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재경 고교 동창회 3/4분기의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장소는 전철 2/4호선이 교차되는 사당역 부근의 한 식당서 모이라는 전갈을 문자로 받았다.
나름대로 어제 하루를 분주하게 열심히 보냈다.
나로선 저녁에 만날 동창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시간을 유효적절하게 보내려고 했다.
점심은 내 혼자 손수 만든 라면사리를 야채국에 말아 후루룩하면서 목구멍으로 넘겼다.
산다는 거 뮈지? 이런 원초적인 질문이 꼭 이럴때만 머리에서 살며시 고개를 든 이유는 무엇일까?
요새 사람들은 삼식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꺼리가 있다.
소위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인간들에게는 삼식이가 아닌 최소한도 이식이가 되어야 그마나 숨 죽이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현실론에 너나 내나 할 것없이 피식!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긍정도 아닌 부정 아닌 채로 사는 게 이 시대의 한량들의 일반적인 삶이라고?!
어쩔 수 있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현실에서 하루 세끼를 먹어야 한다는 이 현실에서 뉘라서 자유로울까?
그래도 잡념을 애써서 지우고는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삼킨다.
현실이 이러니 어째 밥 먹는다는 즐거움은 어디로 갔을까? 팔자 좋은 사람들이야 기니때마다 식도락이라는
별세계다운 흥취를 말하지만 나같은 부류에게는 이런 소리는 달나라의 은토끼같은 이야기라서 도무지 실감
나지 않는다.
그저 한 끼 떼운다는 식으로 먹고 있으니 이라도 감지덕지해야 될 게 아닌가.
오후가 되어 나름대로 넷영상으로 아메리카 야구의 하이라이트 구경하고는 동네 도서관서 빌린 책 한 권을
나의 오랜 짝인 낡은 검정색 배낭안에 넣고는 사당역을 향했다.
서울의 남쪽의 교통 요충지격인 사당역에 내려 근처에 있는 지하서점으로 갔다.역시 사람들이 많다.그 서점안에도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행여나 하는 마음에 빈 의자가 있을까? 둘러 보아도 그 의자에는 책 보는 인간들만 보이네.
이 구석 저 구석을 가봐도 내가 앉을 공간이 없다. 그래서 가능한 멀리 떨어진 책 진열장 가운데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배낭을 깔고 그 위에 엉덩이를 앉은 채로 가져온 책과의 씨름했다. 이 순간 만큼 나는 책 안에 있다.
여기가 어딘지?하는 의문도 없이 글자와의 접촉을 신경을 집중시킨다.
한참 후에 폰이 올린다.한 칭구가 전철 타고 이리로 온다고. 그 칭구는 아침시간대에 오늘 모임에 오는가?를 물었다.왜? 그 칭구는 군문에서 퇴역하고 취미로 여러 종류의 과일 술 만들고 있다. 해마다 그가 만든 술을 내 보고 먹으라고 주곤 한다.그래서 전화상으로 오면 술 달라고 했다.
그 칭구가 말한다. 나름 일이 있어서 모임에 와도 잠깐만 동창생 얼굴만 보고 일보러 가야 한다고.
다시 책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일어나 서점을 나와 건물밖으로 나왔다. 저녁시간이어서 그러한지 사당역 근처 어느 곳에서 인파라고 해야 하겠지. 주변일대가 사람과 차량들로 가득히 채우고 있다!
걸어서 약속된 식당은 건물 지하에 있다. 알림표에 보니 우리 모임도 보인다.거기로 가니 이미 동창생들의 얼굴이 보인다.다들 간만에 만나는 얼굴이라서 반갑게 인사 나눈다.
그리고 보니 여기에 있는 칭구들은 먼저 와 있는 편이다.오는 순서대로 의자에 앉아서 차린 음식을 먹는다.
약속 시간이 되자 만남의 공간에는 동창생들로 가득 차 있다.총무하는 칭구의 말에 의하면,오늘 약 50명 정도가 온다고 했는데,자기에게 사정상 불참 통보하는 이들이 많아진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람과의 약속이라는 게 어디 백%의 정확도가 있는 거 아니잖아! 뜻밖에의 일로 아니면 만나기 싫어서 일부로 약속을 빵구내는 경험이 다들 있지 않는가?!
속으로 생각했다. 많이 오면 40명 내외라고.그래서 어느 정도 술과 안주 먹고 난 후에 어림잡아 참석자 숫자를 확인하니 대력37/8명 정도가 이 모임에 참석하여 나름 칭구들과의 우의를 교환하고 있다.
그리고 전화한 칭구는 와서 나에게 살짝 과일 술 하나 주고는 잠시 후에 일어서 개인적인 일로 나가야 한다면서 나갔다. 총무 칭구가 일어서서 오늘 모임에 대한 간략한 취지를 언급하고 각 테이블마다 우의의 술잔이 허공을로 솟구치면서 얘기들의 꽃씨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우린 3개월마다 모인다. 갈수록 새로운 얼굴은 보기가 어렵다.나오는 얼굴만 본다. 다들 살아간다고 바쁜 탓일까? 아니면 세월따라 만나고픈 열정의 결핍일까? 나도 늙어 가고 따라 반가운 칭구들도 역시 세월을 비겨 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어제 나눈 한 잔의 술잔도 언제까지 나눌 수 있을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벌써 우리가 그런 시기가 되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가는 세월은 천하 역사인 항우도 어찌할 수 없는 걸! 무영소졸인 내가 어찌할 수가 있겠는가?
단지 흐르는 세월의 부침속에서 칭구들과 더불어 한 세상 한없이 살다가 흘러 가는 강물따라 말없이 가는 거 아닌가 한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신이 몽룡한다. 어제 과음을 했나??! 오전 내내 머리가 깨끗하지 않는다. 나도 술을 좋아 하지만 매번 음주후에 겪는 숙취로 자신의 음주 버릇을 탓하지만 언제나 그 순간만 모면하면 잊곤 하는 게 나의 못된 음주 습관이어서 오늘 아침에 내가 나를 미워했다.
정오가 되니 정신이 원상 복구한다. 스스로가 경계한다는 차원에서 이렇게 적음으로서 좋은 음주 습관을 갖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이런 글을 남긴다.
첫댓글 지난 시간 눈 깜짝 할 사이에 사고를 당하고... 사는게 뭔지에 대해
아픔보다 더 깊은 성찰을 했읍니다. 세상 모든것이 무섭고 두렵고 ...
그냥 그렇케 무의미한 듯한 삶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지금 에나가님의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하고싶네요.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그래서 더욱더 아쉽죠!!
지난 일들이 가슴속의 아스라운 그리움이 되면 세월이 마이 갔음을 의미하죠!
늙게 되면 최고 부자는 현실에 있는 거 아닌,내 마음안에 얼마나 많은 그리움으로 가들 차 있는지 여부가 아닐까요?!!
친구들 모임도 나이들면 하나씩 정리를 하라더군요. 모이면 빠질수 없는 술, 적당히 마시기 힘들죠. 그래도 건강 생각하이고 쬐금 절주하셔요.
그만큼 세월이 가니 칭구들도 저 먼 세상으로 가니...
만나면 반갑다고 한 잔,두 잔하다 보면 절제란 게 있어야 하는데,그게 잘 되지가 않으니
문제죠!자제라는 미덕을 열심히 해야 되겠죠!!
사당역근처가 교통편이 서로가 종아 저희
대학동창모임도 그쪽에서 갖지요
여러 음식점도 많고 그럭저럭 좋지요
이글을 읽다보니 스스로 음주습관에 결심을
하신것같습니다
쭉 그렇게 실천하세요
잘보았습니다
그래요,사당역 근처는 언제나 사람과 차들도...
조금만 마신다고 해도 실전에 가면 되지 않으니
문제죠!그래도 절주하는 노력은 해야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