어가 삼홍소에 도착했다. 삼홍소란 산과 물, 그리고 사람. 이 세 가지가 붉게 되는 늪이란 뜻이다. 가을철 단풍에 산이 붉게 타는 산홍. 붉은 단풍이 3가지 물에 비추어 물까지 붉게 보이는 수홍, 산홍과 수홍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붉어 보이는 인홍이 바로 그것이다. 계곡물이 흐르는 곳 옆에 자리를 만들어 집에서 마련해온 과일을 먹으며 피아골의 정취를 마음껏 누려보는데, 지나온 길에서 노고단과 반야봉 등 지리산의 명 장면들을 그려내면서 피아골의 무아지경에 빠져 들어본다. `여기에 서보면 안다./ 저기 반야봉 아래로/ 이어지는 계곡이/ 얼마나 심오한지를,/ 또 흘러가는 물굽이가/ 자연을 고운 자태로/ 빚어내는지를 안다. // 옛날, 피밭(稷田)이 많아/ 피밭 골 이름이 변해/ 피아골이 됐다는 이곳,/ 아름다운 계곡을 타고/ 흘러드는 물은/ 계절의 멋과 맛 우려내며/ 무아지경을 만들고 있다.` (자작시 `피아골을 내려서며`전문) 무더운 날씨에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서 계곡 밑 맑은 물이 흐르는 바위에 앉아서 등산장비를 내려놓고서 세수를 한 뒤, 또 발을 물에 담그고 앉아서 비몽사몽간에 느껴지는 편안한 안식, 이것이 여름등산의 맛이 아니고 무엇이랴. 다시 일어나서 통일소를 거쳐 표고막터에 도착해 임도를 따라 직전마을길을 내려선다. 10분정도 걸어가면 종점이다. 직전마을까지 이어진 포장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뒤돌아서서 지나온 길과 지리산능선을 바라다본다.
상쾌한 기분이 이어진 오후 3시경, 직전마을 지리산식당 앞으로 속속 모여드는 산우회 회원들을 다시 만나며, 힘들어 보이지만 만족해하는 표정들을 보니 필자는 반가운 마음이다. 등산을 마친 후 지리산 자락 안에서 뒤풀이마당이 이어졌으니 여름산행의 비경을 흠뻑 맛본 하루다. /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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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계곡의 물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