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월 발사 1차위성서 한국산 전자부품 나왔다
軍, 서해 추락 北발사체-위성 수거
美와 잔해 분석… 한국산 장비 발견
北, 기술력 자체 확보 가능성 낮아
북한이 5월 31일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의 잔해를 우리 군이 수거해 6월 16일 언론에 공개하던 모습. 뉴스1
북한이 5월 1차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핵심 부품에 한국산 전자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은 5월 31일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과 여기에 탑재된 정찰위성 만리경-1호 잔해를 서해에서 수거한 뒤 한미 공동으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만리경-1호 핵심 부품에 한국산 장비가 포함된 사실을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해외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전자기기를 중국 등을 통해 밀반입한 뒤 관련 기술을 정찰위성 개발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의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정찰위성 제작과 관련한 부품 조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당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된 정찰위성은 10분간 비행한 뒤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쪽 200여 km 해상에 추락했다. 군이 인양한 잔해에는 발사체 2단부 동체, 위성체에 달린 카메라 등 광학 장비와 관련 부품, 광학 카메라가 들어가는 경통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7월 인양 장비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만리경-1호가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군사정찰위성으로서 성능을 발휘하는 최소 조건인 서브미터급(가로세로 1m 미만의 물체 식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본 것. 다만 당시 군은 인양한 만리경-1호 실물이나 북한 정찰위성 수준에 대한 판단 배경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달 21일 3차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 만리경-1호를 지구 궤도에 안착시켰다. 러시아가 실패한 1, 2차 발사 데이터를 분석해 발사 성공을 도운 것으로 확인된 만큼 위성 기술은 1차 때 우리 정부가 파악한 수준보다 향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제대로 된 정찰위성 기술을 확보하는 데 최소 3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정찰위성 기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서브미터급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3차 발사에 성공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대적인 자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정찰위성 기술력을 북한이 자체적으로 확보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한국산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위성 관련 부품과 장비들도 전자기기에 사용되던 것들을 밀반입한 뒤 짜깁기해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北위성 한국산 전자부품, 제재 피해 中 등서 밀반입 가능성”
北 1차 위성서 韓 전자부품 발견
北 5월 쏜 위성 정찰 성능 떨어져… 석달 만에 획기적 기술 진전 의문
3차 발사 위성, 러 지원이 변수… 위성사진 공개돼야 기술력 판가름
北 김정은 ‘만리경 1호 발사 성공 경축 연회’ 참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북한의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성공 경축 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경축 연회는 평양 국빈용 고급 연회장인 목란장에서 열렸고 김 위원장의 딸 주애와 부인 리설주도 참석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북한이 5월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에 한국산 전자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건 대북 제재를 회피해 여러 국가의 부품을 몰래 들여온 뒤 이를 짜깁기해 위성을 완성한 실태를 보여준다. 북한은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 끝에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이달 21일 만리경-1호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군사정찰위성으로서 제 기능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서브미터(가로세로 1m 미만의 물체 식별)급 위성을 개발할 자체 기술을 보유했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북한이 앞선 발사 실패 후 3개월 만에 한미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으로 정찰위성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정찰위성 발사를 앞두고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정황이 확인된 만큼 북한 위성 기술이 진전됐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결국 기술력 검증은 북한이 현재 지구 궤도에 오른 만리경-1호로 촬영된 위성사진을 공개해야 확인될 전망이다.
● “제재 피해 한국산 부품 밀반입”
북한은 외국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전자기기에 사용된 전자부품을 밀반입해 만리경-1호 완성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중국 등을 통해 관련 부품을 들여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앞서 2012년 12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 3호를 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로켓 은하 3호는 서해상으로 추락했다. 이때도 이를 인양한 우리 군은 부품 가운데 한국산 반도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2014년 유엔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에 따르면 은하 3호엔 한국산 반도체 SD램을 포함해 6개국에서 제조한 14개 품목의 부품이 포함됐다.
정부는 5월 발사된 만리경-1호 추정 물체 인양 분석 결과와 동일하게 이번 정찰위성 성능도 조악한 수준일 수도 있다고 일단 추정하고 있다. 앞서 23일 국가정보원도 “새로운 인공위성의 발전 속도가 통상 3년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괌 사진을 촬영했다는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인공위성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공표하면서 정찰위성 개발 사업이 5대 핵심 과제에 포함됐는데, 북한이 2년 만에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위협할 만한 대남 감시의 ‘눈’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 현재까지 북한이 대내외에 공개한 위성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 일대를 촬영한 ‘위성 시험품’ 사진이 전부다. 당시 공개된 사진의 해상도는 20m 수준으로 일반 상업용 위성 성능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올해 두 차례 발사 실패 이후 9월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 진전에 도움을 준 점이 변수다.
● 하루 최소 2회 한반도 상공 통과 예상
실시간 위성추적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현재 만리경-1호는 고도 500km 내외에서 초당 7.61km로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94분 만에 지구를 1바퀴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지구를 15바퀴 돌고 있는 셈이다. 만리경-1호는 하루 2∼4회 한반도 상공을 계속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우주군은 22일(현지 시간) 만리경-1호에 공식 번호(58400)와 식별 번호(2023-179A)를 부여하면서 지구 궤도를 회전하는 공식 위성임을 인정했다.
다만 만리경-1호의 실제 정상 작동 여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만리경-1호와 평양 지상기지국 간 교신과 사진 및 영상 등 수신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2012년과 2016년 북한이 쏴 올린 광명성 3·4호도 북한 주장과 달리 지상과의 교신이 전무해 작동 불능 상태로 판명된 바 있다. 한미는 이르면 주말쯤 만리경-1호가 정상 작동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진 기자