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답사는 우리 지역의 노거수들을 찾아가는 답사였습니다.
노거수는 일반적으로 수령이 오래된 거목을 의미하며, 당산목, 정자목, 방풍목 또는 풍치목 등의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대전에는 130여 그루의 보호수가 있는데, 그 중 100여 그루가 느티나무라고 합니다.
보호수는 300년 이하의 수령은 동 나무로 지정되고, 300년 이상 500년 이하는 구 나무로 지정되고, 500년 이상의 수령이 시 나무로 지정된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번 답사는 출발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효동의 은행나무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해설을 맡은 울림대표님께서 목적지로 바로 가는 것은 재미없다며 우리가 만날 노거수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 걸으면서 찾아가보라고 하셔서 그 근방의 대전천에서 내려 다같이 담소를 나누며 걸었습니다.
이런 접근방법이 오늘 답사를 무척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던것 같습니다.
노거수를 찾아가던 중 3대째 이어오고 있다는 대장간을 만났습니다. 철물점이 아닌 대장간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대장간에서 나와 잠시 대전천도 따라 걷고,
꼬불꼬불 골목길을 따라 걷기도 하다가,
드디어, 저 나무가 우리가 찾던 노거수구나 하고 단번에 알아챌수 있을만한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효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큼직한 은행나무가 서 있었습니다. 수령이 600년으로 추정된다고 적혀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정도 수령은 안될수도 있을것 같았습니다.
첫번째 만난 노거수 앞에서 사진도 찍고 나무 감상도 하며 잠시 시간을 보내다 두 번째 노거수를 만나러 출발했습니다.
보문오거리에 있는 대사동 느티나무는 시간관계상 버스 안에서 바라보며 잠시 설명만 듣고 지나쳤습니다.
우리 일행이 두 번째로 만난 노거수는 유천동 왕버드나무입니다.
유천동네거리에서 내려서 큰길 안쪽으로 조금 들어간 골목에서 바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에는 보호수로 지정됐었는데 지금은 해제되었다고 합니다. 유천동은 버드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버드나무가 많았던 동네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버드나무 중에서는 이 왕버드나무가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합니다.
이어서 우리가 찾아간 세 번째 노거수는 세동의 느티나무입니다.
세동 느티나무는 좀 특별한 노거수입니다.
1945년 광복을 기념해서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뒷산인 백운산 자락에서 느티나무를 캐다가 마을 입구에 심은 광복기념수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광복기념수는 단 3그루로 조사됐었는데 대구, 순천, 그리고 이곳 대전(세동)에만 광복기념수가 심어졌고, 그중 유일한 느티나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세동 느티나무가 서있는 마을공원 한켠에는 호랑이 조각상도 세워져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마을을 지키는 백호의 의미가 아니겠냐고 농담을 하셨는데 웬지 그럴것도 같았습니다.
우리 일행은 세동에서 나와 지난 10월 17일에 개장한 국립대전숲체원을 들렀습니다.
잠시 숲체원을 둘러보고 산책을 하기로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서 의아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눈앞에 기다란 데크길이 펼쳐져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장태산의 스카이로드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꼬불꼬불 길을 따라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도 나눠가면서 산책을 하고 숲체원 숙소를 통과해 내려왔습니다. 숙박비도 아주 저렴해서 벌써부터 인기폭발이라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국립대전숲체원 홈페이지나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근처 관저동 마치광장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우리 일행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해줄 천연기념물 느티나무를 만나러 갔습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내려 걸어갔는데 저 멀리서도 한눈에 범상치 않음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봄, 여름, 겨울엔 와봤지만 가을에 찾아온건 처음이어서 단풍물든 모습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 멋있는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545호 대전 괴곡동 느티나무입니다.
주변 경관도 한적한 시골느낌이라 더 편안하고 여유로움도 주는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동네 아이들이 이 나무 구멍에 들어가 놀다가 불을 낸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불길이 나무 위에 솟아오르는 정도의 화재였는데도 이렇게 잘 살아남았다는 설명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대전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이 나무가 무사해서 다행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이 나무의 생물학적 가치가 높이 인정되어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 우량유전자 DNA를 채취해 복제나무를 만들었고, 현재 대전수목원에서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처음 들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언젠가 복제나무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노거수 답사는 바로 앞에서 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는 방식이었으면 심심하고 지루했을수도 있을것 같았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부터 걸으면서 찾아가서 만나다보니 좀더 극적이고 반가웠습니다.
이번 답사의 "신의 한수"가 바로 그점인것 같습니다.
좋은 계절, 좋은 날씨에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든것 같아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오늘 울림의 답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