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연무대의 추억

[강광환통신800117]

                                                논산연무대의 추억

수용연대에서 신체검사를 하는데 그럭저럭 한 5일이나 지난 것을 보면 서슬 퍼런 국방부의 시계도 멈출 길이 없는 것 같다.

어느 듯 짬밥의 맛은 익숙해 졌고 가끔씩 고깃국과 더구나 밀가루반죽을 버무린 명태튀김의 반찬은 난생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지만 맛이 너무도 좋았고 일요일은 비록 퍼진 라면이지만 맛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어느 모로 보나 농촌의 중산층이상이라는 말이 사실이 엇다.

어느 날 신병들의 신검이 끝나자마자 내무반에서 군복, 전투화, 속옷, 양말, 그리고 비누, 치약, 칫솔, 바늘과실까지 이정도의 살림살이라면 농촌의 중산층보다 더 낮다는 국가에서 최소최대한 베풀어준 물품들에 만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군대라는 소지품에는 항상 검열이 뒤따르며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는 소문을 들어서인지 소지품이 마냥소중하게만 여겨졌다.

드디어 고향에서 입고 온 사복을 곱게 포장해서 소포로 재송부하는 몸은 남고 껍데기만 보내지는 다소 엄숙한 시간이 왔다.

이제는 정말 고향과 부모형제분들 하고는 까마득히 멀어져만 가는 국가의 몸이 되었다는 마치 신체나 정신적인자유가 없는 거기에다 인격까지 국가에 맡긴 몸이라서 더욱 싸늘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고향에서 형님들소포를 많이 봐오던 참이라서 형님 댁으로 보낼 것을 괜히 부모님 앞으로 소포를 보낸 것이 마냥아쉬움과 후회로 점철되기도 했다.

비록 일주일 남짓 수용연대에서 동료들과의 짧은 만남과 갈라서는 아쉬움을 안고 논산훈련소 대대와 중대는 기억에 없지만 23연대로 기억된다.

훈련소에서 기초 군사훈련들은 제치 있게 날렵하게도 잘하지만 유독 암기만은 늘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물론 군대에서 많은 스트레스로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중3학년 때 연탄가스에 죽다 살아난 뒤로는 유독 토씨하나만 틀려도 틀리는 엄격한 군대의 암기시험에서는 더욱 혼란스런 마음이 역력했다.

이해력에서는 하나도 뒤질 것이 없었지만 봉체조 얼 차래를 두 번씩이나 경험을 하였다.

몹시 창피해서 동료들 앞에서도 위축되는 마음과 쉬는 시간이나 밤에도 암기공부를 해보지만 그럴수록 정신만 더 산만해져가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는 마음은 몹시 혼란스럽기까지 마음의 안정이나 진정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해 1월은 유난히도 추워서 고향의 어머님은 군에서 갓 전역하신 동네철수형님에게 몇 번이고 찾아가서 이 추운 날씨에도 훈련을 하냐고 물어 보러 수차례나 가셨다고 전역을 한 후로 몇 번이나 혹독한 그해겨울의 날씨를 대변해주시곤 하셨다.

재식훈련이나 총검술훈련 시 소총의 찬기는 손가락이 마비될 정도로 차갑게 시러웠다.

하루는 몹시 손이 시러워 오죽했으면 실험삼아 군용장갑을 벗어도 보고 다시 끼워보지만 속수무책이자 괜한 짓으로 더욱 고통스럽기만 하였다.

역시 훈련병의 절대적인 성적표는 사격에 있었다.

사격만 잘하면 측정에서 큰 애로사항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생에 처음으로 소총한 발의 방아쇠를 당기고자 수많은 군기와 얼 차래가 반복되었고 정신통일이나 정신개조의 시간을 거쳐야만 하였다.

바삭 든 군기로 가늠자와 가늠쇠를 정조준하는 바른쪽 눈을 끝까지 감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는 감각을 느낄 새도 없이 신속한 판단력은 다행이영점도 잘 잡히고 흙먼지가 튕기면서 타켓이 벌렁 벌렁 잘도 넘어갔다.

기다리던 측정의 시간은 마지막 각개전투장에서 훈련이 한창이 엇다.

사격장과 각개전투훈련장은 훈련소 밖으로 나가 야산에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엄폐물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철조망의 가시를 소총으로 가리면서 통과하는데 기관총소리와 공포탄의 불빛이 끝임 없이 빗발치고 있었으며 마지막 터지는 수류탄의 굉음은 영화 속의 음향하고는 비교도 할 수없는 훨씬 심각한 전쟁터 그 자체의 굉음이나 다름이 없었다.

M16소총소리만 해도 처음에는 뻥튀기 소리보다 훨씬 다이나믹하게 생각보다 위력이나 폭음이 장난이 아니 엇다.

그동안 내무반장의 측정에 대한 걱정과 엄살은 많았지만 소대원들은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합격의 기쁨을 나눌 때 건너편 산골짝이 도로마다 구정 설을 쇄러 귀향하는 귀성객들의 모습들이 한가하기 그지없이 행복해 보였는지 잠시 고향생각이 치밀어 올라 몹시 어색한 내 모습을 감추려고 애를 쓰기도 하였다.

연무대로 돌아오는 길에도 고속도로변에도 연이어 자나가는 귀성객들의 차량행렬과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 대응을 하자니 또다시 기분이 마냥 달아올랐다.

이런 숙연한 기분들이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명절의 들뜬 마음을 현재까지 고이 간직하게 하는 지울 수 없는 추억으로 자리 잡았는지 도 모른다.

한 달 이상을 함께 자고 먹고 훈련을 하면서 정든 전우들과 해어지는 날이 돌아오고 있었다.

벌써 누구누구는 어디 어디로 갹출 되어 갔다는 소문들이며 전방이냐 후방이냐를 놓고 서로들 좋은 곳으로 소망하며 긴장하는 모습들도 역력해 보였다.

어느 날 저녁식사를 마치자 내무반장이 더블 백을 싸서 대기하라는 지시가 떨어지고 한 밤중이 되어서야 열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군의 이동은 주로 밤에 한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서울의 용산역에 도착하자 새벽4시쯤 되었다.

용사의집에서 기독교교인들의 봉사활동이 더구나 추운겨울새벽녘에 우리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빵을 건네주시는 모습들도 잊을 수가 없다.

한치 앞도 분간이 어려운 어두운 야밤의 이동은 의정부101보충대로 백마부대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도 꿈에도 모른 체 긴장된 이등병의 차창밖에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초조한 전방부대의 심란한 생각들이 엄습해 오고 있음을 조용히 말들은 없지만 뿔뿔이 흩어져야할 동료들의 똥그란 눈동자에서 서로서로 긴장감을 가뜩이나 감지할 수도 있었다.

                                               통신대대 운용중대 보급행정시절 

[송낙웅28연대841024]

이등병 계급장을 단 초짜 군인이었을때의 그시절이 새록새록 기억나네요...부모님을 생각하는 배려....소포가 도착하면 어머님은 자식생각에 하염없이 우셨다고.....

[강광환통신800117]

동감입니다. 현재도 부모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제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차라리 재활 옷 수거함에 넣는 편이 속도 편하고 번거롭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면 군입대시 후진 옷만 입고 갈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김창중28연760323]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강광환통신800117]

꾸밈이나 상상력이 없는 사실적인 이야기로 지루하셨을 텐데 고맙습니다.

[엄득용29연790126]

멋진모습 이제야 봅니다. ^6^

[강광환통신800117]

젊고 싱싱할 때라서요... 현재는 선배님과 별반 차이가 없고요 조만간에 현재 사진도 올려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