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폐막한 평창 동계 올림픽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함께 울고 웃으며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올림픽 기간 내내 전국에서 펼쳐진 다양한 로봇들의 활약은 새로운 명물로 회자됐다.
올림픽으로 통하는 첫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 안내를 맡은 도우미 로봇에서부터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 센터 등에서 음료 심부름을 하는 물류용 로봇, 청소 로봇 등은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스페셜 성화 봉송에도 로봇들의 활약은 이어졌다. 대전에서 바통을 받은 성화 봉송 주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팀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 ‘DRC 휴보’였다. ‘휴보’는 세계 최초의 로봇 주자가 됐다.
공항에서 안내를 맡은 자율주행 로봇. ⓒ https://blog.naver.com/lg-bestshop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로봇 성화주자가 된 휴보. ⓒ 카이스트
로봇이 우리 실생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SF영화에 나오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로봇을 대하는 자세는 지금 성인들이 느끼는 감정과는 또 다를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로봇을 반려 동물처럼, 가족처럼, 친구처럼 더욱 가깝게 느끼게 될 것이다.
친구처럼 가족처럼 생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로봇들
사실 영화나 만화에서 로봇이 친구가 된다는 설정은 매우 친숙하다. 일본의 만화가 후지코 F. 후지오가 1969년에 만든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은 22세기에서 온 로봇이다. 20세기에 살고 있는 주인공(진구)의 조력자로 물심양면 주인공을 돕는다. 우리나라에는 인공지능 로봇 ‘찌빠’가 있다. 신문수 작가가 1974년도에 만들어낸 캐릭터 ‘로봇 찌빠’ 또한 도라에몽처럼 주인공을 도우며 우정을 쌓아 간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4개 국어로 안내하는 로봇. ⓒhttp://www.futurerobot.com
도라에몽이나 찌빠는 만능 로봇이다. 도라에몽은 배에 달린 22세기 주머니에서 ‘도구’를 꺼내 진구가 원하는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 찌빠는 몸 자체가 만능이다. 날 수도 있고 눈을 깜빡이면 사진이 찍혀 입으로 나온다.
도라에몽이나 찌빠처럼 ‘인간적’이지는 않지만 이제는 현실에서도 로봇 친구를 만날 수 있다. 日 소프트뱅크(SoftBank Corporation)에서 출시한 로봇 페퍼(Pepper)는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닌다. 소프트뱅크 측은 페퍼가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인식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은 우리 아이들의 친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일자리 경쟁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5년 안에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다보스 포럼의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로봇과의 일자리 경쟁은 필연적이다.
만화 로봇 찌빠는 주인공의 소원을 들어주는 최고의 친구이자 조력자로 그려진다. ⓒ 애니원TV
그렇다면 로봇세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한국고용정보원은 ‘2020년 AI, Robot(2016)’ 보고서를 통해 로봇과 사람의 협업 시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창의성, 감성, 사회성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손의 힘이나 두뇌로는 친구이기도 하며 경쟁자이기도 한 로봇들과 함께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지속적이며 다양한 예술 체험 경험을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창의성이라는 능력이 인간이라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외웠다면 따라할 수 있다. 외우지 않았다면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공식을 틀렸다고, 정답만을 맞추라고 하는 교육 태도 보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지 자신만의 생각을 집어넣는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
작은 실패를 여러 번 하는 것도 앞으로 로봇 시대를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명문대 대기업 엘리트들이 작은 실패에도 좌절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이 뉴스에 나온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 “스티븐 잡스, 에디슨, 아인슈타인의 공통점은 실패와 성공을 함께 겪은 사람들”이라며 “작은 실패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간이 더욱 인간다워지는 사회와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 로봇세대가 될 아이들에게 전문가들은 ‘인간은 더욱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로봇공학자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는 “국영수 시험문제는 로봇이 더욱 잘 푼다. 전 세계 지식을 데이터베이스로 담고 있는 기계와 인간이 겨루면 누가 이기겠는가. 이제는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연구팀 HERoEHS가 개발한 스키 로봇 ‘다이애나’는 장애인 여성 스키 선수의 이름에서 따왔다. ⓒ https://storyfunding.kakao.com/episode/31627
한 교수는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세계 최초로 열린 ‘로봇 스키 대회’에 직접 개발한 로봇 스키 선수를 출전시켰다. 2월 11일부터 이틀 간 평창 웰리힐리파트 D+ 슬로프에서 열린 ‘스키 로봇 챌린지’에는 휴머노이드 스키 로봇 ‘다이애나(Diana)’가 설상을 달렸다.
이들 연구팀 HERoEHS가 개발한 스키 로봇 ‘다이애나’는 장애인 여성 스키 선수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유년 시절 암으로 다리를 절단하고도 이를 극복한 다이애나 골든(Diana Golden)를 존경하는 뜻으로 로봇에게 이름을 붙였다. 한 교수는 인간에게만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로봇에게 투영시키고자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방향’ 세미나에서 손병희 인하공업대학교 컴퓨터시스템과 교수도 로봇세대가 될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 방안으로 ‘인간다움’을 주문했다. 그는 아이들의 인간다움을 찾을 때 미래 경쟁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멍 때리기’, ‘걷고, 뛰고, 느끼고, 보고, 소통하기’, ‘춤추고 화내고 울고 웃기’ 등의 행위는 진화를 통해 인간만이 습득한 재능이었다. ‘사람이 더욱 사람다운’ 사회로 만드는 일, 이제 로봇세대들에게 물려줘야 할 기성세대들의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