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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난다
self-made millionaire / rags-to-riches / intragenerational mobility / 자수성가(自手成家)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이 매우 열악한 사람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불가능한 업적을 이루거나 매우 높은 지위에 올라 성공하는 경우를 이르는 대한민국 속담이다. 한국 현대사에서는 16대 대통령과 17대 대통령, 그리고 현 19대 대통령이 연속으로 이 속담의 극적인 예시를 보여주기도 했다. 행운을 맞아 갑자기 지위가 상승한 경우와는 다른 경우로, 물론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엄청난 노력으로 자수성가했다는 것이 전제가 되기에 100% 행운으로 성공한 경우는 이 속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속담에 해당하는 인물들은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성공하기에 매우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머리와 보통 사람의 것을 뛰어넘는 끝없는 노력으로 멋지게 성공하여 주위의 인정을 받는다. 주로 가난하여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인물들이 스스로 열심히 독학하여 결국에 성공하는 경우에 이 속담이 쓰이는데, 공부 말고도 폴 포츠나 수잔 보일, 그리고 슈퍼스타 K2의 허각처럼 가지고 있는 재능에 비해 외모가 출중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되는 경우에도 쓰일 수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너무 많이 어렵고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인데, 신분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었던 먼 과거 조선 후기 까지만 해도 아무리 똑똑하고 재능이 있어도 신분이 미천해서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아무 말 없이 자기 분수대로 살아야 했던 비운의 인물들이 많았다. 가끔 운좋게 인재를 보는 눈이 뛰어난 높은 신분의 사람을 만나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뒤 차차 신분의 경계가 사라졌고 사람들이 교육의 힘을 깨닫게 되면서 없는 집 부모도 어떻게 해서라도 자식들을 교육을 시키게 된 덕분에 개천 출신(?) 용들의 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경우 전후(1960년~70년대 정도)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시골에서 상경해서 공장 일이나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고 남는 시간에는 틈틈이 공부만 한 사람들이 대학에 들어가 졸업한 뒤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과 달리 그 시절에는 대학만 들어가도 대단한 성공이었다.
그 이후에도 개천에서 용은 드물게 나왔지만 21세기 들어서 점점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게 변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을 대표하는 사법시험은 신규 진입할 수 있는 인원 수가 점점 줄면서 2017년 12월 31일부터 없어지기 때문에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로스쿨에 진학해야 하고 값비싼 사교육의 등장으로 인해 빈곤층 자녀가 독학으로 부유층 자녀를 제치거나 따라잡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으며, 소위 스펙 경쟁 시대가 되면서 공부만 잘한다고 대학을 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게 되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여유가 있는 집 자식들이 '개천'의 상황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상황이다.
다만 현재는 사법시험도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사교육에 감당하지 않으면 합격하기 어려우며 과거의 사례들을 봐도 홀로 주경야독식으로 공부해서 합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결국에는 막대한 수험비용과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인 여건을 갖춘 경우에만 그나마 합격을 바라볼 수 있는 시험인 것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사법시험에는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또한 '금수저' 등으로 비판받는 로스쿨의 경우는, 정원의 7% 정도를 의무적으로 저소득층에게 할당해야 하고, 이들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실질적 평등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사법시험이 반드시 로스쿨보다 우월하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7%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이는 저소득층에 들지 못하는 어중간한 서민계층은 당장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며 신분상승을 꿈꾸지 말라는 제약으로 작용한다.
예체능 분야의 경우에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게 과거보다 어렵다. 예로, 요즘은 가수 되려면 큰 돈 내고 트레이닝도 받아야 하고 미용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돈이 들 수밖에 없다.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별다른 조건없이 인디 작품을 유통시켜주는 플랫폼(ex. Youtebe<광고값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일부 웹소설 플랫폼)들이 있기 때문에 혼자서 홍보만 잘 할 수 있다면 희망을 가져볼 수는 있다.
사실 이는 사회가 고도화된 이상 피할 수 없는 길이다. 한국에서 소위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를 체감한 사람들은 대체로 1980년대까지 활발했던 산업화와 변화의 시대를 겪은 이들이 많다. 단, 성공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옛날에도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들은 실제로 찾아보면 생각보다 순수한 개천용 출신은 별로 없었다. 이승만이나 김구, 김규식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사에서 상당한 활약으로 유명하신 사람들은 조사를 해보면 상당히 많이 집안이 최소한 몰락 양반아예 집안 대대로 엄청나게 귀한 사료들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유전자로 성씨 분석을 해도 실제 양반 후손으로 나오시는 분들이 많다.에 본인만이 아니라 집안 어른들부터가 생각하는 바나, 의지력, 가치관 같은 게 다른 개천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보기는 다소 힘들었다.
애초에 시대적 흐름을 어느 정도 읽고 있었던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어 어렸을 적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거나 성공 과정을 엄밀히 분석하면 다리 좀 건너면 실질적인 도움까지 주는 이너서클 비슷한 모임 같은 게 있어서 자본이나 인재를 모으는 것이 진짜 가난한 집안 출신들에 비해서 유리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엄격하게 역사를 살피면 고대나 현대나 완전한 극빈자가 정점을 찍어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사실 칭기즈 칸이나 스티브 잡스처럼 별로 대단한 게 없었어도 최소한 조상이나 부모가 평균 이상은 해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극빈자에 속한다고 볼 수 없었던 사람들도 많았다.
이 시대에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미개척의 분야가 많았고, 그 비용 또한 현재에 비해서는 훨씬 덜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소 한 마리 값을 훔쳐나와 창업했다'는 일화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미 잘 짜여진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용'이 되려면 이미 다른 '용'들의 자리를 밀어내는 큰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므로 자연히 '용'이 나오기는 힘들어진다.
요즘에는 갑질, 금수저, 달관 세대, 흙수저, 88만원 세대, 386세대, 4050대 책임론, N포세대, 헬조선, 아프니까 청춘이다, 열정페이, 노력충, 낙하산 인사, 허니문푸어 등등 신조어가 수도 없이 터져 나오면서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해방 직후~1990년대까지는 한국 사회에 '개천'이 훨씬 많았다면, 2000년대 이후 한국은 큰 강이 이미 뚜렷하게 흘러가고 있어 여기서 용이 나오기 훨씬 쉬워진 셈이다.
좀 딱딱하게 말하자면, 한국 사회 내에 관료제적 조직이 이미 확고하게 짜여져 있는 이상 이를 순식간에 거슬러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람은 나오기 쉽지 않은 법이다. 그렇다고 관료제가 나쁜 것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의 구조적인 안정성을 보장하는 대신에 사회의 역동성은 희생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좌절하지는 말자.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악물고 '노력'하여 성공하는 "용"들은 계속 나오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다. 개천 출신이든 어디 출신이든 따지지 않고 오직 용이 될 수 있는가만을 보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가 아닐까.
개천에서 계속 용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의무교육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교육이 판치는 지금 빈곤층 자녀들은 아무래도 부유층이나 중산층 자녀들보다는 더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때문에 정부, 그리고 특히 교육 부서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고 정권마다 나름대로 제도 개편을 시도하는 듯하지만, 어째 성공적이었다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노무현 정권기의 수능 등급제는 대체로 대차게 욕 먹고 실패했던 교육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논의도 실컷 욕을 먹고 1년 유예된 상태이다. 문재인 정부가 타 분야에서는 높은 지지와 신임을 받는데도 이러한 상황인 것을 보면 교육은 확실히 그만큼 민감하고어려운 사안이긴 하다.
정보화 사회가 시작되면서 인터넷 강의 등 지역과 계층 간의 격차를 보다 축소시키는 도구들이 등장했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는 그렇게난 '용'들이 죄다 서울로 가는 인서울, 서울 공화국 현상이 뚜렷해졌다. 쉽게 말해 개천에서 난 용들이 개천을 버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도 이것대로 문제...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 문서 참조.
'개천에서 용났다'에 대한 모 고등학생의 사회학적인 고찰.# 아아... 좋은 기승전병이다. 개천드래곤
3. 신분이 고착화될 경우
계급 항목에도 나와 있지만 개천용(남녀 무관)들이 주류 사회로 진입할 길이 제도적 혹은 실질적으로 막혀 있으면 결국 그 체제를 전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프랑스 혁명도 앙시앵 레짐을 타파하기 위한 제3계급 출신 부르주아들이 주축이 되었으며, 중국 역대 왕조를 붕괴시킨 장본인들은 개천용 출신들이 많았다. 하다못해 한국조차도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파의 상당수가 전 기득권층인 양반 출신들이 아니라 상민이나 노비 출신이었고, 6.25 전쟁 시기에는 아예 능력만 있다면 닥치고 기용했기에결국 개천을 막은 기존 체제가 붕괴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21세기에 들어 계급이 고착화되는 현상이 선진국, 개도국을 막론하고 벌어지고 있는데 개선에 실패하게 된다면 결국 체제가 전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개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서민층은 절망에 빠져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끝났을 것이며, 여기에 자신의 능력이 아닌 혈통 때문에 새로운 지배집단 진입이 안된다는 걸 아는 신흥세력 역시 지배층 고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2016년 기준)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연이은 내전이나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의 빠른 세력 확장도 종교적 광신성과 더불어 출세길이 막힌 신흥세력들의 가입이 큰 역할을 했다. 이라크 시아파 기득권층에게 밀려나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된 수니파들 중에서 양심을 포기한 일부가 ISIL에 가담한 것이다.
4. 유전자 결정론에 의한 비판
유전자 결정론자들은 유전자가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과거에는 지능이 우수한 사람들이 개천에 많았지만, 지금은 그 부모세대에서 기본적으로 개천정도는 아닐 만큼 성공했기에 개천에 용 후보들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개천용으로 여겨지는 칭기즈 칸이나 스티브 잡스처럼 조상이나 부모가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졌지만 불우한 사정으로 개천으로 떨어졌다가 능력을 꽃피워 용이 된 사람이 많다.
이런 이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개천용만을 특별히 지원하는 정책은 불필요하다고 보지만, 의무교육 지원이나 사교육 규제 등 혹시 존재할지 모르는 개천용이 있다면 개천용이 그 기회를 펼치기에 유리하게 만드는 정책들에 대해 개천용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보편적 복지를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개천용의 기회를 보장하고 다른 용들이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견해를 갖는 경우가 많다.
5. 유사 표현
비슷한 속담으로 '개천에서 용나고 미꾸라지가 용된다'가 있다.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이라는 표현도 있다. 입지전(立志傳)은 이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입신출세한 사람들의 전기를 의미하는 말.
한자성어 중에서는 용문(龍門)에서 물고기가 그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면 용이 된다고 하여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 등용문이라는 성어는 개천에서 용날 기회, 혹은 그런 사람을 뽑는 대회, 학교 등의 뜻으로 쓰인다. (예시: 슈퍼스타K는 가수의 꿈을 가진 일반인들의 등용문이다.)
외에도 견부호자의 일부 사례 또한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과 통한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라는 속담은, 바로 이 개천에서 난 용이 타락한 경우에도 부합하는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