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 이진
2019년 10월에 혼자 중학생인 두 아들을 데리고 북경 자유여행을 다녀 왔었다. 식구들은 갔던 곳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야 저기 나온다” 하며 호들갑을 떤다. 최근 3년 해외를 나갈 수 없었던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는 ‘그때 북경이라도 다녀와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동안 긴장했던 순간들이 생각날때마다 남편에게 “내가 어떻게 혼자 다녀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한다. 그때 휴가를 못냈던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도 있고, 앞으로 휴가 잘 내라는 뜻으로 말한다. 하지만 남편은 내 속마음은 잘 못 알아 듣는다. 같이 못가서 미안하다는 말은 안하고 ‘당신 부럽다. 나도 태준이 데리고 다녀오고 싶다”라는 식으로만 매번 말한다.
대구공항에서 북경 가는 편도 항공료가 약12만원이었다. 너무 싸서 4박 5일 일정으로 바로 왕복 비행기를 예약했다. 무서워서 숙소라도 안전한 곳으로 잡아야 했다. 북경 한복판에 있는 5성급 호텔 3박을 예약하고 도착한 날이 새벽 1시 도착이라서 픽업서비스까지 일단 예약했다.
북경 새벽1시30분 도착한 픽업서비스부터 모험이있다. 베이징공항에 도착하자 한국어가 없으니 아무것도 모르겠었다. 공항에서 줄지어 있는 피켓에 우리 픽업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10여분 기다리다 옆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전화 통화가 되었다. 블라블라 통화를 하더니 출산 하러 가서 못 온다는 것이다. 픽업 회사와 연결까지 해 주었고 10여분 더 기다렸다가 다른 기사가 와서 호텔에 갈 수 있었다.
여행 첫째 날은 북경 유명지를 한 번 쭈욱 둘러보기 위해 데이투어를 신청해 놨었다. 그런데 이른 아침 투어차량을 놓칠 뻔 했다. 호텔에서 타는 곳까지 구글 지도로 35분 정도 걸린다고 검색 되었는데 실제로는 더 오래 걸렸다. 다행히 한국말을 하는 직원이 전화로 안내 해 줬고 우리는 엄청 달려서 3분 정도 늦게 탔다. 투어하는 사람들 중에 한국인이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좋은 정보도 얻었다. 중국에서는 바이두라는 지도앱을 사용한다고 했다. 사용법도 잘 알려줬다. 기름기 적은 카오야식당도 추천해 줬다.
아이들은 사람들과 같이 하루종일 메어다니는 것이 좋지만은 않은 듯 했다. 이화원, 용경협, 만리장성 등을 다니다 보니 그나마 관심있게 관광했던 것이다. 데이투어가 끝나고 진짜 자유여행이 시작되었다. 저녁에 왕푸징거리에 있는 쇼핑몰 안 식당에 갔지만 사람이 많고 말이 안통해서 주문을 못했다. 그냥 호텔에 돌아와 라면에 햇반을 먹었다.
다음날 저녁을 먹으러 상가건물 지하로 들어 갔다. 식당이 5개정도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가게로 들어갔다. 영어를 번역해주는 파파고 앱을 보여주며 주문하려고 하는 데 영어를 아는 직원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메뉴판을 보고 그림을 가리키며 주문했다. 조금 있다가 직원이 다시와서 뭐라뭐라 하는데 못알아 먹었다. 둘째아이가 초등학교때 중국어 학원을 2년을 다녀서 약간 알아 먹었는지 “안매운거” 라고 말했다. 또 호텔에서 라면을 먹을 뻔 했다. 호텔이나 큰 식당은 영어를 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작은 곳들은 그렇지 않다.
자금성, 천단공원, 북경대학교 등등 관광을 했고 택시, 버스, 지하철로 다녔다. 입장권 끊을때도, 버스탈때도 내내 모험이었다.
아무도 없이 우리 셋이 있으니 아이들과 1년 대화 할 것을 다 한 것 같았다. 큰얘는 여행을 즐기며 사진을 많이 찍었고 둘째얘는 여행내내 바이두 앱을 켜놓고 지리 교통편을 찾았다. 찾아 다니느라 많은 곳을 다니지 못했지만 매일 저녁 걸었던 중심가 밤거리에서 거북이 ‘사계’ 노래에 맞춰 춤추던 중국 사람들이 친근해졌다.
여행을 다녀 온 이후, 생일 때나 혹은 새해에 둘째 아이의 소원은 "해외 여행 안 가는 것" 이라고 말한다.
첫댓글 마지막에 빵 터졌습니다. 해외여행 안 가는 것. 하하하.
용감하시네요. 그렇게 아이들과 해외 여행을 하시고요. 한 번 그런 여행을 하고 나면
다른 일에도 자신감이 생기겠어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마지막에 빵 터졌습니다.
얼마나 고생했으면 그리 말했을까요?
정말 용감한 분이세요.
다시 봅니다.
저는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히말라야 갔을 때 비행기 날개에 새가 들어가서 가이드 없이 있는데 언어가 되지 않아 엄청 힘들었어요. 그래서 여행은 돈이 들어도 가이드와 함께 해요. 좋은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