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고장 강릉(江陵)
8. 옥계면(玉溪面)
1995년, 정부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기존의 강릉시(江陵市)에 주문진읍(注文津邑)을 비롯한 8개 면(面)을 통폐합하여 광역 강릉시가 되었는데 그 가장 남쪽의 통합된 면이 옥계면(玉溪面)이다.
강릉시 옥계면은 서쪽으로 만덕봉(萬德峰 1,035m), 석병산(石屛山 1,055m), 자병산(紫屛山, 873m) 등이 솟아있고 동쪽으로는 바다와 잇닿아 있으며, 이곳으로 흘러드는 낙풍천(樂豊川), 주수천(珠樹川) 남양천(南陽川) 주변으로는 제법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이곳 매봉산, 칠성산(七星山)에서 이어지는 산줄기에는 만덕봉(萬德峰 1,035m), 망덕봉(望德峰 781m), 망기봉(755m)이 있는데 근처에 있어 서로 혼동할 수도 있다. ‘만덕봉을 망덕봉이라구 하면 안돼~~.’ 하는 식이다.
이곳의 행정구역은 현내리(縣內里), 천남리(川南里), 주수리(珠樹里), 남양리(南陽里), 산계리(山溪里), 북동리(北洞里), 낙풍리(樂豊里), 금진리(金津里), 도직리(道直里), 조산리(助山里) 등 10개 리(里)가 있고, 인구는 3,700여 명이다.
면내(面內)의 지형을 살펴보면 만덕봉 기슭에서 발원하여 옥계 저수지를 이루고 흘러내려 옥계항에서 주수천(珠樹川)과 만나는 것이 낙풍천(樂豊川)이다.
그 남쪽 석병산(石屛山)과 자병산(紫屛山)이 이루는 계곡에서 발원하여 옥계항(玉溪港)으로 흘러가는 냇물이 주수천(珠樹川)인데 이 계곡에는 옥계굴, 동대굴, 서대굴, 남대굴, 비선굴 등 석회암 동굴이 있다. 그 남쪽 자병산과 매봉산 골짜기에서 발원한 냇물이 남양천(南陽川)인데 옥계중학교 앞에서 주수천과 만난다.
옥계(玉溪)는 글자 그대로 구슬(玉) 같은 물이 흐르는 계곡(溪)이 많은 곳인데 이 계곡은 물이 맑기도 할 뿐 아니라 1급수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석병산의 석회석 채석장 / 정상부근의 일월문(日月門) / 석병산 정상
그런데 이곳이 석회석 산지로 유명하여 1978년 옥계항 인근에 한라(漢拏) 시멘트공장이 문을 열고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 채석장이 들어서며 엄청난 피해(?)를 입어 산 모양이 뭉그러짐은 물론, 계곡의 물까지 오염되어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석병산에 석회석의 채석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계곡의 물이 너무 맑아서 1급수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물론, 연어(鰱魚)의 회귀(回歸)철이 되면 동해에서 연어들이 올라와 알을 낳는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 서식하는 토종물고기를 보면 황어, 밀어, 민물망둑, 미꾸리, 종개, 꾹저구에 가시고기까지 우리가 책에서나 보던 1급수 물고기들의 천국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하니 안타깝다.
또 이곳에는 석회석 동굴이 많아 석병산 기슭에 있는 옥계굴은 강원도기념물 제37호로 등록되어 있다. 산계리(山溪里)에는 고려 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3층 석탑이 있는데 강원도 문화재자료 43호로 지정되었고, 부근에 틀림없이 절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확인되지는 않는단다.
낙풍리(樂豊里) 샘골 안쪽에는 마구 할미가 살았다는 자그마한 ‘마구할미굴’이 있는데 굴 안에는 솥과 베틀 형상의 돌이 있고, 안방, 사랑방, 마굿간 등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공간도 있다고 하니 재미있다.
전해오는 민담(民談)으로, 고개 넘어 임곡에서 흰 개를 이 굴에 집어넣으면 낙풍 쪽으로 나오면서 검게 되고, 검은 개를 집어넣으면 흰 개가 되어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굴속에 석순(石筍)이 있는데 갈아 마시면 속병에 좋다는 이야기도 있어 사람들이 마구 잘라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강동면(江東面) 정동진(正東津)에서 이곳 옥계(玉溪)까지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을 헌화로(獻花路)라고 하는데 삼국시대(三國時代)의 향가(鄕歌)인 헌화가(獻花歌)에서 비롯된다.
신라(新羅) 성덕왕(聖德王) 때 순정공(純貞公)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길에 그의 부인인 수로부인(水路夫人)이 바닷가 절벽 위에 핀 철쭉을 꺾어 달라 부탁했지만, 너무 위험하다고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소를 끌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나서서 꽃을 꺾어 바치면서 헌화가(獻花歌)를 불렀다고 한다.
紫布岩乎邊希(자포암호변희) 執音乎手母牛放敎遣(집음호수모우방교견)
吾肸不喩慚肸伊賜等(오힐불유참힐이사등) 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화힐절질가헌호리음여)
딛배 바회ᄀᆞᆷᄒᆞㅣ 자ᄇᆞ온손 암쇼 노ᄒᆞㅣ 시고 / 나ᄒᆞᆯ 안디 붓ᄒᆞ리샤ᄃᆞᆫ / 곶ᄒᆞᆯ 것가 받ᄌᆞ오리이다.
붉은 바위 끝에 / 암소 잡은 손을 놓게 하시고 / 나를 부끄러워 하시지 않으신다면 / 꽃을 꺾어 바치겠습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수로부인(水路夫人)은 미모(美貌)가 뛰어나 심산대택(深山大澤)을 지날 때마다 자주 신물(神物)에게 잡혀가고는 했었는데, 이곳에서도 철쭉꽃을 꺾고 해변을 따라가다가 이틀 후 임해정(臨海亭)에 이르러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바다에서 해룡(海龍)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해갔다. 그때 한 노인이 나타나 말했다.
‘옛사람들의 말에 여러 사람의 말은 쇠를 녹인다(衆口鑠金) 하였습니다. 바닷속 짐승이 어찌 사람들의 말을 무서워하지 않겠습니까. 이 지역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막대기로 언덕을 친다면 부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인의 말대로 근처 사람들을 모아 막대기로 땅을 치며 노래를 부르자 수로 부인이 구출되었다는 내용인데 그 노래가 바로 고려가요(高麗歌謠)로 알려진 해가(海歌)이다.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녀죄하극)
汝若悖逆不出獻(여약패역불출헌)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략번지끽)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 남의 아내를 빼앗은 죄 얼마나 큰가?
네 만약 어기어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 구워 먹으리라
향가(鄕歌)는 삼국시대 향찰(鄕札)로 표기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데 현재 전하는 향가는 삼국유사(三國遺事)에 14수, 균여전(均如傳)에 11수로 모두 25수가 전하는데 해가(海歌)는 향가(鄕歌)가 아니고 고려가요(高麗歌謠)에 속한다.
헌화로(獻花路) / 해파랑길 39코스(죽도봉 솔바람 다리) / 바우길 5코스(경포호) / 옥계 금진항
이곳에는 옥계, 금진, 도직 해수욕장이 있고 어항(漁港)인 옥계항, 금진항(金津港), 도직항(道直港)도 있다. 그 밖에도 동해안 해변을 따라 산책로인 해파랑길, 바우길이 있는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파랑길’은 ‘태양(해:太陽)과 걷는 푸른 사색(思索)의 길’로, 총 길이가 770km에 달하는데 부산 오륙도(五六島)에서 시작하여 경상도(慶尙道)를 거처 강원도 동해 최북단인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총 50코스로 세분되어 있다.
바우길은 주문진에서부터 옥계까지 해변로(海邊路)는 물론, 대관령 선자령(仙子嶺) 길까지 포함하여 모두 29코스나 설정되어있는데 세분하여보면 ①강릉 바우길(총 400km/17개 구간) ②울트라 바우길(총 100km/금진항⇒강릉항) ③제2 울트라 바우길(일명 계곡 바우길, 총 50km/2박 3일) ④국민의 숲길(총 10km/대관령 숲길/4시간) ⑤올림픽 아리 바우길(총 17km/정선⇒나전역/7시간)이 있는데 서로 겹치는 구간도 있다.
‘바우’는 ‘바위’의 강릉말(사투리)이고 또 다른 의미는 바빌로니아 신화에 나오는 여신 바우(Bau)로 건강과 치유(治癒)의 여신이다. 우리나라에서 강릉사람들을 놀리는 호칭이 ‘감재바우(감자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