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 김동출 수필
"놀멍·먹멍·쉬멍” 제주도 여행기
특별한 인연을 가진 세 친구 부부가 한팀이 되어 지난 4월 15일부터 4월 20일까지 5박 6일 동안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1976년 J 교육대학을 졸업한 동기생 우리 세 친구는 오래전부터 같은 지역에 살면서 가끔 부부 동반 여행도 함께 다녀온 친숙한 사이다. 여행 업무의 역할 분담은 여행 일정을 기획하고 준비한 친구 J가 대장을, 여행 마니아며 Best 드라이브인 Y가 현지에서 빌린 카니발 운전을 그리고 글쓴이가 사진 촬영과 기록을 맡았다. 우리 일행은 4월 15일 오전 11시 40분에 김해공항에서 대한항공에 탑승하여 오후 1시경에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제주국제공항은 국내외 여행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이 혼잡하였다.
짐을 찾아 바깥 통로로 한참 걸어 나와 버스를 타고 렌터카 사무실로 가서 예약해 둔 7인승 카니발을 대여하여 제주도 여행 시동을 걸었다. 차창 너머로 뵈는 4월 중순의 제주도는 찬란한 봄꽃 향연을 펼친 흔적만 띄엄띄엄 남아있었다. 바다로 내려앉은 넓은 개활지 오름 사이의 수목들은 벌써 싱그런 신록의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첫날과 둘째 날의 숙소는 애월읍에 있는 독채형 한옥이었다. 산속에 위치하여 주위 환경이 조용하고 아침저녁으로 숲속에서 청아한 새소리가 귀를 맑게 하였다. 목재로 지은 숙소는 온돌바닥에다 천정이 높아 공기도 신선하여 수면 환경이 쾌적한 한옥 스타일의 펜션이었다. 공용 실에는 아침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인근으로 관광 나갈 수 있도록 토스트, 라면, 달걀 등의 먹거리와 취사용 전자레인지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머문 이틀 동안 아침과 저녁은 공용실에서 토스트와 라면 또는 햇반으로 간단히 먹고, 점심은 관광지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였다.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일행은 ♤상가리야자숲 ♤애월읍 양떼목장 ♤한라수목원을 다녀왔다. 상가리 야자수 숲은 제주도의 숨겨진 명소로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제주시 연동 광이오름 기슭에 자리 잡은 ’한라수목원‘은, 제주의 자생수종과 아열대 식물 등 1,100여 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전시되는 수목원이었다. 5만 평에 달하는 삼림욕장 1.7㎞의 산책코스가 오름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로 조성되어 있었다. 한라수목원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지만 일정에 쫓기는 일행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다음 여행 일정으로 삼 일 밤을 보낸 숙박지는 서귀포의 R 펜션이었다. 내부 시설에 세월이 묻어있었지만 정작 여행객에게 필요한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전자제품 작동도 잘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펜션 주위를 살펴보니 소나무 숲사이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비치는 풍경은 이국적이었다. 키 큰 야자수가 지키고 있는 펜션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아곳에서 머무는 동안 조식은 사무실에서 구매한 쿠폰으로 구내 카페에서 양식으로 해결하였다.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에서 전시관 벽면에 설치된 화면으로 김 화백의 대표작으로 물방울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물방울’ 시리즈 중 회귀(Recurrence)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물방울과 한자 문자를 결합하여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에 한참 동안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에서는 제주도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곶자왈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숲으로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생한다’라고 하였지만, 일행은 곶자왈의 생태계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30분 코스인 ‘서광리 곶자왈 생태탐방로(약 2.3km)를’ 다른 두 부부는 왕복 1시간 거리인 ‘화순 곶자왈 생태탐방 숲길’을 탐방하였다. 우리 부부는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전망대’에 올라 멀리 바라보이는 한라산과 서귀포 앞바다를 조망하며 신록이 피어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휴식하였다.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탐방에 이어 일행은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둘레길을 걸었다. 용머리 해안은 파도의 해식 작용에 깎여진 해안절벽이 용 머리를 닮은 것이 신비로웠다. 일행은 다행히 밀물 때를 피해서 탐방하였다. 앞서가는 젊은이들과 달리 거친 바위를 타고 넘고 건너는 구간에서는 높은 산을 오르기보다 더 힘들고 미끄러워 위험하였다. 좁은 바위구멍을 통해 구간을 빠져나올 때 필자의 아내는 젊은 외국인 여자분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제주도 여행 4일째. 목요일에는 <이중섭 미술관>과 <왈종미술관>을 방문하였다. 서귀포 이중섭 문화거리에 있는 이중섭 화백이 전쟁의 참화를 피해 1951년 1월 부인(마사코, 이남덕李南德)과 두 아들과 함께 서귀포로 피난 와서 머물렀던 초가와 이곳에서 머물며 남긴 수많은 작품이 소장되어있는 [이중섭 미술관]을 방문하였다. 李 화백이 살았던 초가 1칸은 당시 李 화백 가족의 고생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협소하여 이런 곳에서 살았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였다.
이곳 이중섭 미술관에서 말로만 듣던 담뱃갑 속의 은지(銀紙)에 송곳으로 그려낸 소, 닭, 어린이, 가족을 그린 소품을 대면하여 감상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은 평론가들의 말과 같이 동화적이며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고 아름다운 제주도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이중섭 화백의 걸작으로 알려진 <섶섬이 보이는 풍경>,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등 70여 년 전에 그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왈종미술관>에서는 제주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온 이왈종 화백의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었다. 가장 볼만한 작품은 <제주생활의 중도>로 이 시리즈는 제주도의 자연과 일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제주도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미술 평론가들의 말대로 작품 속에는 현실과 환상이 어우러진 독특한 구조와 색채가 돋보이며, 자연과 인간, 동물들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2층 전시실에는 약 9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1층에 있는 어린이 미술 교육실이 마련되어 있어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미술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하였다.
제주도 여행 5일째. 금요일 오전 11시 30분 서귀포에서 해상 유람선을 타고 서귀포 주상절리의 아름다운 해안을 감상한 것은, 제주도 여행의 백미였다. 서귀포항 <해저 해상관광선
착장>에서 출발하여 새섬, 정방폭포, 외돌개, 12 동굴 및 서귀포 해안 절경을 돌아오는 1시간 코스였다. 유람선 이물 우측에서 함께 탄 해설사의 배꼽 잡는 우스갯소리를 곁들인 해안의 주요 명소의 역사, 자연경관에 대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해상의 절경을 감상하는 기분은 으뜸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루 입장 인원이 600명으로 제한되어 있어 사전 예약을 하고 찾은 ‘서귀포 치유의 숲’은 자연 속에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편백과 삼나무가 빼곡히 자라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숲의 환경을 이용한 심신 치유 체험으로, 명상, 해먹 체험, 맨발 걷기 등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 부부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택하였고 일행은 ‘건강 숲길 시오름 코스’를 택하여 숲길 탐방과 서귀포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오름 전망대까지 다녀왔다.
제주도 여행 6일째 마지막 날. 사흘 동안 숙박한 서귀포 R 펜션에서 장대같이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 출발하여 다음 여정인 제주시 용두암으로 향했다. 제주도 중산간 <1,100도로>로 한라산을 횡단하여 제주시로 넘어오는 차 속에서 바라본 1시간 동안 산록에 펼쳐지는 신록의 물결은 여행의 압권이었지만, 화려한 꽃 잔치가 끝난 4월 중순의 제주도 날씨는 오락가락하며 제주도의 푸른 하늘을 열어주지 않았다 어떤 날은 아침나절에 잠깐 맑았다가 낮부터 흐리기 시작하여 오후 코스를 수정하기도 하였다. 궂은 날씨로 마지막 날 오전에 계획한 성산 일출봉을 오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다. 주중 내내 제주 하늘은 내내 흐리다 돌아오는 하늘길에서 비행기가 제주공항을 선회하며 제주도를 벗어날 때 비행기 창 아래로 흰 구름에 덮인 백록담이 신비한 그 모습을 살짝 보여주었다. 그 순간 쾌재를 부를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었다.
17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는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제주도의 자연은 많이 훼손되어 고유한 원시적 풍광은 하나둘 사라지고 곳곳에 방치된 짓다 만 건물을 바라보니 가슴 뜯기는 듯 안타까웠다. 듣던 대로 최근 10여 년 동안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난개발로 인해 여러 가지 변화를 겪고 있었다. 특히, 날로 더해가는 아열대로 가는 기후 변화와 함께 난개발이 제주도의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불을 보듯 했다.
저렴한 경비부담으로 끝마친 이번 제주도 여행은 동기 간의 우정을 새롭게 나눈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동기생으로 교육대학 졸업 후 40여 년 동안 현직에 있을 때는 근무처가 달라 몰랐던 정서적 취향이나 은퇴한 후 취미 활동과 자녀의 성장 등을 이번 여행의 만남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공자님이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 하였다. 세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으로부터 배우라는 의미이다. 인생 70의 지기들이 의기투합한 이번 여행은 힘들었지만, 내 삶에 스승 같은 두 친구의 향기로운 인성을 체험한 더없이 소중한 기회였다. 필자는 이번 여행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모아 동영상을 만들고 자세한 일정을 정리하여 "놀멍·먹멍·쉬멍” 제주도 여행기를 남겼다.
2024-07-06
첫댓글 진솔한 친구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하는데, 절친 세분이 있으시니 성성성공공공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