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욕은 접고 칠전팔기로 여름나기
시인, 행정학박사 이성칠
지난 2월 초에 건강검진을 했더니 모든 지표가 어두운 흔적들로 가득했다. 당뇨, 고혈압, 지방간, 체중 등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고 경계수위 직전에 와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어떤 약도 복용하지 않고 지금껏 건강하게 잘 버텨왔고, 주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건강 체질인 것만은 자부한다. 더군다나 매년 정기검진 때면, 위장과 대장의 세척용으로 마시는 액체와 저선량 폐 C.T. 찍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서 근본적인 대책을 찾던 중 목표를 정하지 않고 건강검진과 동시에 착수했다. 곧장 작심하고 시작한 일은 금연과 금주, 몸무게 줄이기다.
군대에서도 피우지 않았던 끽연인데, 공직에 복직하면서 냉혹한 사회생활을 이겨내고자 동료들과 어울리며 배웠다. 늦게 배운 도둑 날샌 줄 모른다고 그럭저럭 30여 년을 피웠으니 여러 번 시도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퇴직 이후 4년이 흘러 드디어 시도하게 되었다. 아마 직장에 얽매였다면 불가능했겠지만, 다행히 금주와 병행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 걷기운동을 끊임없이 하였더니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6개월간 금연과 금주는 물론, 몸무게는 매월 1kg 중씩 6kg 중을 낮췄다. 모처럼 만나는 부부 모임에 나가면 가장 많은 박수를 받게 되고 아내는 덤으로 기분이 넘친다.
인간관계를 안 할 수 없으니 나름 기준을 정했다. 음주만큼은 20인 이상의 만남에서만 하는 것으로 했다. 동창이나 과거 직장 모임이나 여행 중에 나서는 버릇이 되살아나 분위기를 돋우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끽연 욕구가 되살아나지 않으니 퍽 다행스럽다.
내년이면 노인정에 들어갈 연령대이다. 몸과 현실감과 생각에서 많은 괴리감을 느끼는 어중간한 나이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한중을 공략하면서 처음 쓰였다는 ‘계륵(鷄肋)’이라는 단어처럼 쓸만하긴 한데 쓰여주질 않으니 쓰일 데가 없다. 경제학에서 재물로 따지면 공유재에 불과한 나이다. 다행히 요즈음은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로 ‘지속 가능한 발전’에 경각심을 높인다.
지구촌은 81억 명이 넘었지만, 우리나라와 몇몇 선진국은 출생률 저하로 국가의 존립을 우려하는 모순된 상황 속에 살고 있다. 뭐니해도 국가가 건강하고 건전하게 존립하는 데는 국민 개개인의 몸과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대학에서 말하는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이다.
물 폭탄을 쏟아붓던 장마가 잠시 끝나기 무섭게 작렬하는 불볕더위로 전국이 35~6℃를 오르내리며 7월에 이어 8월을 맞았다. 문득 과욕보다 더 무서운 게 노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뉴스에서 육칠십 대에서 풀장이나 도로에서의 열사병, 심장병, 교통사고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몇 년 전에는 칠팔십 대의 어르신들이 농촌에서 일하다가 일어나던 사고다. 지금은 백세시대를 역행이라도 하듯이 사고 소식도 경제적으로 훨씬 나아진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무엇보다 인명의 손실만큼 가장 큰 불행과 재난은 없다. 베이비붐 세대들이여 그동안 노고 덕분에 이 나라가 잘살게 되었다. 이제부터 노욕은 접어두고 건강한 팔월과 함께 행복을 다지시길 빌어본다. (202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