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9월 20일 오후 서울 인사동 아리랑회관에서 열린 ‘김영국 정치재개 격려모임’에 참석해 김영국 거사가 민주당불교특위원장에 임명된 것과 관련해 자승 스님이 민주당 소속 불자 국회의원을 통해 손 대표에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자승 스님이 ‘(민주당이 김영국씨를 불교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해) 나와 각을 세우려 하느냐?’는 등의 간섭을 했다면서 “자승 원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때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에 참가했으니, 한나라당의 불교특위위원장이나 똑같은 사람”이라며 “한나라당 불교특위위원장이 민주당 불교특위위원장이 누가 되는지에 대해 간섭해도 되느냐”고 비판했다.
김영국 거사 정치재개격려모임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는 명진 스님.
나란히 앉아 있는 김영국 거사와 명진스님.
김영국 씨의 민주당 불교특위위원장 임명을 축하하고 격려하면서 이같이 말한 명진 스님은 봉은사 사태의 발단이 된 안상수 의원의 명진 스님 좌파 발언이 폭로된 전후를 설명하면서 김영국 거사가 당시 자신에게 충고한 말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명진 스님은 “안상수 의원이 봉은사 주지 좌파니까 내쫓아야 한다는 그런 말을 했던 자리는 김영국 거사가 주선한 자리로 템플스테이 예산 60억 더 받으려고 했던 자리였던 것으로 안다”며 “그 자리서 안상수 대표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좌파고 말도 함부로 하니 내쫓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고, 김영국 거사는 이 이야기를 내게 전달하면서 조심해야 한다, 앞으로 일 더 열심히 하려면 여권내 여론도 그렇고, 그 여론을 자승 원장이 안 받을 수 없으니 조심하라는 충고였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어 “이 내용을 발표하려 할 때 주변에서 모두 말렸다. 만약 김 거사가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뺌하면 나는 꼼짝없이 쫓겨난다. 그래서 주변에서 김 거사를 불러 그 얘기를 다시 묻고 탁자 밑에 녹음기를 두고 녹음하자는 이야기를 실제로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명진 스님은 당시 한참 고민한 끝에 발표를 하고 만약 김 거사가 그런 일 없다고 한다면 깨끗하게 걸망지고 나가면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명진 스님은 당시 김영국 씨가 자신의 발언의 진위를 확인해 준데 감사를 표했다.
명진 스님은 “나는 앞으로도 김영국 거사가 걸어가는 일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본인이 편해질 수 있는 길을 버리고 그 자리에 섰다는 것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대신해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는 이수영 원장.
태고종 총무원 총무부장 능혜스님도 격려모임에 참석, 김영국 위원장의 장도를 축원했다.
이날 격려모임에는 불교계 및 김영국 거사를 좋아하는 트윗 팔로어 등 100여명이 함께 참석,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속에서 모임이 진행됐다.
이어 스님은 “김영국 거사가 불교계에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는 이런 분들이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정치가 발전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되기를 꼭 불교인으로서 정치인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양심을 밝혀가면서 양심적인 사람들이 이 나라를 다스리는 초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영국 씨를 추켜세웠다.
명진 스님은 이 자리에서 도로명 주소법과 관련 조계종 중앙종회가 21일 임시회에서 결의문 채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조금전 중앙종회가 폐회했다. 전국 도로명 주소로 바꾸는 반대 결의를 하려고 하는 데 총무원에서 하지 말라고 해서 결의문 채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게 한국 조계종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오늘 이 자리가 보통의 자리가 아니고 한국불교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며 “김영국 거사가 민주당의 불교특위 위원장이 되는 데 왜 한나라당에서, 아니면 청와대에서 총무원에 압박을 가합니까? 무엇 때문에?”라고 물었다.
명진 스님은 또 “지금 쓸개가 있는 지, 간이 있는지 도로명 바꾼다는 데 반대 결의문 하나 못 내고 있는 조계종이니, 원효대사 성지순례길 만든다면서 지난번 시청 앞에서 불자들이 전부 나서서 불교편향하지 말라고 했을 때 부랴부랴 내세웠던 150억짜리 원효대사 순례길 만든다는 예산을 한마디 상의없이 없애버리는 일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명진 스님은 “이게 MB정권인데 이런 MB정권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아부하면서 민주당 당직자 임명까지 간섭하는 일을 지켜보며, 출가 승려로서는 한국불교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날 “양심 있는 사람들이 우리사회를 양심 있게 살려나가는 데 앞장서자”며 “그 선봉에 김영국 거사가 서 나갈 것이다. 여러분이 힘을 모아서 김영국 거사를 도와주시기 바란다”는 말로 격려사를 마쳤다.
이어 법타 스님은 “김영국 거사는 경력으로보나 실력으로보나 재선이나 3선 의원을 했어야 마땅한 불자”라며 “이제 정치인으로 다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는 김영국 위원장에게 모든 불자들이 격려와 힘을 보태야 한다”고 격려했다.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스님이 격려모임에 참석, 김영국 위원장이 불교를 대표하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가 격려와 힘이 되어주자고 당부했다.
김영국 민주당불교특위 위원장이 향후 자신이 펼칠 정치적 포부와 원칙을 밝히고 있다.
김영국 씨는 인사말을 통해 “2007년 정치를 떠나 남은 인생을 불교계를 위해 일하려 했는데 지난해 봉은사 사태 후 기회가 사라졌다. 다시 여러 스님들을 찾아뵙고 상의해 더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시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원칙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 원칙에 어긋나면 단호히 거부하고 잘못은 비판하겠다. 그동안 불자정치인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것이며, 잘못되고 부적절한 것이 있다면 불교계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바로잡을 것이며, 그것이 불교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국 거사의 민주당 불교특위 위원장 임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조계종 집행부의 한 부장은 김영국 거사에 대한 총무원장의 거부감을 민주당 불자 국회의원인 강창일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전하면서 항의했고, 강창일 의원은 손학규 대표에게 이같은 사실을 전달했다고 김영국 위원장은 밝혔다. 조계종 집행부의 불쾌감 표명에 대해 손학규 대표는 “개의하지 않겠다. 김영국 위원장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영국 거사 정치재개 격려모임에는 약 100여 명의 대중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주요 인사는 명진 스님과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태고종 총무부장 능해 스님, 경국사 주지 정산 스님, 대불련 출신 혜문 스님(비구니), 서동석 전 민불련 의장 등, 손학규 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이수영 전 대통령비서실민정비서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