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 개선하는 10가지 방법 (ways to improve the K-League)
K리그가 국가대표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때가 되면 한국은 세계 축구 권력의 중심에 설 것이다. 클럽 축구(프로축구)는 축구라는 스포츠의 기반이다. 월드컵에서의 성공은 물론 환상적인 일이지만 기껏해야 4년에 한번 밖에 만날 수 없는 이벤트다. 강력한 지지를 받는 K리그는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축구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다.
한국은 아직 그러한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대표팀 전지훈련을 위해 K리그에서 무려 22명의 선수를 시즌 개막 직전까지 6주 동안 차출한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리그가 대표팀에 맞추는 게 아니라 대표팀이 리그 스케쥴에 맞춰줄 때에만이 축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대표팀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6만 5천여명 중에서 K리그 참가팀 이름 반을 맞히거나 K리그 감독 이름을 다섯 이상 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없다.
1. 연고지 이전을 그만두라 (Stop moving teams around) 말도 안되는 일이다. 팬들은 축구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팬이 없다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강한 리그로 가는 길은 축구장에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그들이 꾸준히 경기장을 다시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고지 이전은 정반대의 효과를 낳는다. 2년전 안양이 그랬고 이번엔 부천이다. 다음은 누가될 지 모른다. 얼굴없는 기업이 팬들로부터 언제든 예고도 없이 축구팀을 빼앗아갈 수 있다면 팬들이 자신의 팀을 따르며 돈과 시간을 쓰는 건 부질없는 짓이 되어버리고 만다. 상호 신뢰와 존중의식이 필요하단 얘기다.
2. 매주 한 게임만 (One game a Week) 지난 시즌, K리그는 달랑 24경기만 치렀다. 그런데도 이 경기들이 왜 죄다 짧은 기간에 몰려 치러졌는가? 전기리그는 모두 13라운드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두달도 채 지나기 전에 마무리됐다. 일정 배분할 여유가 있는 스케줄임을 감안하면 일요일-수요일-일요일-수요일-일요일에 연달아 경기를 하는 건 지극히 불필요한 일이다.
매 주말에만 경기하는 것이 더 나은 이유는 여러가지다. 3~4일마다 경기하는 건 선수들이 훈련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말 스케줄링은) 팀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선수들은 한 경기를 끝내고 나면 휴식을 취했다가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3~4일마다 경기를 치르는 일은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준다. 게다가 선수들은 휴식을 충분히 취할수록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게 마련이다. 재정적인 면에서 봐도 그렇다. 평일보다는 주말에 경기하는 편이 더 많은 관중을 불러모을 수 있다.
3. 시합은 동시에 진행하라 (Play the games at the same time) (TV 중계되는 경기를 제외하면) 모든 시합은 주말에 치러져야 할 뿐만 아니라 같은 날 동시에 킥오프해야 한다. 과거 K리그는 일상적인 주말의 경우 1~2경기는 토요일에, 몇 경기는 일요일 오후에, 나머지 경기는 일요일 저녁에 치러졌다. 굳이 이렇게 스케줄을 짤 이유가 없다. 모든 경기가 동시에 킥오프 되어야 한다.
경기장에 가는 일이 팬들의 습관이 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이건 하나의 작은 요소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잉글랜드에서는 점차 잊혀져가는 미덕이기도 하다. 만일 축구 경기가 항상 동시에 시작한다면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 가는 일을 습관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K리그와 각 팀들은 팬들이 경기장 찾는 일이 가능한 쉬운 선택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모든 경기를 동시에 킥오프함으로써 팬들은 그들이 이 커다란 리그 시스템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작은 것조차도 도움이 된다; 하프타임에 장내 아나운서나 전광판으로 다른 경기장의 스코어를 알려주는 것이 그 예다. 팬들은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 현명하고 균형감 있는 방송 정책 (A sensible and balanced broadcasting policy) 그러나 전국의 모든 사람들은 TV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떤 경기가 TV로 중계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경기의 중요성, 혹은 K리그 모든 팀들의 TV 노출 기회를 공평하게 배분하는 원칙이 되어야 한다. ‘장삿속’이 이러한 결정 과정에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두 개의 채널이 동시에 FC서울의 경기를 중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 경기면 충분하다. TV는 프로축구의 인기를 증가시키고 지지하는 주요 수단이지만 너무 많은 TV중계는 리그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잉글랜드의 경우가 그렇다.
스카이 스포츠(Sky Sports)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고 EPL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혹은 부유한 리그가 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시청자 숫자의 포화상태는 점점 축구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 매일 TV에서는 하루에 한 경기씩 라이브 중계가 방송된다. 지난 시즌,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EPL 시청률은 16% 정도 감소했다.
5. 하이라이트/프리뷰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 – 관심 유발 및 개성 창출 (A regular highlights/preview show builds interest and creates personalities)
너무 많은 경기가 생중계되는 것은 불필요하지만, 그날 벌어진 경기의 주요 장면과 골장면을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은 필수적이다. 풀 경기 중계와 마찬가지로 하이라이트쇼 역시 매주 같은 시간에, 그리고 경기가 벌어진 바로 그 날에 방송되어야 한다 – 아이들도 볼 수 있도록 너무 늦지 않은 시간이어야 한다.
프로그램의 포맷은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를 따라도 좋겠다. BBC의 유명한 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는 항상 토요일 밤에 방송된다. 2~3경기의 하이라이트와 남은 전 경기의 골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경기 장면이 나간 뒤에는, 스튜디오에 나온 과거 스타 플레이어 출신 해설자들이 이를 분석하고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도 방송된다.
1시간 내지는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은 새로운 세대를 축구 팬으로 유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경기 당일 오전이나 점심시간 무렵에 프리뷰쇼가 편성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라든지 지난 주 주요 소식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면 괜찮을 것이다.
- ②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