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친구
김영철
조금
귀찮겠지만
한 번식 흔들어 주렴!
좋은 친구 되려면 서로 잘 알아야 하듯
두 눈을
다 가리고도
찾을 수 있게 말이야.
언젠가는
내가 정말 필요할지도 몰라!
건강하게 지내다
나쁜 불이 나타나면
모든 것
삼겨버리기 전에
막아야만 하거든.
―어린이시조집『마음 한 장, 생각 한 겹』 (황금알, 2015)
‘자나 깨나 불조심/꺼진 불도 다시 보자‘ 불조심 표어들이 많이 있지만 이 표어만큼 많이 알려지고 잘 기억되는 표어가 있을까. 정말 불조심 강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말로 불조심 강조보다는 가정에 소화기 한 대라도 비치해두는 것이 더 현명하다 할 것이다. 유류화재에 쓰이는 Co2 같은 이산화탄소 소화기도 있지만 우리가 일상해서 흔히 보는 가정용 소화기는 분말 소화기이다.
소방서 교육을 가보면 가정용 작은 소화기 한 대가 소방차 한 대의 몫을 한다고 한다. 그 만큼 초기진화를 강조한 것인데 분말 소화기를 본 사람은 많아도 저 안에 어떻게 생긴 것이 들어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분말이라는 말처럼 가정용 소화기 안에는 미세한 연분홍 가루가 들어 있다. 축압식 소화기는 질소의 압력으로 약제를 방출시켜 진화를 하는데 분말 약제의 특성상 장기가 보관시 약제가 굳는다고 한다. 굳으면 불이 났을 때 분사를 할 수 없어 진화를 할 수 없으므로 1개월 정도 한 번씩 뒤집어서 흔들어 주어야 한다.
좋은 시란 어떤 시를 말하는 것일까. 시에서 의도적으로 무엇을 담으려고 하면 마이너스가 된다. 하지만 동시에서는 ‘소화기 친구’처럼 교육적인 내용으로 잘 접근을 하면 시로서 성공하고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좀 귀찮기는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하면서 소화기 친구 하나 잘 사귀어 두면 급할 때 유용한 친구 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