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넘어선 네팔 지진 사망자, 속수무책 당한 이유는…
카트만두의 상징 다라하라 타워 붕괴…주요 유적 피해도 속속 드러나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근방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지진 발생 후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은데다가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네팔 정부는 26일(현지 시각) 네팔에서 확인된 사망자 수가 1953명이며 부상자 수가 462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접 국가인 인도에서 53명, 중국에서 17명이 숨진 것을 포함하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2023명에 달한다.
또 히말라야 산맥에도 지진의 여파로 눈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피> 통신은 에베레스트의 베이스캠프에서 눈사태가 일어나 지금까지 17명이 숨지고 6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네팔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과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구조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렌드라 리잘 네팔 정보장관은 25일(현지 시각)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4500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진도 이어졌다. 지진 발생 후 8시간 동안 규모 6.6의 강진을 포함해 모두 65차례의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노숙하는 카트만두 주민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네팔의 주요 문화 유적도 이번 지진의 피해를 비껴가지 못했다. 1832년에 세워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던 카트만두의 다라하라(빔센) 타워가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뉴욕타임스>는 이외에도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파탄 두르바르 광장, 바산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보다나트 스투파 등 4곳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랜드마크인 다라하라 타워(가운데 건물)가 지진으로 무너졌다. ⓒAP=연합뉴스
한편 한국인 피해는 현재까지 부상자 3명이 발생한 것 외에 추가로 집계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네팔에 현재 한국인 650명이 체류 중이며 다수의 관광객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피해 여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네팔 지진 피해, 왜 커졌나?
네팔 지진의 피해가 계속 커지는 이유로 강력한 지진, 얕은 진원과 더불어 카트만두의 건물들이 지진에 취약했다는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지난 1934년 카트만두 동부를 강타했던 지진 이후 81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에이피> 통신은 이번 지진이 2010년 1월 아이티에서 발생했던 규모 7.0의 강진보다 16배 정도 강력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지진 규모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이번 지진이 훨씬 강력했던 이유는 진원의 깊이가 얕았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네팔 지진의 진원 깊이는 약 11km에 불과했다. 진원이 얕으면 지표면의 흔들림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그만큼 피해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주택들이 대부분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영국 방송 BBC는 카트만두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지진에 약한 비(非)보강 벽돌로 지어진 집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 잔해를 옮기고 있는 주민들. ⓒAP=연합뉴스
한편 이번 피해가 예견된 인재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네팔 카트만두에서 불과 일주일 전에 지진학자 50여 명이 모여 지진 피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1990년대 후반에는 '지오해저드 인터내셔널'이라는 연구 단체에서 지진 피해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네팔이 이번 지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것은, 네팔 정부도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까지도 건축물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카트만두에는 부실한 건물들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네팔의 독특한 상속 제도도 피해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네팔에는 자녀에게 모두 똑같이 땅을 나눠주는 상속법령이 있다. 이로 인해 땅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사람들은 건물 층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상속을 가능하게 했고, 이것이 부실한 건물을 양산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