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지난 12월은 인도 순례 이야기로
따끈따끈한 글이 잠시 쉬었습니다.
오늘 부터는 조금씩이라도 올려 보겠습니다.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는 얘기 많이 하시지요?
어느 날 자장면 먹다가
반찬으로 단무지를 베어 먹는데 한 그릇 다 먹고 보니
한 입만 베어 먹은 것이 몇 개 남아 있을 때
기억력이 흐려져 있다는 신호로 보면 건망증인가를 하고 생각하지요.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에 걸린다고 합니다.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약속을 해 놓고 깜빡 잊었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워 하면 건망증이고,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기억이 나지 않으므로 안타까워 하지도 않고
편하게 살고 있으면 그게 치매라고 합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면 기억에 관한 관심과 함께
우리는 치매라는 단어에 두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컴퓨터를 쓰면서 머리를 쓰는 일이 적어지고,
노래방에 가면서 노래 가사를 기억하려는 노력이 적어진다고 합니다.
전에 어떤 신도님이
“스님, 이제는 제 핸드폰에 있는 전화 번호 다 삭제 하였습니다.
도대체 우리 집 사람 번호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번호를 전부 삭제 하고 기억으로 하렵니다.”
그렇습니다.
“경험은 지혜의 아버지이며,
기억은 그 어머니.”라는 영국 속담도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억의 중요성은 대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자기가 보고, 듣고,
겪었던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메모도 하고,
연상聯想도 하면서 노력하는 것일 겁니다.
영리한 아이는 기억하는 것이 빠르지만,
노력하고 애를 써서 배운 아이는 한 번 기억을 한 것을
잊지 아는 다는 풀루타크 영웅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교훈 삼아
8정도의 일곱 번 째 정념正念을 기억해여 합니다.
“어떤 것이 바른 기억인가?
바른 기억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속의 바른 기억으로
번뇌와 집착이 있고 선취善趣로 행하게 한다.
다른 하나는 세속을 벗어난 성현의 바른 기억으로
번뇌와 집착이 없고 괴로움을 바르게 다하여
괴로움의 끝(고변苦邊)으로 향하게 한다.”
《잡아함경》제28권 788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마음새김으로 해석할 때는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마음을 분별적인 사유나
숙고熟考에 휩싸이지 않고 사건을 관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무공武功이 약해지가나 피로에 지쳤을 때나
가만히 앉아서 좌선을 상태로 삼매에 드는 것 같은 일을 할 때
운기조식運氣調息을 한다고 합니다.
기氣를 돌리고 숨을 조화롭게 고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집중을 잘 해야 기억이 잘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사람은 분명히 10월 17일이 선친의 기일忌日인데,
10월 16일에 열심히 상을 차리거나,
17일에는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머리를 치는 경우가 있지요?
늦잠을 잔 일요일 아침에
학교 가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깨우면 눈을 비비면서
가방을 챙기는 경우가 바로 허망한 기억입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기억이 허망하지 않으려면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기억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사성제를 있는 그대로 사유하되
번뇌가 개입해서 굴절된 사유가 아닌
깨끗한 사유를 따라 염두에 꼭 매어 두고,
잊지 않도록 기억을 떠올려 상기하며,
여러 번 거듭 기억해서 그것이 내 것이 되도록 하여
그 기억이 거짓되지 않고 허망하지 않으면
우리는 바로 번뇌를 여읠 수 있는 상태에 가게 됩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바르게 선정正定함을 공부하면 번뇌를 없앨 수 있게 됩니다.
자꾸 기억을 하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귀찮다고 하기 싫다고 미루면 치매는 그런 당신을 찾아 갑니다.
경전을 자주 읽어 보는 것도 좋은 치매 예방입니다.
그것은 한시라도 놓치게 된다면 치매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자꾸 건망증이 생긴다면 계속 글을 써서 기억하시면 됩니다.
건망증이 심하면 기게 바로 치매로 가는 겁니다.
경전도 많이 읽으시고 독경도 외우시는 것이
모든 치매를 이겨 내는 방법 중에 최고입니다.
이것이 오늘 드리는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행복한 시간들로 가득 차시기 바랍니다.
2023년 12월 28일 오전 07:05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운월야인雲月野人 진각珍覺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