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사냥 강릉출사 첫째날,
극성스런 황사도 물러가고, 핸드폰에 미세먼지 “좋음”이란 파란 글씨가 선명한 날,
낮 최고 온도는 20도를 웃돌 것이라고 한다.
빛사냥을 태운 Ktx는 따스한 봄 공기를 가르며 산을 넘고 내를 건너 동으로 향한다.
대관령 긴 터널을 지난 기차는 서울을 출발한지 1시간30분만에 강릉역에 도착했다.
승객을 떠나보낸 강릉역 주변은 언제 동계올림픽이 치러졌냐는 듯이 봄 햇살을 즐기며 졸고 있다.
역전, 정아네식당 식탁 위에는 해물닭볶음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해물과 닭의 조합이 입맛을 당긴다.
미국의 남세현형도, 인도네시아의 전영돈형도, 모두 맛있게 먹어주니 흐뭇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모두들 한두 번 다녀간 오죽헌이다.
평일인데도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주차장에 가득하다.
오죽헌은 신사임당의 어머니가 물려받은 한옥으로 이곳에서 신사임당이 태어나고, 이율곡이 태어났다. 집 주위에 검은 대나무가 많아 별당 채를 오죽헌이라 불렀고, 몽룡실에서 율곡선생이 태어났다.
우리 화폐 5만원권과 5천원권에 신사임당과 이율곡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돌이켜 보면서 노송과 오죽에 둘러 쌓인 오죽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김봉기형은 강릉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번 출사여행이 강릉으로 정해진데는 첫째 벚꽃 촬영, 둘째 경강선 탑승이지만, 봉기형의 고향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선교장은 오죽헌에서 버스로 10분 거리로 봉기형이 앞장 서 걸어가기로 했다.
가을이면 이곳 넓은 밭이 모두 코스모스가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는 설명을 들으며 메타세콰이어 나무 터널길을 따라 들판을 가로 질러 갔다.
선교장은 한마디로 고래등같은 기와집이다.
한 개인이 살던 사대부 저택치고는 너무 규모가 큰데, 효령대군 11대손 이내번이 지은 한옥으로 10대에 걸쳐 300년 넘게 보존 되어 오고 있다고 한다.
서쪽에서 대각선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아 음영이 교차하는 한옥의 모습이 아름답다.
한옥의 규모에 놀란 가슴은 집 주위를 둘러싼 수 백 년 된 소나무 병풍에 또 한 번 놀란다.
저택 앞에는 창덕궁 부영지와 같은 연지 위에 활래정이 자리 잡고 있어 연꽃이 필 무렵이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 만 해도 즐겁다.
3월이면 봄꽃의 향연이 먼 남쪽에서부터 북상해 온다.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목련, 벚꽃, 좀 더 지나면 진달래 철쭉에 이르기 까지 온갖 봄꽃이 팔도강산을 물들인다.
강릉의 경포호 주위는 벚나무가 많기로 유명하고 매년 4월초면 벚꽃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4월6일부터 12일까지 열려 오늘이 바로 축제의 마지막 날이다.
이미 보도나 SNS를 통해서 벚꽃이 지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꽃잎 하나 발견하기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고, 며칠 전 불어 닥친 강풍은 바닥에 떨어진 꽃잎마저 깨끗이 바람에 날려 버렸다.
경포호숫가를 거닐다가 호숫가에서 잠시 쉬어간다.
경포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경포대에 올랐다.
거울처럼 맑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경포호에는 달이 4개 뜬다고 한다.
하늘에 뜨는 달이 하나요, 바다에 하나, 호수에 하나, 그리고 술잔에 하나.
요즘에는 여기에 하나가 덧붙여진다고 한다. 하늘, 바다, 호수 그리고 임의 눈동자에 또 하나의 달이 뜬다는 곳이 바로 경포호다.
경포해변으로 나왔다.
쉬어 갈 겸 경포대 아래에서 막걸리 한 잔 하렸더니 너무 혼잡스러워 이곳까지 왔다.
수퍼 옆 간이 테이블에서 바닷바람 쐬며 막걸리 한잔하는 멋도 멋진 추억거리로 남을 것이다.
오리바위 십리바위가 파도에 출렁이는 해변, 동계올림픽 흔적인 오륜기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경포해변을 따라 내려가면 오늘의 종착지 강문해변으로 이어진다.
모두들 지친 기색이 역역하다.
저 멀리 솟대다리가 보이는 곳, 그 곳이 오늘 묵을 팬션이 있는 곳이다.
유럽의 고성을 닮아 첨탑이 예쁜 팬션, 방과 거실과 부엌이 딸린 20평형 2개을 예약해 놓았다. 15명이 반 나눠 짐 풀고 침구를 펴고 나서 저녁 먹으러 간다.
옛 태광식당은 모 신문사 논설위원의 맛 기행을 통해 알려진 집이다.
자연산회에 우럭미역국이 준비 되었다.
만보기로 확인 해 보니, 2만4천보, 17.1Km, 4시간30분, 485Cal 라고 알려준다.
이렇게 칼로리를 많이 소비했는데 무엇인들 맛있지 않겠는가.
맥주 한 잔에 회 한 점, 소주 한 잔에 또 회 한 점, 상위에 술병이 쌓여간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솟대다리 야경촬영이다.
형형색색의 조명을 밭으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치형 다리의 모습이 아름답다.
출사 첫 날을 이대로 끝내기는 너무 아쉬운 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김봉기형이 호프집으로 방향을 잡고는,
강릉은 나의 나와바리라고---, 전세를 낸 호프집에서 화끈한 뒤풀이를 선물하며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즉흥 남성4인조보컬의 동백섬을 들으며, 강문해변의 밤은 깊어 갔다.
첫댓글 오 아름다운 청춘들이여 !
용규대장 수고 많이 했수.
영돈 세현 멀릴서와서 반가웠소.
(12일 26,381보, 13일 29,493보(집까지) 총 55,874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