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며 몸으로 쓰는 몸시의 운치
- 팜반안론
권대근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Ⅰ.
위대한 시와 그 속에 숨은 미는 이 세상을 힘차게 살아온 시인의 피어오르는 혼의 목소리이며 인간 마음의 거대한 광장이기도 하다. 시는 인간생활의 기능화에 쓸모없는 가치로서 공리성을 지니며 시는 긍극에 있어서 사상의 표현이 될 뿐이다. 미학성이란 해설이 아니다. 미는 안다 모른다의 대상이 아니며 느끼는 것이다. 반사회성을 두려움없이 강렬하게 창조하는 것이 시다. 시는 표현이다. 표현이란 역사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며 재현과 반영에 도전하는 것이다. 시인이 표현하는 것은 그 자신의 현실적 감정이 아니라 그가 인식하는 인간 감정인 것이다. 예술성이란 우리들의 생존현실, 일상성과 관계를 가지고 얽매인다. 시는 일상성과의 부단한 갈등 대결 부정 비약 단절로 생성된다.
시인은 감각을 통해 자아를 포함한 세계와 만나고, 독자는 감각을 통해 시와 교감하는 사람이다. 이 시 <사념>은 보이지 않는 관념을 보이게 하는 데 묘미가 있다. 시인은 ‘사념’이라는 말 속에서 뭔가를 찾아내려고 한다. 바로 ‘삶의 본질’이다. 여기서 우리는 ‘삶’의 체험성과 그 뒤를 이어 전개되는 삶의 입체성을 감지하게 된다.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보면, 삶에 숨겨진 것을 눈치 챌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생이란 그 자체로 찬란한 것’에 이어지는 ‘생은 빛으로 내 육체로도 증명되었으니 말하지 마’라는 어구가 함축의 입체적인 효과를 내면서 독자에게 멋과 맛을 전해준다.
야행성 (夜行性) 군상(群像)들이
생에 살며시 뿌리내리듯
사념(思念)은 두서없이 침삭(侵削)되는데
밤에 터져 나온 호출
무식하도다!
공허한 생각들에
얽매여 얼렁뚱땅 내뱉다가
그 순간 스치는 기분에 힘주어 말했네
생이란 그 자체로
찬란하여라
걸으리 내 발로
걸으리 평생토록 땅의 시선으로
한 올의 실상도 놓치지 않으리
걸으리 후회의 쓴맛 속에서도
희망의 단맛 속에서도!
생은
빛으로
내 육체로도
증명되었으니
말하지 마!
- 사념思念 전문 (번역=권대근)
NHỮNG Ý NIỆM
- Nhà thơ Phạm Vân Anh
Như loài ăn đêm
Lặng lẽ bắt rễ vào cuộc sống
Những ý niệm xâm thực vội vàng
Tiếng kêu hắt dội màn đêm
Man muội!
Giắt giữa những ý niệm rỗng
Tôi loay hoay cãi nhau
Thời khắc ấy
Cảm giác trong cảm giác cất lời
Gọi tên sự sống
Đĩnh ngộ và tươi sáng
Đi trên đôi chân mình
Đi trên mắt đất
Đi qua sự sống và cố
không bỏ sót mỗi phút giây thực tại
Đi trong sự nếm trải nỗi tiếc nuối
và cả niềm hi vọng
Sự sống chứng thực
Bằng ánh sáng
Bằng thân thể tôi
Tĩnh lặng!
베트남 군의 현역 영관 장교이자 작가인 팜 반 안(Pham Vân Anh)은 1980년 1월 13일 베트남 하이퐁에서 태어나 하노이에 거주하며 현재 하노이 소재 국방부 국경경비사령부 정치부에 재직 중에 있다. 본명은 Pham Thi Vân Anh이다. 판 반 안 작가는 시인, 작사가, 시나리오 작가, 번역가로 활동하며 베트남작가협회 회원, 베트남언론인협회 회원, 군사작가협회 부국장, 하노이 여성통역자모임 회원으로 왕성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판 반 안 작가는 국경 수비군의 의미와 역할을 반영한 작품으로 전국 언론상 6회, ‘민족 대단결을 위하여’ 언론상 4회, 중앙 장관급 상을 수상하는 등 소설, 서사시, 단편소설, 시, 이야기를 포함한 13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문학, 음악, 저널리즘, 영화 분야에서 30개가 넘는 국가 상을 수상했다.
출판된 작품으로는 '나에게 경의를 표한다'(시집, 하이퐁출판사, 2004), '사랑의 계절'(시집, 작가조합출판사, 2007), '코너'(시집, 베트남작가협회출판사, 2009), '꽃 손가락'(단편소설집, 베트남인민군출판사, 2011), '조용한 행진'(단편소설집, 인민공안출판사, 2014), 사목(롱까, 노동출판사, 2016), 'Spring Textile Border'(Pen Ky, People's Army Publishing House(Vietnam), 2017), '붉은 깃발을 흔든 사람들'(수필집, 인민군출판사, 2021), '전염병 퇴치를 위한 전술적 조치'(Pen Sign, People's Army Publishing House(Vietnam), 2021), '충적의 흔적을 따라'(펜 사인, 문학출판사, 2022), 사목(이중 언어출판, 베트남작가협회출판사, 2022), '조국의 긴 마일'(Pen Ky, People's Army Publishing House(Vietnam), 2022) 등이 있다.
이 시의 감상 포인트는 시적 화자의 생에 대한 생각을 이해하는 데 있다. 그의 ‘사념’은 사고의 질을 높이고, 감정 양식에 질서를 주고, 존재이유의 물음에 답을 던진다. ‘생’이라는 말이 팜 시인의 시를 통해 의미화가 되지 않았더라면 ‘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과연 찬란함을 느낄 수 있을까. 사색과 사유에 있어서 그 폭과 높이와 깊이를 잴 수 있을까. 우리는 삶의 양면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살고 있다. 삶은 언제나 안개 속이다. 시인은 살아 있는 자의 경험으로 삶은 증명되었으니, 더 이상 삶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한다. 시인에게 있어서 생은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체험의 대상이다. 그러니 체험하지 않고는 침묵하라는 이 반전의 묘미, 역설의 힘이야말로 이 시의 매력이다.
알고 보면 그게 우리네 인생이고, 호기심을 가지고 생의 의미를 채굴하고자 하는 시인이 생각하는 인생의 본질이다. 그녀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삶의 슬픔도 기쁨도 만날 수 있다. 후회의 쓴맛도 희망의 단맛도 느낄 수 있는 생은 양가적이다. 이렇게 볼 때 팜반안 시의 생명적 근원은 반전을 노리는 인식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시는 생을 응시하는 눈길이 이렇게 긍정적이라는 데서 놀라움을 겪게 된다. 그녀의 시에 나타나는 자연은 본래적 의미의 생성적 질서와 그 환희의 인식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그녀는 체험으로 사상의 진면목과 교응하길 좋아한다. 생에 대한 사념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어서 어떠한 인위도 만들지 않는다.
‘생은 빛으로 내 육체로도 증명되었으니 말하지 마!’라는 마지막 세 번째 연은 절창이다. ‘빛’은 믿음을 의미하며, ‘육체’는 자신의 감각을 나타낸다. 영성과 체험으로 증명된 생의 본질에 대해 입을 막는 것은 생명의 존귀를 찾고 생의 이치를 구하기 위함이다. 시인은 생명을 가진 존재를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일상에 자리한 희로애락을 체득하면서, 그것을 긍정으로 승화시켜 낼 수 있는 마음의 소유자라 하겠다. 이 시는 빛의 영성과 몸의 감각으로 삶의 본질을 포착하여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발로 뛰며 몸으로 쓰는 몸시의 운치는 시적 특질로서 가히 형상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